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토끼 쫓던 올랑드, 알제리 인질사태 복병 만나

입력 2013.01.18 (06:26)

수정 2013.01.18 (07:11)

서아프리카 말리에 대한 군사 개입을 계기로 국내 지지율 제고와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 확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쫓으려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났다.

말리 사태의 불똥이 인근 알제리로 튀면서 프랑스인을 포함한 외국인 인질 사건이 일어나더니 알제리 정부군이 인질을 붙잡고 있던 이슬람 무장세력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수십명이 희생당하는 대형 참사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지지율에 허덕여온 올랑드 대통령은 새해 들어 옛 식민지 말리에 대한 군사 개입을 전격 단행하는 정치적 승부수를 띄워 국내·외의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일단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프랑스의 말리 군사 개입 닷새 만인 16일 이슬람 무장세력이 말리와 접경한 알제리 동부지역의 천연가스 생산시설을 점령하면서 외국인들을 인질로 억류하는 사태를 일으켰다.

당초 이들은 일본인 5명 등 외국인 8명을 납치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하루 만에 인질로 잡힌 외국인이 41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복면 여단'으로 알려진 이 무장세력은 외국인들을 인질로 붙잡은 이유를 "프랑스가 말리 반군을 폭격하도록 알제리가 영공을 열어준 데 대한 반응"이라고 주장, 프랑스가 말리에 군사 개입한 데 대한 보복임을 기정사실화했다.

결국 알제리 정부군이 17일 납치 세력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서방 인질이 최대 35명 숨지고 납치범들도 15명이 사망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복면 여단' 납치 사건은 결과적으로 프랑스의 말리 군사 개입이 국내·외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올랑드 대통령의 성급한 결단이었다는 일각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하고 있다고 한 정치분석가는 지적했다.

프랑스가 갑자기 '아프리카의 경찰' 역할을 도모하고 나섬으로써 알-카에다를 비롯한 이슬람 무장단체들의 '공공연한 표적'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프랑스로서는 2009년부터 소말리아 이슬람 반군 알 샤바브에 억류돼 있던 비밀요원 데니스 알렉스가 처형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알 샤바브가 프랑스의 무슬림 박해를 주장하며 처형한 알렉스는 지난 12일 프랑스 특수부대가 기습 구출작전에 나섰다가 특수부대원 2명만 잃고 실패한 장본인이다.

한 정치 분석가는 프랑스가 이번 말리 사태 개입을 통해 '아프리카 경찰'을 자처하고 나섬으로써 고립을 자초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반(反)이슬람 세력들을 연대하게 하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