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골프의 에이스 박인비(26·KB금융그룹)가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박인비는 13일(현지시간) 영국 랭커셔의 로열 버크데일 골프클럽(파72·6천458야드)에서 열린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는 3개에 그치고 더블보기 1개, 보기 6개를 쏟아내 5타를 잃었다.
합계 1오버파 289타를 적어낸 박인비는 4위에 그쳤다.
우승컵은 주목을 받지 못했던 모 마틴(미국)에게 돌아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2부 투어에서 3승을 올린 것이 전부인 마틴은 18번홀(파5)에서 이글을 잡은데 힘입어 1언더파 287타로 정상에 올라 상금 45만 달러(약 4억6천만원)를 받았다. 어려운 코스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마틴은 유일하게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했다.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처음 메이저 퀸이 된 이후 2013년 한해 동안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까지 휩쓸었지만 마지막 퍼즐의 한 조각을 맞추지 못했다.
강풍이 부는 가운데 이어진 4라운드에서 1타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박인비는 전반에 버디 2개, 보기 3개로 1타를 잃었지만 다른 상위권 선수들도 부진을 면치 못해 선두를 지킬 수 있었다.
특히 9번홀(파4)에서는 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 동반플레이어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의 격차를 3타로 벌리기도 했다.
그러나 깊은 러프가 상승세를 탄 박인비의 발목을 잡았다.
10번홀(파4)에서 박인비의 티샷은 러프에 떨어졌고, 두 번째 샷은 더 깊은 러프로 날아갔다.
결국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낸 박인비는 이후 11번홀(파4) 보기, 13번홀(파4) 버디, 14번홀(파3) 보기를 써내면서 선두 자리를 내주고 펑산산(중국)을 쫓는 입장이 됐다.
이에 앞서 마틴은 18번홀(파5)에서 3번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으로 깃대를 맞히는 위협사격을 한 뒤 2m짜리 이글 퍼트를 성공, 단독 선두로 경기를 끝냈다.
펑산산이 16번홀(파4)에서 그린을 놓치면서 1타를 잃자 박인비에게 역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1∼3라운드 동안 버디를 잡았던 17번홀(파5)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한 박인비는 18번홀(파5)에서도 러프를 전전하다 보기를 적어내고 경기를 마쳤다.
마틴은 우승을 확정한 뒤 "18번홀의 샷은 내 생애 최고의 샷이었다"며 "이제는 이번 대회가 열린 로열 버크데일 코스와 사랑에 빠졌다"고 기뻐했다.
펑산산과 페테르센은 이븐파 288타를 쳐 공동 2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 중에는 박인비와 함께 지은희(28)가 공동 5위(3오버파 291타), 안선주(27)가 공동 9위(4오버파 292타)로 톱10 안에 들었다.
◇ 브리티시여자오픈 골프대회 최종순위 1위. 모 마틴 -1 287(69 69 77 72)
2위. 펑산산 E 288(73 71 69 75)
2위. 수잔 페테르센 E 288(72 73 68 75)
4위. 박인비 1 289(72 72 68 77)
5위. 제시카 코르다 3 291(72 72 73 74)
5위. 앤절라 스탠퍼드 3 291(74 72 70 75)
5위. 지은희 3 291(74 70 71 76)
5위. 훌리에타 그라나다 3 291(72 70 72 77)
9위. 로라 데이비스 4 292(75 72 72 73)
9위. 마리나 알렉스 4 292(72 76 68 76)
9위. 안선주 4 292(75 67 71 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