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골 김원일, 이번엔 ‘우승 잡는 해병대’

입력 2013.12.01 (19:08)

수정 2013.12.0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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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가장 잘한 해병'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수비수 김원일(27)은 기량만큼이나 남다른 군 복무 이력으로 유명하다.

숭실대 재학 중이던 2007년 그는 팀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귀신 잡는 해병대'에 입대, 2년가량 포항에서 근무했다.

상무나 경찰청에서 운동을 계속 하면서 병역의 의무를 다하거나 공익근무요원 등으로 근무하는 다른 선수들과는 사뭇 다르다.

복무 시절 '해병대의 (리오넬) 메시'로 불렸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해병 시절에도 김원일은 축구와 떨어지지 않았다.

포항 홈 경기 때면 관중석 한쪽에 '각을 잡고' 앉아있는 해병들로부터 가장 큰 응원의 함성을 받는 선수가 바로 김원일이다.

그는 1일 울산 문수축구장에서 열린 2013 K리그 클래식 울산 현대와의 40라운드에서 극적인 결승골로 이번에는 '귀신'이 아닌 우승을 잡았다.

0-0 무승부로 끝나면 울산의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

후반 추가시간에 접어들 때까지 포항이 파상공세를 펼치고도 좀처럼 득점하지 못하면서 우승트로피를 넘겨줄 가능성이 컸으나 드라마는 그때부터였다.

종료 직전 김재성이 프리킥을 차올리자 양팀 선수들이 울산 골대 앞에서 공방을 이어갔고, 김원일은 박성호의 발을 떠난 공을 밀어 넣어 결승골을 뽑아냈다.

울산에 승점 2 뒤진 채 경기에 나선 포항은 이 골로 1-0으로 승리, 승점 74로 울산(73)에 역전하면서 6년 만에 K리그 왕좌를 되찾았다.

김원일은 이 골로 프로축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승부를 마무리한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우승 자축 행사를 마치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그는 "처음 이런 인터뷰에 와서 긴장된다"며 "재미있게 해보겠다"는 각오(?)를 먼저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담담한 그의 말과 표정은 처음으로 많은 취재진 앞에 선 어색함이 묻어나면서도 솔직한 마음이 드러났다.

득점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제 발밑에 공이 있기에 그냥 찼다"고 밝혀 또 한 번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중요한 경기에서 골 넣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군 시절 14박15일 휴가증 걸린 대회에서 골을 넣은 적은 있는데 오늘 같은 일은 처음"이라며 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날 경기에는 울산 '철퇴 축구'의 핵심인 김신욱과 하피냐가 빠지면서 포항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이겨야만 우승할 수 있는 포항의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다.

이 경기 전까지 포항은 올 시즌 울산에 1무2패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수비수로서의 역할이 중요했던 김원일은 "김신욱과 하피냐가 없어 더 쉬운 건 사실이었지만 다른 선수의 능력이 좋아 긴장했다"면서 "지난 서울과의 경기에서 경고를 받아 교체돼 오늘은 흥분하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돌아봤다.

올해 세 번째 골을 '우승골'로 장식한 그는 "올해 국내 선수끼리 재미있게 패스 축구를 만들었다"면서 "경기장에 오면 더 박진감 있으니 경기장을 찾아달라"며 팬들에게 애교 섞인 당부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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