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안갯속에 차량 100여 대가 추돌한 인천 영종대교에는 안개 관측 장비가 한 대도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기상청이 2009년부터 시행 중인 안개 특보제는 5년이 넘도록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시범 운용만 반복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인천기상대에 따르면 이날 사고 직전인 오전 9시 기준 인천공항 인근 가시거리는 600m 정도였다. 인천기상대 청사가 있는 인천시 중구 전동 일대의 가시거리는 1천500m였다.
그러나 안개로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영종대교에는 안개 관측 장비인 시정계가 한 대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인천기상대는 사고 당시 영종대교의 가시거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천기상대의 한 관계자는 "바다 쪽은 해상에서 밀려오는 안개로 육지보다 더 안개가 짙게 낀다"면서도 "영종대교에는 관측 장비가 없어 정확한 가시거리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고를 당한 운전자 대부분은 사고 당시인 이날 오전 9시 40분께 가시거리가 10m 안팎이었다고 주장했다.
기상청이 2009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안개 특보제도 5년 넘게 시범 운용 중이어서 이번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상청은 2006년 10월 서해대교에서 짙은 안개로 29중 추돌사고가 일어나 11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부상한 이후 안개특보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가시거리가 100m 이하이고 1시간 이상 지속할 때 안개주의보를 발표해 교통사고나 항공기 사고에 대비한 주의를 당부한다는 방침이었다.
당시 7개월간 시범 운용 후 같은 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했지만 5년 넘게 시범 운용만 되풀이하는 실정이다.
인천기상대의 한 관계자는 "오늘 새벽에 안개주의보가 내려졌는데 시범 운용 중이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며 "오전 5시 30분께 한국도로공사 인천지사, 국민안전처, 중부해안경비안전본부 등에 전화로 연락해 주의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개주의보가 주요 기관에만 통보되는 상황에서 해당 기관이 직접 언론 등을 통해 운전자들에게 전달하지 않으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상청 총괄예보관실의 한 관계자는 "안개는 국지적으로 일어나고 생성돼 소멸하는 시간이 짧아 예측이 어렵다"며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는 안개 특보제를 정식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