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는 2012년 1∼3월에 온갖 악재들이 집중돼 심각한 위기를 맞게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리스 2차 구제 금융안과 유로존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가 내년 초에 예정돼 있어 사태 추이에 따라서는 세계 금융기관들이 연쇄적으로 부도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의 국채 291조원어치가 내년 1분기에 만기를 맞는 것도 큰 부담이다.
유럽의 경기 둔화 탓에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비유되는 중국의 무역수지가 이 기간에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또다른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경제는 그리스 부도 사태가 없더라도 내년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 그리스 국민투표는 시한폭탄
그리스의 국민투표 계획도 시한폭탄과 같은 불안요인이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최근 그리스 국채를 50% 탕감해주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확충하는 해결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그리스가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 들어 이 해결책이 실행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통해 EU 정상들의 합의안까지 거부한다면 EU의 자금지원이 끊긴다. 그리스는 파산의 순서를 밟을 수밖에 없고 이는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막대한 타격을 준다.
김재홍 신영증권 수석연구원은 3일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도 전에 파산하면 돈을 빌려준 유럽 금융기관들이 채권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해 도산할 가능성이 커진다. 예금 대량인출과 연쇄적인 파산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파산은 유럽국가들 국가신용 등급의 연쇄적인 강등으로 이어진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1~3단계 낮출 수 있다고 최근 경고했다.
◇ 내년 1분기 유럽 국채 만기 집중
유로존의 국채 만기도 내년 1분기에 몰려 있어 부담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내년 1~3월이 만기인 국채 물량은 그리스 230억 유로, 이탈리아 1천300억 유로, 스페인 359억 유로 등 모두 1천889억 유로(291조원)에 달한다.
지난 8월 금융시장 분위기가 급속도로 나빠진 이후 유로존 국가의 국채 만기는 번번이 금융시장의 복병으로 작용했다.
지난 9월 만기를 맞는 이탈리아 국채의 규모가 390억 유로(60조원)로 알려졌던 8월 말에는 '9월 위기설'이 나돌았다. 9월에도 10월 만기 물량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10월 국채 만기 도래 물량은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4개국에서 모두 952억 유로(약 152조원)에 달했다.
이들 국가는 11월과 12월에도 각각 762억 유로, 695억 유로의 국채 상환이 예정돼 있다.
김재홍 수석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 해결책이 확실하게 나오면 만기 물량이 많더라도 롤오버(만기연장) 수준에서 해결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내년 초 중국 무역적자 가능성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은 최대 수출국인 유럽의 경기둔화로 내년 초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치에 못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상무무 부부장을 지낸 웨이젠궈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 비서장은 "일반적으로 9~10월에 유럽과 미국에서 수입하겠다는 주문이 폭주하지만, 올해는 뚝 떨어졌다. 중국 수출이 가장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고 최근에 말했다.
이동섭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내년 초에 1% 미만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중국 수출이 유럽 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1~2월에 무역수지 적자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수출 둔화 때문에 그동안 안정적으로 지켜온 `바오바(保八, 연 8% 이상 성장)'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최근 10년간(2001~2010년) 연평균 10.5%의 성장률을 달성했다. 2001년 (8.3%)를 제외하면 한 해도 9%대를 내준 적이 없다. 하지만, 올해 3분기에 9.1%를 기록해 4분기에는 8%대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내년의 무역적자로 이 수치가 8%대 초반까지 떨어지면 시장 충격은 불가피하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문제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면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의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 정책으로 내년 부동산 가격이 절반가량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외국계 자본은 중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 한국 내년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
내년 1분기에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
스위스 대형그룹인 UBS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8%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내년 경기 흐름이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동섭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1분기에는 유럽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리세션(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도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지표들은 이미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전월차는 지난 7월 0.3%포인트에서 8월 -0.1%포인트, 9월 -0.4%포인트 등으로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선행지수는 일반적으로 6개월 후의 경기상황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내년 1분기에는 경기상황이 더욱 나빠진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지난 10월의 전년동기 대비 수출 증가율은 9.3%로 8월(25.5%), 9월(18.8%)에 비해 크게 둔화했다. 특히 유럽지역의 수출은 작년 동월보다 20.4%나 급감했다.
지난 3분기의 국내총생산(GDP)도 전분기보다 0.7% 증가하는데 그쳐 작년 4분기(0.5%)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