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비현실적 광우병 검사 할당

입력 2008.07.0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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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는 오는 2010년까지 우리나라도 광우병위험 통제국가로 인증받겠다며 각 자치단체에 광우병 검사 강화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은 없이 검사실적만 지나치게 많이 할당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송수진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국제수역사무국, OIE는 광우병 검사를 기준으로 나라별 광우병 위험도를 평가합니다.

'광우병 청정국'이라고 자신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올해 평가를 신청했지만 검사 실적이 낮아 평가에서 탈락했습니다.

광우병 통제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모두 27만 2천 점을 얻어야 하지만 현재까지 확보된 점수는 9만 7천 점.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정부는 오는 2010년까지 미국과 같은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로 인증받게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부족한 점수를 각 지자체에 할당했습니다. 서울은 만 천여 점, 경기도는 3만 천여 점, 충남은 만6천여 점, 그리고 경북은 2만6천여 점을 확보하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 점수는 지자체에 따라 지난해 실적의 3배에서 7배에 이르고, 특히 경남의 경우 지난 7년 동안 확보한 점수의 2배를 여섯 달 안에 채워야 하는 실정입니다.

할당된 점수를 채우지 못한 지자체는 연말 방역사업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가장 효율적인 점수 확보는 최대 750점을 받을 수 있는 '주저앉는 소'를 많이 검사하는 겁니다.

하지만 지난해 경남지역에서 비슷한 증상을 보인 소는 전체 도축 두수 31만 마리 가운데 8마리에 그쳤습니다.

<인터뷰>강효봉(경상남도축산과장) : "유사 증상소를 발견하기가 어려워서 그에 따른 점수 확보가 상당히 어려움에 처해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주저앉는 소가 없으면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해 도축하는 소를 검사해야 하지만, 한 마리를 검사하는데 8시간 넘게 걸리는 데 비해 점수는 최대 1.6점에 불과합니다.

지자체에 따라 많게는 만 마리 이상 검사해야 할당 점수를 겨우 채울 수 있습니다.

<인터뷰>박정석(경상남도 축산진흥연구소장) : "농가와 축협 각 시군을 중심으로 신고에 대한 홍보활동을 더 강화할 예정입니다."

예산과 인력은 더 문젭니다.

경남의 경우 할당된 점수는 지난해보다 300% 증가했지만 배정된 예산은 8천 4백 만 원으로 고작 16% 늘어났을 뿐입니다.

필요한 검사 시약의 5분의 1도 구매할 수 없는 금액입니다.

검사 인력도 지자체별로 한 명에서 두 명꼴입니다.

<인터뷰>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 : "인력을 크게 늘리진 않을 거 같아요. 예산 짜는 거는 아직 기획 재정부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얻기 위해 정부는 평가를 서두르고 있지만 치밀한 준비 없이 서두르기만 해서는 통제국 지위 달성이 요원해보입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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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비현실적 광우병 검사 할당
    • 입력 2008-07-03 2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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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는 오는 2010년까지 우리나라도 광우병위험 통제국가로 인증받겠다며 각 자치단체에 광우병 검사 강화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은 없이 검사실적만 지나치게 많이 할당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송수진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국제수역사무국, OIE는 광우병 검사를 기준으로 나라별 광우병 위험도를 평가합니다. '광우병 청정국'이라고 자신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올해 평가를 신청했지만 검사 실적이 낮아 평가에서 탈락했습니다. 광우병 통제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모두 27만 2천 점을 얻어야 하지만 현재까지 확보된 점수는 9만 7천 점.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정부는 오는 2010년까지 미국과 같은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로 인증받게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부족한 점수를 각 지자체에 할당했습니다. 서울은 만 천여 점, 경기도는 3만 천여 점, 충남은 만6천여 점, 그리고 경북은 2만6천여 점을 확보하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 점수는 지자체에 따라 지난해 실적의 3배에서 7배에 이르고, 특히 경남의 경우 지난 7년 동안 확보한 점수의 2배를 여섯 달 안에 채워야 하는 실정입니다. 할당된 점수를 채우지 못한 지자체는 연말 방역사업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가장 효율적인 점수 확보는 최대 750점을 받을 수 있는 '주저앉는 소'를 많이 검사하는 겁니다. 하지만 지난해 경남지역에서 비슷한 증상을 보인 소는 전체 도축 두수 31만 마리 가운데 8마리에 그쳤습니다. <인터뷰>강효봉(경상남도축산과장) : "유사 증상소를 발견하기가 어려워서 그에 따른 점수 확보가 상당히 어려움에 처해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주저앉는 소가 없으면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해 도축하는 소를 검사해야 하지만, 한 마리를 검사하는데 8시간 넘게 걸리는 데 비해 점수는 최대 1.6점에 불과합니다. 지자체에 따라 많게는 만 마리 이상 검사해야 할당 점수를 겨우 채울 수 있습니다. <인터뷰>박정석(경상남도 축산진흥연구소장) : "농가와 축협 각 시군을 중심으로 신고에 대한 홍보활동을 더 강화할 예정입니다." 예산과 인력은 더 문젭니다. 경남의 경우 할당된 점수는 지난해보다 300% 증가했지만 배정된 예산은 8천 4백 만 원으로 고작 16% 늘어났을 뿐입니다. 필요한 검사 시약의 5분의 1도 구매할 수 없는 금액입니다. 검사 인력도 지자체별로 한 명에서 두 명꼴입니다. <인터뷰>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 : "인력을 크게 늘리진 않을 거 같아요. 예산 짜는 거는 아직 기획 재정부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얻기 위해 정부는 평가를 서두르고 있지만 치밀한 준비 없이 서두르기만 해서는 통제국 지위 달성이 요원해보입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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