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외인 없이’ 2013시즌 2관왕 위업

입력 2013.12.01 (16:21)

수정 2013.12.0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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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축구', '스틸타카', '황선대원군'

6년 만에 프로축구 최강자의 자리를 되찾은 포항 스틸러스를 부르는 별명들이다.

철강 경기 악화를 이유로 모기업 포스코가 전폭적인 지원을 하지 못하면서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이 외국인 선수 없는 '토종 축구'다.

지난 시즌 막바지부터 외국인 선수 없이 팀을 이끈 황선홍 감독은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새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대신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골키퍼 신화용, 중원 사령관 황진성을 잡는 것을 택해 조직력 다지기에 나섰다.

'상위 스플릿 생존'을 목표로 두고 겨울에는 터키 전지훈련에서 현지 팀들과 상대하며 패스 축구 다듬기에 집중했다.

그러나 올시즌 K리그 클래식 문을 열자마자 포항은 초반부터 예상을 깨고 '돌풍'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5월18일 울산 현대와의 12라운드에서 1-2로 지기 전까지 6승5무를 기록, 지난 시즌을 포함해 무려 19경기에서 무패(11승8무)를 이어가며 선두 자리를 꿰찼다.

특히 겨우내 만들어 온 정교한 패스 플레이가 빛을 발하면서 16라운드까지는 '무득점 경기'가 없을 정도로 꾸준한 득점력도 뽐냈다.

지난해 신인왕인 이명주를 필두로 고무열 등 유소년 팀을 거친 패기 넘치는 20대 초반 선수들이 주축으로 자리 잡아 상승세에 이바지했다.

황지수, 황진성, 신화용 등 베테랑과의 '신구 조화'도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시즌 중간 임대와 트레이드로 영입한 신영준, 김은중 등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포항이 승승장구하면서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본떠 '스틸타카'라는 애칭이 붙었고, 외국인 선수가 없는 포항의 상황을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에 빗댄 '황선대원군의 쇄국축구'라는 말도 등장했다.

팀 구성원들이 '삼촌 리더십'으로 칭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이끌며 확실한 팀 색깔을 구축한 황선홍 감독의 지도력은 올해 들어 더욱 원숙해졌다.

확실한 해결사가 없는 상황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규리그, FA컵 등 50경기 가까이 치러야 하다 보니 한계에 봉착하기도 했다.

상·하위 스플릿이 나뉘고 강팀들과의 대결이 더 잦아지면서 고삐를 당겨야 할 시기에 치고 나가지 못했다.

팀의 '에이스' 황진성이 9월 무릎 수술을 받아 전열에서 이탈했고, 황진성의 공백을 메워주던 신진호는 앞서 8월 카타르 SC로 임대돼 힘을 보태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포항은 9월 11일 서울에 0-2로 지고 이후 4경기에서는 연속 무승부에 그쳐 울산에 선두를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FA컵에서 전북 현대를 물리치고 2연패를 달성한 것을 계기로 분위기가 살아났고, 이후 정규리그 6연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하며 결국 '더블'까지 이어졌다.

황선홍 감독이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FA컵 2연패가 절실했다"고 말할 정도로 FA컵 우승은 정규리그 우승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1일 열린 울산과의 '결승' 최종전에서는 후반 추가시간 김원일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 대역전극을 펼치며 대망의 우승까지 차지했다.

올 시즌을 거치면서 조직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데다 김승대 같은 유소년 팀 출신의 '신성'이 다시 등장하는 등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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