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원칙보다 당리당략”

입력 2011.11.02 (22:07)

수정 2011.11.02 (22:19)

<녹취> "싸우고 이렇게만 하잖아요 자기 이익만 챙기고 정당에 대한 이익만 챙기고"



<녹취> "혐오감 들죠 신뢰감도 안들고 혐오감만 들어요"



<앵커 멘트>



대화와 타협을 외치면서도 이해관계가 갈리는 사안에는 막말에 몸싸움 등 폭력으로 결론 내는 우리 정치의 후진성은 언제쯤 바뀔까요.



위기의 한국 정치 연속기획 이번에는 마지막 순서로 우리 정치 의사 결정 구조의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먼저 하송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안건을 심사하는 국회 상임위장은 목청 대결의 장이 된 지 오랩니다.



<녹취>유선호(민주당 의원) : "내가 말하고있어 말하고 있어! (무슨 공동 책임이야?) 말하고 있어"



<녹취>강기갑(민주노동당 의원) : "그 따위 태도를 갖고 있으니까 국회를 무시하는 것 아니야. (말좀 조심하세요.)"



<녹취>정해걸(한나라당 의원) : "내려 오시면은,말 놓지마!"



<녹취>이찬열(민주당 의원) : "뭐가 너무합니까.(너무하잖아 지금) 뭐가 너무해."



여당은 일사천리로 밀어부치고,



<녹취>권택기(한나라당 의원) : "(의사진행 발언있어요.) 더 이상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고장난 레코드는 안돼."



의례 야당의 거친 항의가 뒤따릅니다.



<녹취>문학진(민주당 의원) : "외통위원도 못들어가게 하는 이게 무슨 짓이야? (박살내)"



본회의장 점거는 정해진 수순.



막아서고 뚫기 위한 막말과 몸싸움이 시작됩니다.



<녹취> "의원들 막아 의원들. 아니 이자식 이거 누구야 이거."



최후의 격전지는 본회의장 의장석.



2005년 사학법 개정안, 2009년 미디어법, 예산안 처리 때도..



회는 결국 화와 타협 대신 막말과 몸싸움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앵커 멘트>



국회의원은 개인이나 소속 정당의 이익보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우선해야 된다는 헌법상 의무가 있지만 지켜지지 않습니다.



당리당략이 우선하는 정치환경이 후진적 정치문화를 만드는 근본적 원인입니다.



계속해서 홍희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상비약의 슈퍼 판매를 허용하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 원하는 국민들이 다수인데도 국회 통과가 쉽지 않습니다.



국회의원들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원희목(한나라당 의원) : "청소년들에게 노출빈도가 높아지는 거죠."



<인터뷰>주승용(민주당 의원) : "부작용이 발생했을때 마트에서 책임을 집니까?"



하지만 약사회의 반대가 의원들에게는 더 큰 부담인 게 속내입니다.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내 강경파 의원들.



<인터뷰>정동영(민주당 의원) : "FTA는 애국이냐, 매국이냐!"



FTA 협상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과 함께 또다른 이면에는 야권 대통합 과정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야당이 요구하는 통상절차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위헌 요소가 있는 걸 알면서도 한미 FTA 비준동의안 통과를 위해 야당과 타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상권(한나라당 의원) : "정말 대한민국 입법기관이 법을 이렇게 만들어 놓나 이런 것을 국제적으로 드러내는 잘못하면 망신당하는 법조문이 될 것이다."



북한인권법과 등록금 부담 완화 법안 등도 여야 모두 당리 당략을 앞세우면서 표류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은 주요 책무인 입법 활동에는 얼마나 충실할까요.



디지털 스튜디오에 이영현 기자 나와주세요.



<기자 멘트>



18대 국회는 2008년 5월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됐습니다.



18대 국회에서 오늘까지 접수된 법률안은 만 3천 건에 육박합니다.



이 가운데 45%만이 처리됐습니다.



그런데 처리된 법률안에서 가결 또는 부결은 3분의 1인 천9백여 건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폐기 또는 철회된 것입니다.



즉 접수된 전체 법률안 가운데 15%만이 사실상 국회의원들의 논의를 거친 셈입니다.



법안 처리율을 상임위별로 보면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가장 낮았으며 국회 운영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정치권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 선진화법을 마련하기로 합의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며 구체적인 법 개정 절차를 밟지 않고 있습니다.



곽희섭 기자입니다.



<리포트>



여야는 지난 6월, 물리적 충돌을 막고 여야 타협을 유도하기 위해 국회법을 개정하기로 잠정 합의했습니다.



<녹취>이명규(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 : "불필요한 여야간의 충돌을 막는 그런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입니다"



<녹취>노영민(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 "절차에 따라서 의안처리가 이뤄지도록 하려는 그런 선진적인 제도입니다"



직권 상정 요건을 강화하는 대신 안건 신속 처리제를 도입하고,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여야 6인 소위까지 만들어 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지만 의욕만 앞섰다는 지적입니다.



신속 처리 요건, 필리버스터 방법 등을 놓고 아직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최종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녹취>신율(명지대 교수) : "여야 모두 ’안철수 바람’은 무서워하면서 구태 보이고 국회 선진화 법 자꾸 늦추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 더 거세질 것입니다"



투명한 공천 제도를 마련하고 의원들이 무조건 당론에만 따르지 않고 자유 투표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도 국회 선진화의 선결 조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KBS 뉴스 곽희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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