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듯, 익숙지 않은, 익숙할 것만 같은 종목이었나 보다.
빙속 스케이트를 신고 돌아온 박승희(23·화성시청)가 기본부터 배우겠다며 자기반성에 나섰다.
박승희는 25일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96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일반부 500m에서 40초60의 기록으로 2위에 올랐다.
우승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잔뼈가 굵은 이보라(29·동두천시청)가 40초34의 기록으로 차지했다.
박승희는 경기 후 "조금씩 하다 보니 스피드스케이팅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다"며 "알면 알수록 어려워진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종목을 바꾸고 나서 곧장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었고, 바로 국제대회에 나가는 등 정신없는 한 해를 보냈다"고 숨 가빴던 시즌을 돌아봤다.
지난해 10월 종목 전향을 공식 선언한 박승희는 그달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태극마크를 달았고 11월에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빙속 월드컵 2차 대회에 출전해 여자 1,000m 디비전A(1부리그)에서 10위에 들었다.
이렇게 눈부신 상승세를 이어왔음에도 그간의 성과에 도취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박승희는 "쇼트트랙과 비슷할 줄 알았는데 완전히 다르더라"며 "지난해는 뭔가 많이 배운 시즌은 아니었다. 기본적인 자세부터 다시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들의 레이스를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레인을 고수하면서 오직 빠른 기록을 노리는 스피드스케이팅은 중심 이동과 신체 균형 등 여러 면에서 쇼트트랙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는 "다른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보면 저는 몸을 유연하게 쓰지 못하는 편"이라며 "골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균형도 안 맞는 편이어서 이런 부분을 많이 연습해야 할 것 같다"고 봤다.
박승희는 이날 500m에 이어 26일 1,000m에 출전한다. 500m에 비해 곡선 주로가 많은 1,000m는 쇼트트랙의 거친 코너링으로 다져진 박승희에게 더 유리할 수도 있는 종목이다.
박승희 역시 "아무래도 1,000m가 더 여유 있어서 (기록이) 낫게 나올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역시 기록보다 기본자세에 맞춰져 있었다.
박승희는 "월드컵 이후 한국에 와서 1주일가량 스피드업보다는 기본자세를 연습했다"며 "기본을 충실히 하려고 했기 때문에 기록이 잘 나올 수는 없을 것"이라고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