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한 대기·복사냉각 탓 영종대교 ‘짙은 안개’ 휩싸여

입력 2015.02.11 (13:45)

수정 2015.02.11 (13:46)

사상 최악의 추돌사고가 발생한 영종대교는 사고 당시 습한 대기와 복사냉각 탓에 짙은 안개에 휩싸였던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11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영종대교와 가장 가까이 있는 항공기상청에서 관측한 인천국제공항의 가시거리는 약 600m다.

영종대교에는 기상 관측 시설이 없어 사고 지점의 정확한 가시거리 측정은 불가능하다.

다만 앞서 오전 4시 30분부터 10시까지 인천공항에는 저시정 경보가 내려졌다 해제됐다. 저시정 경보는 가시거리가 400m 이하일 때 발효된다.

영종대교 서울방면에서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한 시각이 오전 9시 45분인 것을 고려할 때 사고 당시에도 영종대교 일대가 짙은 안개에 휩싸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실제로 사고 현장에서 있던 한 운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차량 앞유리에까지 안개가 낀 것 같았다"며 "사고가 난 차들이 안 보일 정도였다"고 전해 당시 안개 상황을 짐작케한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며칠 사이 잇따라 수도권 지역에 내린 눈과 비로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이 포함되면서 안개가 급격히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변에 호수, 강 등과 같이 수증기를 공급해 줄 수 있는 요건을 갖추면 다른 지역보다 복사안개가 더 쉽게 발생하는데, 영종대교의 경우 인접한 바다에서 수증기가 대거 공급됐다.

평소에도 이 일대에는 바다로 둘러싸인 지형 특성상 종종 해무가 짙게 낀다.

기상청 관계자는 "수도권 지역에 연이어 내린 눈과 비로 대기가 평소보다 훨씬 더 습했다"며 "여기에 복사 냉각으로 밤사이 기온이 내려가면서 내륙에는 복사 안개가, 해안가에는 해무가 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2006년에도 서해대교 북단에서 복사냉각 현상에 따른 짙은 안개로 29중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 6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안개는 기상현상이긴 하지만 지형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탓에 국지적으로 발생한다. 게다가 관측망이 없어 운전자 등에게 정확한 안개 정보를 제공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이에 따라 기상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수도권에서 '안개특보' 시범운영을 시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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