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조종사를 불태워 살해한 이슬람국가(IS)에 강력한 보복을 선언하고 거침없는 행보에 나선 압둘라 2세(53) 요르단 국왕에 세계인의 시선을 쏠리고 있다.
압둘라 2세 국왕은 조종사 처형 소식이 전해진 후 '가차없는 전쟁' 같은 강도 높은 언사를 동원하며 보복 공습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물론 군복을 입은 모습의 사진까지 공개하며 전의를 과시했다.
조종사 처형이 공개된 지난 3일(현지시간) 요르단 왕실의 공식 페이스북에는 방미 중인 국왕이 급거 귀국한다는 소식과 함께 군복 차림의 국왕 사진이 올라왔다. 지난해 7월 특수부대 훈련을 직접 지휘하면서 촬영한 사진이다.
국왕은 소매를 접어 올린 군복을 입고 결연한 표정으로 서 있다. 유튜브에 공개된 특수부대 훈련 영상을 보면 국왕은 군용기 입구 한복판에 서서 양옆으로 줄지어 뛰어들어가는 군인들을 격려하고 공중 강하훈련을 하는 군인들을 뒤에서 밀어주면서 적극적으로 훈련에 동참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국왕은 직접 병사들이 뛰어내릴 위치를 점검하기도 하고 낙하하는 병사들을 지켜보기도 한다.
영상 속 군인들은 자연스러운 자세로 스스럼없이 국왕에게 말을 걸거나 악수를 하고 국왕도 부하의 팔을 툭 치며 친근하게 대한다.
요르단 공군사령관을 겸하는 압둘라 2세 국왕은 왕위에 오르기 전 약 20년간 군에 복무해 그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요르단 왕가 홈페이지에 따르면 왕자 시절 영국 옥스퍼드대와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수학한 그는 영국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한 1981년부터 군 생활을 시작했다.
영국군에서 정찰임무를 수행하던 그는 1985년 요르단으로 돌아와 모국에서 본격적인 군 복무를 하면서 1996년 특전사령관까지 올랐으며 공격용 헬리콥터인 코브라 조종 자격도 갖고 있다.
보복 공언 직후 국왕이 직접 공습에 나서 IS를 타격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것도 국왕의 이 같은 이력 때문으로 보인다.
국왕이 되기 전인 1996년 영화 '스타트렉'에 단역으로 출연하는 등 왕자로서는 특이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왕자 시절인 1993년 지금의 라니아 왕비를 만나 6개월 만에 결혼했으며 1999년 즉위해 왕정의 맥을 이어왔다.
IS에 보복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에 맞춰 라니아 왕비도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6일 영국 BBC방송은 라니아 왕비가 수도 암만에서 열린 IS 보복 지지 집회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라니아 왕비는 IS 손에 희생된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의 사진을 들고 시민 수천 명과 함께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