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번역 엉터리…“한글본 인식 바뀌어야”

입력 2011.04.19 (22:05) 수정 2011.04.1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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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현재 우리나라는 5개 나라와 FTA를 발효했고 세개 나라와는 FTA를 체결했습니다.

호주 캐나다 등 열 두개 나라와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꼼꼼히 살펴봐야 겠습니다.

FTA협정문에서 잘못된 번역이 또 다시 나왔습니다.

먼저 김태형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국과 싱가포르의 FTA 협정문입니다.

KBS 취재 결과, 금융 관련 용어에서 잇따라 번역 오류가 드러났습니다.

인수와 모집으로 옮겨야 할 부분이 "인수와 배분"으로 번역돼 있습니다.

"유통증권"은 "양도 가능한 상품"으로, "자기계좌 또는 고객계좌"는 "자기 또는 고객위탁매매서비스"로 역시 잘못 번역돼 있습니다.

이들 번역 오류는 한미와 한-EU FTA 협정문에서도 똑같이 발견됩니다.

즉, 2005년 한국과 싱가포르 FTA를 잘못 번역하고, 이를 기준 삼아 2007년 한미 FTA에서 베낀 뒤, 2010년 한-EU FTA 협정문에 다시 한번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외교통상부 관계자 (음성 변조) : "저희가 EU 협정문에서도 거의 비슷한 단어를 고쳤으니까, (한-싱가포르의 경우도) 같은 성격인 것 같습니다. 지금 단계에서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고요."

상식 수준의 경제 용어조차도 잘못 번역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한-EU FTA 협정문은 OECD, 즉 "경제협력개발기구"를 "경제개발협력기구"로, "손해사정서비스"를 "청구결산서비스"로, "한국예탁결제원"을 "증권예탁결제원"으로 잘못 번역했습니다.

특히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국채" 대신 미국식 표현인 "재무부 채권"으로 번역한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FTA 번역에 참여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외교통상부는 한-싱가포르 FTA를 포함해 FTA 협정문 전체를 다시 검독할 것이라면서, 자세한 내용은 검독이 끝난 다음 설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태형입니다.

<앵커 멘트>

제가 지금 들고 있는 게 한 미FTA협정문입니다.

꽤 두껍죠? 이렇게 많은 분량을 금새 번역하다보니 실수한 거다, 해명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송현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미 FTA 협정문입니다.

원산지 규정 몇십 쪽만 봐도 '동식물성'이라 해야 할 곳에서 식물성이 빠지고, 사전에도 없는 단어가 곳곳에서 등장합니다.

재검독에 나선 통상교섭본부는 한-미 FTA에서도 이렇게 백 건이 넘는 오류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상교섭본부가 진단한 오류의 주원인은 번역 기간이 짧아 업무량이 많고, 예산은 없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종훈 (지난 4.4) : "예산 제약으로 외부 전문기관 검증 못 받아."

그러나 한-EU FTA의 경우, 번역료로 아낀 돈은 2억 3천여 만원.

정부가 지난 3년간 한미 FTA 홍보에 집행한 2백20억여 원의 1/100 수준입니다.

전문가들은 법적 효력을 따질 때 어차피 관례상 '영어'라며 영문을 우선시해 온 관행과 인식이 오역 사태의 큰 배경이라고 진단합니다.

<인터뷰> "대부분 기업이 영어본보다는 아마 자국 언어로 된 한글본을 볼 겁니다.그 경우 영어본과 한글본의 불일치가 있어 국내 기업들이 손해를 본다면 그 손해는 누가 보상할 것이며.."

통상교섭본부는 출범 십 년이 지난 이제야 번역 검독팀을 만든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이 검독팀 예산은 내년에나 배정돼 당장은 임시방편으로 대처해야 할 상황입니다.

KBS 뉴스 송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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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TA 번역 엉터리…“한글본 인식 바뀌어야”
    • 입력 2011-04-19 22:05:02
    • 수정2011-04-19 22: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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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현재 우리나라는 5개 나라와 FTA를 발효했고 세개 나라와는 FTA를 체결했습니다. 호주 캐나다 등 열 두개 나라와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꼼꼼히 살펴봐야 겠습니다. FTA협정문에서 잘못된 번역이 또 다시 나왔습니다. 먼저 김태형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국과 싱가포르의 FTA 협정문입니다. KBS 취재 결과, 금융 관련 용어에서 잇따라 번역 오류가 드러났습니다. 인수와 모집으로 옮겨야 할 부분이 "인수와 배분"으로 번역돼 있습니다. "유통증권"은 "양도 가능한 상품"으로, "자기계좌 또는 고객계좌"는 "자기 또는 고객위탁매매서비스"로 역시 잘못 번역돼 있습니다. 이들 번역 오류는 한미와 한-EU FTA 협정문에서도 똑같이 발견됩니다. 즉, 2005년 한국과 싱가포르 FTA를 잘못 번역하고, 이를 기준 삼아 2007년 한미 FTA에서 베낀 뒤, 2010년 한-EU FTA 협정문에 다시 한번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녹취> 외교통상부 관계자 (음성 변조) : "저희가 EU 협정문에서도 거의 비슷한 단어를 고쳤으니까, (한-싱가포르의 경우도) 같은 성격인 것 같습니다. 지금 단계에서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고요." 상식 수준의 경제 용어조차도 잘못 번역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한-EU FTA 협정문은 OECD, 즉 "경제협력개발기구"를 "경제개발협력기구"로, "손해사정서비스"를 "청구결산서비스"로, "한국예탁결제원"을 "증권예탁결제원"으로 잘못 번역했습니다. 특히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국채" 대신 미국식 표현인 "재무부 채권"으로 번역한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FTA 번역에 참여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외교통상부는 한-싱가포르 FTA를 포함해 FTA 협정문 전체를 다시 검독할 것이라면서, 자세한 내용은 검독이 끝난 다음 설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태형입니다. <앵커 멘트> 제가 지금 들고 있는 게 한 미FTA협정문입니다. 꽤 두껍죠? 이렇게 많은 분량을 금새 번역하다보니 실수한 거다, 해명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송현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미 FTA 협정문입니다. 원산지 규정 몇십 쪽만 봐도 '동식물성'이라 해야 할 곳에서 식물성이 빠지고, 사전에도 없는 단어가 곳곳에서 등장합니다. 재검독에 나선 통상교섭본부는 한-미 FTA에서도 이렇게 백 건이 넘는 오류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상교섭본부가 진단한 오류의 주원인은 번역 기간이 짧아 업무량이 많고, 예산은 없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종훈 (지난 4.4) : "예산 제약으로 외부 전문기관 검증 못 받아." 그러나 한-EU FTA의 경우, 번역료로 아낀 돈은 2억 3천여 만원. 정부가 지난 3년간 한미 FTA 홍보에 집행한 2백20억여 원의 1/100 수준입니다. 전문가들은 법적 효력을 따질 때 어차피 관례상 '영어'라며 영문을 우선시해 온 관행과 인식이 오역 사태의 큰 배경이라고 진단합니다. <인터뷰> "대부분 기업이 영어본보다는 아마 자국 언어로 된 한글본을 볼 겁니다.그 경우 영어본과 한글본의 불일치가 있어 국내 기업들이 손해를 본다면 그 손해는 누가 보상할 것이며.." 통상교섭본부는 출범 십 년이 지난 이제야 번역 검독팀을 만든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이 검독팀 예산은 내년에나 배정돼 당장은 임시방편으로 대처해야 할 상황입니다. KBS 뉴스 송현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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