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앞에서 제대로 된 아빠의 인상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2013 프로야구 홈런 레이스에서 우승한 이승엽(삼성)은 아들에게 강한 아빠의 인상을 심어준 것을 우승의 최대 소득으로 꼽았다.
이승엽은 18일 경북 포항구장에서 열린 홈런레이스에서 홈런 6방을 터뜨려 2개에 머문 결승 상대 나지완(KIA)을 꺾고 최고 거포의 영광을 안았다.
이날 이승엽은 아들 은혁 군을 경기장에 데려왔다. 이승엽이 경기장에 아들을 데려온 것은 이날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승엽은 앞서 열린 퓨처스리그 경기 시작 전 아들과 캐치볼을 하면서 부자간의 정을 돈독히 하더니 홈런 레이스에는 아들의 힘찬 응원을 뒤에 업고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시상대에도 아들과 함께 올라 기쁨을 만끽했다.
이승엽은 홈런 레이스 우승이 결정된 후 "내가 한참 컨디션이 좋았을 때는 아들이 태어나기 전이었다"며 "(일본에서 뛰다) 한국으로 복귀한 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도 잘 되지 않았는데 오늘 아빠가 최고의 선수였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기뻐했다.
그는 "일본에서 뛰다 2군에서 부진하던 시절 아들이 '아빠는 왜 1군에서 경기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자괴감에 빠지곤 했었다"며 이날 우승으로 제대로 된 아빠의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던 것 같았다며 웃었다.
이날 이승엽의 선배이자 삼성의 포수인 진갑용이 그의 우승을 돕는 배팅볼 투수로 나섰다.
이승엽은 "어제 연습하면서 (진)갑용 형이 배팅볼 투수로 나서겠다고 하길래 그러자고 했다"며 "타자가 치기 좋게 타이밍을 잘 맞춘 공을 던져줬다"며 진갑용에게 감사를 전했다.
우승 상금으로 300만원과 트로피, 부상으로 G마켓에서 후원하는 최신 울트라북을 받고 또 비거리에서도 가장 긴 135m짜리 홈런을 날려 최장 비거리상(부상 100만원 상당 태블릿 PC)까지 받은 이승엽은 진갑용과 상금을 어떻게 나누겠냐는 짓궂은 질문에 "7대3으로 나누고 내가 7을 갖겠다"고 대답하고는 웃었다.
그는 "우승하겠다는 마음도 없었고, 손가락이 아파서 못 나가겠다는 생각까지 했는데 이제 와 생각하니 출전을 시켜주신 감독님께 고맙다"며 류중일 삼성 감독에게 우승의 공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