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이 깃든 골대를 바꾸고 "오늘 만은 이겨야 한다"고 외쳐도 소용이 없었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이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로 7경기째 이기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수원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36라운드 포항과의 경기에서 1-0으로 앞서다 전반 31분 이명주, 후반 29분 고무열에게 연속골을 내주고 1-2로 역전패했다.
지난해 7월1일 0-5로 대패한 것을 시작으로 수원은 포항만 만나면 작아졌다. 이날까지 최근 상대 전적이 1무6패다.
5연패를 당하다 지난달 5일에는 정대세가 2골을 몰아넣으며 마침내 포항에서 승점 3을 빼앗는가 했으나 후반 추가시간 박성호에게 동점골을 허용, 2-2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이런 이유로 서정원 수원 감독은 경기 전부터 "오늘은 이길 때가 되었다고 선수들에게 얘기했다"며 전열을 불태웠다.
지난 6월 전북 현대를 상대로 8년 만에 안방에서 승리를 거두는 등 각종 '징크스'를 깨뜨린 만큼 이번에는 포항을 꺾고야 말겠다는 각오가 남달랐다.
때마침 이 경기를 앞두고 12년 만에 수원월드컵경기장 골대도 교체됐다.
3월 17일 포항과의 대결에서 4차례나 골대만 때린 끝에 0-2로 졌던 수원으로서는 '악연'을 떨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날 전반 2분 만에 산토스의 슈팅이 왼쪽 골대를 살짝 맞고 들어가면서 행운이 수원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그러나 전반 31분 골키퍼 정성룡이 이명주의 슈팅을 완전히 쳐내지 못하면서 동점골로 연결됐고, 후반 29분에는 고무열에게 역전골까지 내줬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우리 실수로 분위기 바뀌어 아쉬운 경기였다"고 패배를 곱씹었다.
그는 "수비 조직이 갖춰지려면 4명의 선수가 꾸준히 나와야 하는데 선수가 계속 바뀐다"면서 "수비진에서 경기 운영의 묘가 부족해 실수가 나왔다"고 자평했다.
여기에 국가대표 주전 골키퍼 정성룡의 아쉬운 실수도 패배의 원인이 됐다.
서 감독은 이에 대해 "골키퍼 코치와 미팅을 통해 얘기하고 여러 부분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어느 선수보다 충실히 훈련하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는 만큼 곧 벗어나리라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포항의 벽을 넘지 못한 수원은 3연패에 빠져 5위(승점 50)에 머물렀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의 마지노선인 4위(FC서울·승점 54)와의 격차는 좁아지지 않았다.
서정원 감독은 "부상 등이 맞물리다 보니 팀이 치고 올라가야 할 타이밍에 멈추게 된다"면서도 "남은 경기에서 팀을 재정비해 올인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