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감독, 다른 팀에 지는 것보다는 삼성 출신 감독이 있는 팀에 지는 게 조금 덜하겠죠. 김세진 감독이 저하고 오랜 시간 같이 했으니까…."
7년의 왕좌에서 내려온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이 담담한 듯, 허탈한 듯 익숙지않은 패배를 곱씹었다.
삼성화재는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하며 우승을 OK저축은행에 내줬다.
삼성화재가 7시즌 연속 쏘아 올렸던 챔프전 축포는 이번엔 OK저축은행 차례였다.
신 감독은 "한 세트라도 따서 다행"이라며 "챔프전 온 것만 해도 잘했다. 열심히 했는데 끝마무리가 별로 안 좋았다. 다음 시즌을 잘 준비해야겠다"고 입을 뗐다.
신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지난달 18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언젠가는 질 텐데 기왕이면 나와 오랫동안 같이 한 사람에게 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며 "그런 면에서 이번 챔프전은 마음 편하게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과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 등 과거 삼성화재에서 신치용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던 포스트시즌 진출 팀 감독들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패배를 예견했던 것일까. 신 감독은 "우승할 만한 팀이 우승했다고 생각한다"며 "OK저축은행은 정규시즌 전 미디어데이 때도 강력한 우승후보라고 제가 말했다"고 되뇌었다.
사실상 유일한 득점원 레안드로 레이바 마르티네스(레오)의 부진, 토종 주포 박철우의 입대, 줄곧 프로배구 정상권에 머무르면서 좋은 신인 선수를 수혈하지 못한 데서 오는 선수 부족이 삼성화재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신 감독은 "공격수가 한 명뿐인데 무슨 시합을 하겠나"며 "선수가 정규시즌보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감독 책임이지만, 레오를 보니 역시 외국인 선수는 3년차가 되면 '머리가 커진다'는 것을 느낀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곧 황동일과 지태환까지 입대하는데, 이제 믿을 건 FA 선수가 있으면 기대해보는 것밖에 없다. 우리한테는 프로에서 뛰기 어려운 선수들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현상이 반복됐다"고 '정상의 이면'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정규시즌은 관리해가면서 흐름만 타면 되는데 포스트시즌은 힘대힘 싸움이라 다르다"며 "박철우 자리가 그랬다. 정규시즌서는 황동일이나 김명진으로 그때그때 때웠는데 챔프전에서는 전혀 안 됐다"고 씁쓸해했다.
챔프전은 놓쳤지만, 삼성화재는 여전히 4시즌 연속 정규리그 정상을 수성한 강호다.
신 감독은 "다음 시즌을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는 간명한 다짐을 남기고 경기장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