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홈쇼핑 횡포에 등골 휘는 납품업체

입력 2014.04.10 (21:28) 수정 2014.04.1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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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홈쇼핑은 직접 TV를 보며 주문하기 때문에 유통 단계가 줄어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사고 중소기업엔 판로 확대 효과를 기대하며 20년 전에 도입했는데요.

불황에도 홈쇼핑 6개 업체의 매출액은 최근 20년 동안 2500배나 급신장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납품업체에서 뒷돈을 받은 롯데 홈쇼핑 임직원 5명이 구속되는 등 납품 중소기업에 대한 홈쇼핑 업체의 횡포와 불공정 거래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정다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홈쇼핑 채널에서 여행 상품을 팔기로 계약한 김 모 씨.

계약 당시 전파 사용료는 3천6백만 원, 수수료는 판매액의 7%였습니다.

그런데 방송 하루 전 갑자기 홈쇼핑 업체로부터 새 계약서를 받았습니다.

수수료는 2%를 더 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여행사 대표 : "거부할 수 없죠. 이미 방송이 다 잡혀 있고 또 깨려고 하면 그것도 나중에 어떤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받기도 했죠."

계약서를 쓰지 않고 말로만 계약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보통 판매액의 20~40%를 수수료로 요구합니다.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는 매출과 상관 없이 최고 1억 5천만 원까지 전파 사용료로 요구합니다.

사은품 제공과 모델료까지 납품업체에 떠넘깁니다.

<녹취> 납품업체 팀장 : "카드 할부 수수료가 됐든 뭐가 됐든 이런 모든 혜택들이 저희의 부담인 거죠. 모든 게..."

홈쇼핑 업체 목표치만큼 팔리지 않으면 재고 처리 비용도 납품업체 몫입니다.

<인터뷰> 납품업체 대표 : "그 많은 걸 어디 팔아먹을 수도 없는 거고, 나중엔 기증 비슷하게 했어요. 창고는 치워야 하니까. 결국 부도 났는데..."

홈쇼핑이 요구하는 대로 제품 수량을 확보했는데도 방송 시간을 잡아주지 않아 제품이 모두 재고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기자 멘트>

의류에서 주방용품까지 안 파는 게 없는 홈쇼핑 스튜디오입니다.

여기서 판매 방송을 몇 시에, 몇 번 하느냐에 따라 판매 실적이 달라지죠.

TV를 보는 사람이 많은 황금 시간대 매출을 살펴볼까요?

평일 밤 10시에서 11시 사이 주문 액수는 6억 원이 넘습니다.

주문이 적은 새벽 1시대보다 4배가량 물건이 더 잘 팔립니다.

이렇다 보니 방송 시간 배정권을 갖고 있는 홈쇼핑 직원들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황금시간대를 배정받기 위해서는 납품 중소기업이나 상품공급 중개업자가 홈쇼핑 직원들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존데요.

이 과정에서 슈퍼갑인 홈쇼핑 직원들이 납품업체에 금품을 요구하는 일까지 있는 겁니다.

홈쇼핑 직원이 지인의 계좌로 수억 원대 뒷돈을 받거나 고급 수입차 리스비를 납품업체가 대납하기도 했습니다.

납품업체에 돈을 빌려주고 연 60%의 이자를 받아 챙긴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런 비리로 2012년 홈쇼핑 6개 업체 중 4개가 무더기로 적발됐었죠.

불과 2년 만에 이번엔 롯데 홈쇼핑의 납품 비리가 또 터져 나왔습니다.

납품업체들을 울리는 홈쇼핑 비리.

뿌리뽑을 방법은 없는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잇단 비리로 임직원들이 형사처벌을 받으면서 홈쇼핑 업체들도 상품선정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자정 노력에 나서고 있습니다.

자체 감찰팀이 예고 없이 납품업체를 찾아가 혹시 부당한 요구가 있었는지 등도 확인합니다.

그러나 납품업체들은 아직 미흡하다고 느낍니다.

<녹취> 납품업체 : "(뒷거래가)조직적인 건 암암리에 이뤄지는 걸로 알고 있어요."

부당한 요구를 받아도 납품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것을 꺼립니다.

6개 홈쇼핑업체가 독과점적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윤철한(경실련 시민권익센터 국장) : "대개 보면 피해자들이 얘기를 못하거든요. 다른 홈쇼핑에서도 판매를 못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고..."

이 때문에 납품 비리가 있을 경우 직원 처벌에 그칠 것이 아니라, 홈쇼핑 업체에 영업정지 등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익성(동덕여대 교수) : "정부가 이걸 영업을 정지시키거나 허가를 철회하는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만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납품 비리는 결국 제품값 상승을 불러 소비자에게 전가됩니다.

홈쇼핑 업체들이 '슈퍼갑'의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와 납품업체들과 상생을 모색해야 합니다.

KBS 뉴스 지형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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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홈쇼핑 횡포에 등골 휘는 납품업체
    • 입력 2014-04-10 21:29:55
    • 수정2014-04-10 22: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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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은 직접 TV를 보며 주문하기 때문에 유통 단계가 줄어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사고 중소기업엔 판로 확대 효과를 기대하며 20년 전에 도입했는데요.

불황에도 홈쇼핑 6개 업체의 매출액은 최근 20년 동안 2500배나 급신장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납품업체에서 뒷돈을 받은 롯데 홈쇼핑 임직원 5명이 구속되는 등 납품 중소기업에 대한 홈쇼핑 업체의 횡포와 불공정 거래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정다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홈쇼핑 채널에서 여행 상품을 팔기로 계약한 김 모 씨.

계약 당시 전파 사용료는 3천6백만 원, 수수료는 판매액의 7%였습니다.

그런데 방송 하루 전 갑자기 홈쇼핑 업체로부터 새 계약서를 받았습니다.

수수료는 2%를 더 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여행사 대표 : "거부할 수 없죠. 이미 방송이 다 잡혀 있고 또 깨려고 하면 그것도 나중에 어떤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받기도 했죠."

계약서를 쓰지 않고 말로만 계약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보통 판매액의 20~40%를 수수료로 요구합니다.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는 매출과 상관 없이 최고 1억 5천만 원까지 전파 사용료로 요구합니다.

사은품 제공과 모델료까지 납품업체에 떠넘깁니다.

<녹취> 납품업체 팀장 : "카드 할부 수수료가 됐든 뭐가 됐든 이런 모든 혜택들이 저희의 부담인 거죠. 모든 게..."

홈쇼핑 업체 목표치만큼 팔리지 않으면 재고 처리 비용도 납품업체 몫입니다.

<인터뷰> 납품업체 대표 : "그 많은 걸 어디 팔아먹을 수도 없는 거고, 나중엔 기증 비슷하게 했어요. 창고는 치워야 하니까. 결국 부도 났는데..."

홈쇼핑이 요구하는 대로 제품 수량을 확보했는데도 방송 시간을 잡아주지 않아 제품이 모두 재고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기자 멘트>

의류에서 주방용품까지 안 파는 게 없는 홈쇼핑 스튜디오입니다.

여기서 판매 방송을 몇 시에, 몇 번 하느냐에 따라 판매 실적이 달라지죠.

TV를 보는 사람이 많은 황금 시간대 매출을 살펴볼까요?

평일 밤 10시에서 11시 사이 주문 액수는 6억 원이 넘습니다.

주문이 적은 새벽 1시대보다 4배가량 물건이 더 잘 팔립니다.

이렇다 보니 방송 시간 배정권을 갖고 있는 홈쇼핑 직원들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황금시간대를 배정받기 위해서는 납품 중소기업이나 상품공급 중개업자가 홈쇼핑 직원들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존데요.

이 과정에서 슈퍼갑인 홈쇼핑 직원들이 납품업체에 금품을 요구하는 일까지 있는 겁니다.

홈쇼핑 직원이 지인의 계좌로 수억 원대 뒷돈을 받거나 고급 수입차 리스비를 납품업체가 대납하기도 했습니다.

납품업체에 돈을 빌려주고 연 60%의 이자를 받아 챙긴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런 비리로 2012년 홈쇼핑 6개 업체 중 4개가 무더기로 적발됐었죠.

불과 2년 만에 이번엔 롯데 홈쇼핑의 납품 비리가 또 터져 나왔습니다.

납품업체들을 울리는 홈쇼핑 비리.

뿌리뽑을 방법은 없는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잇단 비리로 임직원들이 형사처벌을 받으면서 홈쇼핑 업체들도 상품선정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자정 노력에 나서고 있습니다.

자체 감찰팀이 예고 없이 납품업체를 찾아가 혹시 부당한 요구가 있었는지 등도 확인합니다.

그러나 납품업체들은 아직 미흡하다고 느낍니다.

<녹취> 납품업체 : "(뒷거래가)조직적인 건 암암리에 이뤄지는 걸로 알고 있어요."

부당한 요구를 받아도 납품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것을 꺼립니다.

6개 홈쇼핑업체가 독과점적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윤철한(경실련 시민권익센터 국장) : "대개 보면 피해자들이 얘기를 못하거든요. 다른 홈쇼핑에서도 판매를 못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고..."

이 때문에 납품 비리가 있을 경우 직원 처벌에 그칠 것이 아니라, 홈쇼핑 업체에 영업정지 등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익성(동덕여대 교수) : "정부가 이걸 영업을 정지시키거나 허가를 철회하는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만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납품 비리는 결국 제품값 상승을 불러 소비자에게 전가됩니다.

홈쇼핑 업체들이 '슈퍼갑'의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와 납품업체들과 상생을 모색해야 합니다.

KBS 뉴스 지형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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