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실정법 위반해도 버티면 그만

입력 2008.05.09 (21:55) 수정 2008.05.0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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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새 정부 주요 공직자의 재산 공개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에서 한가지 꼭 짚어볼 문제가 있습니다.
상당수가 실정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지만 책임지는 자세는 없고 모두 어물쩍 넘어가고 있습니다.
탐사보도팀 박중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김병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현지 위장전입을 통해 사들였던 충남 아산 농지입니다.

하지만 이 땅은 김 수석의 재산신고 목록에 들어있지 않습니다.

청와대 수석으로 내정되자 땅을 동생에게 증여해 소유권을 넘겼기 때문입니다.

위장전입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서둘러 땅을 처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김 수석은 동아시아연구원에 5억 원의 기부금 출연 약속을 지키기위해 동생에게 땅을 증여해주고 5억 원을 받아 기부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취재팀이 동아시아연구원의 계좌를 확인한 결과 땅 처분 이후 김 수석은 기부금을 낸 사실이 없고, 엉뚱하게 김수석의 동생이 지난 3월 4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당초 자신이 약속한 기부금을 내기 위해 땅을 처분했다는 김 수석의 말은 잘못 전달됐거나 거짓 해명이었던 셈입니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동생 이름을 빌린 것이라면 사실상 동생에게 땅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기부금을 낸 것이기 때문에 수억원 대의 양도소득세를 물어야하지만 증여하는 방식을 택해 세금을 크게 줄였습니다.

김병국 수석은 또 천억원 대 자산을 보유한 부동산임대업체의 등기이사로 재직하다 KBS 보도가 나가자 이사직에서 물러났고, 또 다른 부동산업체의 감사로 있다는 보도가 추가로 나오자 그때서야 감사직 사임을 등기했습니다.

김수석은 위장전입은 물론 국가 공무원법을 위반하고 재산을 축소 신고한 사실도 드러났지만 실정법 위반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농지법 등을 위반했거나 위반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다른 공직자들도 마찬가집니다.

퇴직 후 농사지으려 농지를 샀을 뿐이다.

실정법 위반인 줄 몰랐다.

남편이 상의없이 위장전입했다(이봉화) 아버지기 한 일로 자신은 몰랐다. 해명했을 뿐입니다.

현행 주민등록법 37조입니다.

위장전입이 드러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농지법 위반도 비슷한 형사처벌을 받습니다.

실제 지난해 이런 법 조항을 어겨 고발 조치된 일반 시민들은 수백 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고위 공직자들은 법을 제대로 몰랐다는 등의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특히 고위공직자들을 감독해야할 청와대는 오히려 비서관들이 지난 7일 재산을 공개하기 이전에 이른바 '재산공개 내부지침'을 내리기까지 했습니다.

문제 있는 땅이나 주식은 팔고 안 낸 세금은 내도록 해 불법사실을 지우고 허물을 없애도록 한 것입니다.

<인터뷰> 김민영(참여연대 사무처장) : "고위 관료들이 불법을 저지르고도 자기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면 하위직 공무원들이 과연 공직자 윤리법을 지킨다든가 실정법을 지키려고 하겠습니까?"

실정법을 위반해도 버티면 그만이고, 청와대가 흠결 은폐하기에 앞장서면서 공직자 윤리법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중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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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실정법 위반해도 버티면 그만
    • 입력 2008-05-09 21:15:18
    • 수정2008-05-09 21: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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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새 정부 주요 공직자의 재산 공개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에서 한가지 꼭 짚어볼 문제가 있습니다. 상당수가 실정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지만 책임지는 자세는 없고 모두 어물쩍 넘어가고 있습니다. 탐사보도팀 박중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김병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현지 위장전입을 통해 사들였던 충남 아산 농지입니다. 하지만 이 땅은 김 수석의 재산신고 목록에 들어있지 않습니다. 청와대 수석으로 내정되자 땅을 동생에게 증여해 소유권을 넘겼기 때문입니다. 위장전입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서둘러 땅을 처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김 수석은 동아시아연구원에 5억 원의 기부금 출연 약속을 지키기위해 동생에게 땅을 증여해주고 5억 원을 받아 기부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취재팀이 동아시아연구원의 계좌를 확인한 결과 땅 처분 이후 김 수석은 기부금을 낸 사실이 없고, 엉뚱하게 김수석의 동생이 지난 3월 4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당초 자신이 약속한 기부금을 내기 위해 땅을 처분했다는 김 수석의 말은 잘못 전달됐거나 거짓 해명이었던 셈입니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동생 이름을 빌린 것이라면 사실상 동생에게 땅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기부금을 낸 것이기 때문에 수억원 대의 양도소득세를 물어야하지만 증여하는 방식을 택해 세금을 크게 줄였습니다. 김병국 수석은 또 천억원 대 자산을 보유한 부동산임대업체의 등기이사로 재직하다 KBS 보도가 나가자 이사직에서 물러났고, 또 다른 부동산업체의 감사로 있다는 보도가 추가로 나오자 그때서야 감사직 사임을 등기했습니다. 김수석은 위장전입은 물론 국가 공무원법을 위반하고 재산을 축소 신고한 사실도 드러났지만 실정법 위반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농지법 등을 위반했거나 위반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다른 공직자들도 마찬가집니다. 퇴직 후 농사지으려 농지를 샀을 뿐이다. 실정법 위반인 줄 몰랐다. 남편이 상의없이 위장전입했다(이봉화) 아버지기 한 일로 자신은 몰랐다. 해명했을 뿐입니다. 현행 주민등록법 37조입니다. 위장전입이 드러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농지법 위반도 비슷한 형사처벌을 받습니다. 실제 지난해 이런 법 조항을 어겨 고발 조치된 일반 시민들은 수백 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고위 공직자들은 법을 제대로 몰랐다는 등의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특히 고위공직자들을 감독해야할 청와대는 오히려 비서관들이 지난 7일 재산을 공개하기 이전에 이른바 '재산공개 내부지침'을 내리기까지 했습니다. 문제 있는 땅이나 주식은 팔고 안 낸 세금은 내도록 해 불법사실을 지우고 허물을 없애도록 한 것입니다. <인터뷰> 김민영(참여연대 사무처장) : "고위 관료들이 불법을 저지르고도 자기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면 하위직 공무원들이 과연 공직자 윤리법을 지킨다든가 실정법을 지키려고 하겠습니까?" 실정법을 위반해도 버티면 그만이고, 청와대가 흠결 은폐하기에 앞장서면서 공직자 윤리법은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중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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