<앵커 멘트>
42년 독재에 신음하던 리비아가 마침내 해방을 선포했습니다.
그러나 당장 카다피의 장례 절차를 두고 과도정부 내 의견이 분분한가 하면 140개나 되는 부족들 사이의 화합도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입니다.
또 석유와 건설 등 국가재건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이권다툼도 심상치 않습니다.
오늘 이슈 앤 뉴스에서는 카다피 사후, 리비아의 험난한 미래를 짚어 봅니다.
먼저, 리비아를 연결해 현지 상황 알아봅니다.
김개형 특파원? 지금 그곳 분위기 어떤가요?
<리포트>
어제 과도국가위원회가 리비아 해방을 공식 선포했습니다만, 그 열기가 이곳 미스라타에서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
해방이 공식 선포되자, 시민들은 거리로 몰려 나와 경적을 울리고 노래를 부르며 민주화 시위 8개월 만에 이룬 값진 성취를 만끽했습니다.
<인터뷰>KHADIJA ABDULLAH : "새 정부가 건강과 교육 등 모든 다른 나라들이 가진 서비스를 구축하길 바랍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거든요."
앞으로 한달이내에 수도 트리폴리에서 새로운 임시 정부를 구성하고 1년 안에 총선과 대선을 치른다는 계획인데요,
하지만 새 국가 건설은 출발부터 순조롭지 않은 상황입니다.
과도정부 내부 분열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는데요,
당초 카다피의 장례는 숨진 바로 다음날 치를 방침이었지만, 장례 장소와 방식을 둘러싼 과도정부 내부 의견 충돌로 지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다른 어떤 나라 보다 특수한 관계로 이름난 140여개 부족 내 이권 다툼은 새 정부 체제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멘트>
리비아의 앞날을 놓고 안팎의 우려가 이렇게 높은데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리비아 재건을 둘러싼 서방 각국의 행보는 빨라지고 있습니다.
과연 왜 이렇게 리비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까요?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국현호 기자가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나토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리비아 수도 트리폴립니다.
이른바 ’재스민 혁명’의 여파가 42년 독재까지 무너뜨린 것인데요.
혁명이 시작된 튀니지에서는 첫 총선이 치러졌고 이집트에서도 다음달 말 총선이 예정돼 있습니다.
어렵사리 민주화의 과정을 밟아가고 있는 건데요,
이제 관심은 시위가 한창 진행 중인 시리아와 예멘입니다.
그런데 리비아에서 전개됐던 양상은 다른 나라들과 조금 다릅니다.
바로 서방 국가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나토군 전투기가 출격한 횟수는 2만 차례에 가깝고, 그만큼 군사작전을 주도했던 프랑스와 영국이 쏟아부은 돈도 막대합니다.
이들이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유. 바로 리비아의 석유입니다.
리비아의 원유 매장량은 세계 9위. 반면 생산량은 17위에 불과합니다.
바꿔 말하면 생산라인을 현대화한다면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기도 합니다.
카다피 축출로 리비아를 무대로 한 원유 전쟁은 이제 막을 올렸는데요.
서방 각국의 움직임도 더욱 분주해지고 있습니다.
워싱턴 이춘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리비아 이권 확보의 선두 그룹은 공습에 앞장섰던 유럽 세나라입니다.
리비아 석유생산의 35%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 토탈사는 이미 원유생산을 시작했고 이탈리아 에니사도 벵가지 유전 채굴을 재개했습니다.
영국은 10억달러의 비밀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트리폴리 공항과 미스라타 병원 복구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 "프랑스는 리비아와 리비아 국민을 위해 헌신해 왔습니다"
카다피 시절 리비아와 경제교류가 끊겼던 미국도 이에 질세라 분주한 모습입니다.
클린턴 장관이 카다피 사살 직전 전격적으로 트리폴리를 방문한 것도 사전 정지작업 차원입니다.
<녹취>클린턴 장관 : "리비아 국민을 지원해온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반면 카다피 시절 수백억 달러 규모의 이권을 차지했던 러시아와 중국은 불리한 처지입니다.
뒤늦게 과도정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냉담한 반응입니다.
<앵커 멘트>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 기업들은 30년 전부터 리비아에서 쌓아 온 신뢰를 바탕으로 전후 재건사업에 본격 착수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복잡한 리비아 정정을 감안한 신중한 대처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병도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리비아에 진출한 70여개 국내 건설업체들의 수주 금액은 105억 달러, 이 중 74억 달러, 8조 원 정도가 아직 받지 못한 미수금입니다.
이 때문에 최우선 과제는 피해를 조사하고 남은 공사를 끝내는 것입니다.
<녹취>정재학(대우건설 트리폴리지사장) : "각종 장비 자재들은 보존이 잘 돼 있습니다. 본사에서 28일 15명의 전문팀이 들어와서 (다 지은)호텔의 오픈 준비를 할 예정입니다."
추산되는 전후 재건사업은 천 2백억 달러 규모, 리비아 건설시장을 유럽과 중국, 우리나라가 삼분할해 온 만큼 최대 4백억 달러의 특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도정부 출범 등을 둘러싼 복합한 정치상황이 문젭니다
<인터뷰>김효원(해외건설협회 전무) : "리비아 국가의 뿌리는 부족으로 돼 있습니다. 150개가 넘는 부족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자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부와 기업들은 내일 간담회를 갖고 리비아 상황을 감안한 진출 방안을 논의합니다.
KBS 뉴스 이병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