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 내전 프랑스 개입 일주일 만에 알제리 참사

입력 2013.01.18 (06:26)

수정 2013.01.18 (07:11)

내전에 휘말린 서북 아프리카 말리에 프랑스가 군사개입을 한 지 1주일째인 17일(현지시간) 알제리에서 외국인 수십명이 납치돼 다수가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알제리에서 납치를 주도한 이슬람 무장세력은 "알제리가 프랑스에 영공을 열어줘 프랑스군이 말리 북부 이슬람 반군 지역을 폭격하도록 한" 데 대한 반응이라고 말해 말리 내전에 프랑스군이 개입한 데 따른 보복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말리 내전이 알제리로 확산하는 양상과 함께 앞으로 전선이 더욱 확산하고 장기화할 지 주목된다.

◇ 프랑스 군사개입 = 프랑스가 약 1년간에 걸친 내전에 휩싸인 말리에 군사개입을 한 것은 지난 11일.

지난해 3월 말리에서 발생한 군사쿠데타를 틈타 이슬람 급진세력이 프랑스 영토크기만한 동북부 지역을 장악한 데 이어 말리 서남부에 위치한 수도 바마코를 향해 진격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이슬람 반군 그룹은 지난해 가오와 키달, 팀북투 등 북동부 지역을 장악한 뒤 현상 유지 상황을 이어갔으나 새해 들어 수도 바마코에 대한 진격을 개시했다.

반군 그룹은 알 카에다와 연계된 '알 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AQIM)'와 AQIM의 분파인 '서부아프리카의 통일과 지하드를 위한 운동(MUJAO)' 및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현실 정치에 엄격히 적용하려는 급진 이슬람 단체 안사르 딘 등 3개 그룹으로 구성돼 있다.

약 2천-5천명으로 추정되는 반군 그룹은 남쪽을 향한 진군을 개시하자마자 지난 10일께 중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코나를 함락했다.

말리 과도정부 수반 디온쿤다 트라오레 대통령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과거 식민종주국이었던 프랑스에 지원요청을 했고, 프랑스는 말리에서 거주하는 자국민 6천명 보호 등을 명분으로 전격적으로 개입했다.

프랑스는 특히 말리 북동부의 광대한 사막지역이 이슬람 급진세력의 테러 전초기지로 전락하는 것을 방관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전투기와 무장헬기 등을 동원한 군사개입은 일단 이슬람 반군의 남진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프랑스의 공습으로 가오, 키달, 팀북투 등 주요 거점에 주둔하던 이슬람 반군 세력은 후퇴해 사막지역으로 퇴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 이슬람반군 반격·알제리 피랍 = 하지만 프랑스의 군사 개입에 이슬람 반군 세력은 "프랑스가 지옥의 문을 열었다"며 보복을 공언했다.

또한 프랑스 공군의 공습 나흘째인 지난 14일에는 중부 지역의 디아발리를 장악하는 등 역공을 가했다.

당초 프랑스군의 개입으로 말리 정부군이 탈환한 것으로 알려진 코나 중심부는 여전히 반군 세력 휘하에 있는 것으로 나중에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국방장관이 시인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가 군사개입을 한 지 엿새째인 16일 한 이슬람 무장단체가 말리와 국경을 접한 알제리의 천연가스 개발 시설을 공격했다.

당초 일본인 5명을 포함해 외국인 8명을 납치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사태는 17일 외국인 41명이 납치된 대형 사태로 확산됐다.

특히 알제리 정부가 인질들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인질 35명이 사망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납치범 15명도 사살됐다.

말리 사태가 발생한 지 1주일만에 말리와 알제리를 '전선'으로 하는 국지전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 장기화 우려 = 말리 사태가 알제리 피랍 참사로 확산하면서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점차 짙어지고 있다.

그러잖아도 프랑스가 군사개입을 한 초기부터 이슬람 반군 세력의 전투력이 상당해 말리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예측한 바 있다.

말리의 이슬람 반군은 리비아 내전 당시 유출된 지대공 미사일 등 최신 무기로 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 드리앙 프랑스 국방장관도 이슬람 반군이 잘 조직돼 있으며 사기도 높다고 평가한 바 있다.

더욱이 이슬람 반군은 말리 동북부의 드넓은 사막지역에 익숙해 게릴라전을 펴며 장기화하려 할 것이라고 대테러 전문가 장-마르크 브리사드는 지난 15일 AFP 통신에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말리가 아닌 알제리에서 이슬람 급진 세력에 의한 납치 사태가 발생하면서 전선이 확대되고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한 염려가 더욱 짙어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말리 등 북아프리카 지역이 아프리카판 아프가니스탄으로 전락할 지, 프랑스와 서구 및 말리·알제리 등 현지 정부의 단호한 대응으로 이슬람 반군 세력을 몰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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