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현장] 북한에서 이혼하고 와라?

입력 2006.07.03 (09:28) 수정 2006.07.0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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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엔 이혼율이 너무 높다보니까 이혼을 너무 쉽게 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있습니다만, 이같은 이혼이 꼭 필요한 데 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혼이 꼭 필요한 데 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일까요?

최영철 기자와 그 사연 알아봅니다.

최 기자. 이 분들, 재혼을 위해 이혼이 꼭 필요하다구요?

<리포트>

네, 북한에 배우자를 두고 탈북한 사람들이 여기서 재혼을 하려면 북한의 배우자와 먼저 이혼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게 현실이죠. 생사를 모르는 배우자를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고, 재혼을 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자니 걸리는 건 많고,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탈북 해서 서울에 산지 2년째 되는 46살 박태석씨.

최근 교제하는 여성과의 재혼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북한에 아내가 있어 호적 정리 문제가 걸림돌이 됐기 때문인데요.

<인터뷰> 박태석(탈북자) "대한민국 사람들 오늘 결혼했다가 이혼했다가 하니, 자유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한테는 이런 자유가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서로 결국은 막 살다가 결혼도 안한 상태에서 그냥 살면 되지 않냐...이렇게 말하는데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고..."

국내에 입국하면서 북한에 아내가 있다고 진술해, 호적상에 아내가 기재돼 있는 상태.

때문에 우선적으로 이혼을 해야 한다는 건데, 북한에 있는 아내와의 이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그래서 답답할 뿐입니다.

<인터뷰> 박태석(탈북자): "통일까지 생각하고 그러면 통일 될 때까지 다 혼자 살고 가족이란 것이 통일 될 때까지 다 없어야지... 그것 생각하면 어떻게 살아요. 안 그래요? 통일이 50년 있다 되는지 10년 있다 되는지 빨리 돼 가지고 빨리 합친다고 장담하면 왜 구태여 장가가려고 하고 가정 꾸리려고 하겠어요."

북한에 생사조차 알 수 없는 남편을 두고 있는 이정순씨는 또 다른 탈북자 남성과 지금 1년 가까이 동거 상태입니다.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부부 관계이다 보니 힘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데요.

<인터뷰> 이정순(탈북자): "내가 지금 이렇게 사정이 (동거 때문에) 곤란해지니까 제가 너무 하루 하루가 힘들어요.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들 내가 한 걸음 한 걸음 이끌어주고 내가 본이 되어야 하는데 내 생활이 엉망인 거예요."

김씨와 함께 탈북한 아이들의 경우는 김씨 호적에 올라 있으니 괜찮지만 이런 사실혼 관계에서 아이가 생겨도 호적에 올릴 수 없어 문제가 생긴 경우도 있습니다.

올해 37살의 탈북자 김미정씨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습니다. 법적으로 북한에 있는 남편 아닌 남편을 안고 사는 김씨의 이성교제가 맘 편할 리 없는데요.

<인터뷰> 김미정(탈북자): "주위에서 사람들이 좋은 사람 소개해 준다고 말씀하셔도 제가 배짱이 안 생기는 거예요. 담력이 없고 빚진 것처럼 머리가 벌써 수그러드는 거예요. "예... 볼게요. 소개해 주세요." 이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대답이 안 나가는 거예요."

정씨는 법원에 이혼소송을 낸 상태... 하지만 마땅한 법적 해결책이 없는 만큼 언제 해결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그저 기다리고만 있을 뿐입니다.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탈북자 수는 천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청하 (탈북자단체 사무국장): "여기서는 나중에 통일 후든가 또 현재 함께 생활하고 있는 남편의 그 부인이 다시 여기 온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걸 누가 책임질 사람이 없다.(라고 하는데...) 그래서 우리가 그렇게 강력하게 제기(이혼소송)를 하는데 법적으로 해결이 안 되는 겁니다. "

그래서 법원을 찾아가 봤는데요. 탈북자들의 이혼 관련 소송은 200여 건에 이른 상태, 나날이 늘고 있는 추세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종택 (판사):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국회에서 조속히 대체 입법이 마무리 지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민법에는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않을 때 등의 경우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돼 있지만 이들 탈북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중혼의 문제로, 통일 뒤 생길 여러 법적 문제 때문인데요.

<인터뷰> 이강훈 (변호사): "남북대치 상황인 그런 상황에서 어떤 혼인관계를 지속 할 수 없는 그런 상황들이 있는데 제도적으로 특별한 법률을 제정을 해서 이혼에 대한 어떤 사유를 신설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됩니다."

이 때문에 여러 해에 걸쳐 국회에 이와 관련된 특별법이 제출됐지만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이화영 (국회의원): "북한 이탈 주민이 남쪽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밀 수 있도록 이혼 특례 조항을 두어서 이분들이 우리 법원에 이혼 소송을 내면 사실상 북한에 계신 분하고 이혼을 하고 남쪽에서 새로운 가정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법안이 주요 내용입니다. 상임의회에 적극적으로 제안을 해서 반드시 이번 정기국회에 통과시키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

자유를 찾기 위해 대한민국을 찾은 탈북자들.. 이들은 지금 보다 더 큰 행복을 위해 또 다른 법적 자유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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