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사 "市에 보고" vs 서울시 "점검 후 이상없음 확인"
부도 직전 시공사 공사 서두르다 사고 가능성
7명이 수몰당한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상수도관 공사현장에서 사고 전날에도 강물이 유입돼 보고가 이뤄졌지만 무시되고 불충분한 현장점검 후 공사를 강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서울시와 관련 업체에 따르면 사고 전날인 14일 오후 1시 갑자기 불어난 한강물이 유입되면서 지하 공사장의 수위가 3m까지 오른 게 확인돼 시공업체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와 감리업체에 알렸다.
그러나 상수도사업본부와 감리사는 즉시 점검을 하지 않고 다음날인 15일 출근해 평소처럼 오전 점검을 한 후 이상이 없다고 판단, 근로자들을 내려 보냈다는 게 시공사 측 주장이다.
서울시는 사고 전날 수위 상승 보고가 이뤄진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보고를 '묵살'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전날 3m까지 수위가 올랐다는 것을 전달받아 다음날 감리사에 안전점검을 하도록 했는데 이상이 없다고 확인해 공사가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리사 역시 안전점검 후 시에 이상이 없다고 보고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감리사의 안전점검 보고가 시의 확인은 없이 전화상으로만 이뤄진데다 감리사 측은 시로부터 강물 유입 사실을 듣고 안전점검을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 책임 공방은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수도사업본부를 비롯해 시공사와 감리사 모두 경찰 조사와 서울시 감사를 받는 상황이어서 이번 문제 역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우기에도 지하에서 공사가 이뤄진 것에 대해 시공사인 천호건설이 낮은 신용등급과 열악한 자금사정 탓에 공사를 서둘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와 여타 시공사들에 따르면 천호건설은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D등급을 받은 상태였고 사실상 부도상태로 공사에서 빠지고 싶어했지만 여의치 않자 작업을 서둘렀다는 것이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최근에 경기가 안 좋아 천호건설이 공사를 포기하겠다는 이야기를 다른 시공사에 해 다른 시공사들이 천호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해줄 수는 없는지 물은 적이 있지만 진척은 없었
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사고를 수사 중인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천호건설의 작업일지 등을 넘겨받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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