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새벽, 마지막 55분 행적

입력 2009.05.2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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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나흘전 새벽 봉화산을 올랐던 노전 대통령, 그 심정이 어떠했을까요.

손원혁 기자가 같은 시간,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리포트>

짙게 내려앉았던 어둠이 갓 사라진 새벽 5시 50분.

사저 문을 나선 노 전 대통령은 포장도로를 내려와 농부들만 간간이 보이는 밭사이의 잘다져진 회색빛 흙길을 걸어갔습니다.

이윽고 다다른 돌계단, 낯 익은 봉화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나무계단과 배웅하듯 서 있는 큰 바위를 지나고... 봉화산 정상인 사자바위와 부엉이 바위로 가는 갈림길.

노 전 대통령은 마을과 좀 더 가까운 부엉이 바위를 택했습니다.

여느 때 같으면 불과 15분 걸렸을 이 길을, 그 날은 30분 넘게 걸어 올랐습니다.

평소보다 천천히 걸으면서 고인는 무엇을 생각했던 것을까?

5분을 머물다 이제는 빠른 걸음으로 '정토원'으로 향했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 위패가 모셔진 곳입니다.

<녹취> 정토원 관계자 : "몇 개월 만에 외출인데 금새 부엉이 바위만 왔다가 가고(안 하죠.) 그날 경호원이 다녀 갔다는데, 둘이 와서 경호원이 지나갔다니까..."

마음을 이미 굳힌 듯 부모님에게 올렸을 하직 인사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정토원에 들른 뒤 노 전 대통령은 곧장 부엉이 바위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얕은 계곡물 위에 놓인 짧은 다리를 지나 다시 오른 부엉이 바위, 손에 잡힐 듯 마을이 내려다보입니다.

평범한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을 꿈꿨던 그는 부엉이 바위에서 하늘로 떠나갔습니다.

봉하마을에서 KBS 특별취재단 손원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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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일 새벽, 마지막 55분 행적
    • 입력 2009-05-26 21:30:47
    뉴스 9
<앵커 멘트> 나흘전 새벽 봉화산을 올랐던 노전 대통령, 그 심정이 어떠했을까요. 손원혁 기자가 같은 시간,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리포트> 짙게 내려앉았던 어둠이 갓 사라진 새벽 5시 50분. 사저 문을 나선 노 전 대통령은 포장도로를 내려와 농부들만 간간이 보이는 밭사이의 잘다져진 회색빛 흙길을 걸어갔습니다. 이윽고 다다른 돌계단, 낯 익은 봉화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나무계단과 배웅하듯 서 있는 큰 바위를 지나고... 봉화산 정상인 사자바위와 부엉이 바위로 가는 갈림길. 노 전 대통령은 마을과 좀 더 가까운 부엉이 바위를 택했습니다. 여느 때 같으면 불과 15분 걸렸을 이 길을, 그 날은 30분 넘게 걸어 올랐습니다. 평소보다 천천히 걸으면서 고인는 무엇을 생각했던 것을까? 5분을 머물다 이제는 빠른 걸음으로 '정토원'으로 향했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 위패가 모셔진 곳입니다. <녹취> 정토원 관계자 : "몇 개월 만에 외출인데 금새 부엉이 바위만 왔다가 가고(안 하죠.) 그날 경호원이 다녀 갔다는데, 둘이 와서 경호원이 지나갔다니까..." 마음을 이미 굳힌 듯 부모님에게 올렸을 하직 인사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정토원에 들른 뒤 노 전 대통령은 곧장 부엉이 바위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얕은 계곡물 위에 놓인 짧은 다리를 지나 다시 오른 부엉이 바위, 손에 잡힐 듯 마을이 내려다보입니다. 평범한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을 꿈꿨던 그는 부엉이 바위에서 하늘로 떠나갔습니다. 봉하마을에서 KBS 특별취재단 손원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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