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아동학대 신고 급증…‘38분에 한 건’

입력 2014.04.11 (21:08) 수정 2014.04.1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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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어린이의 신체는 물론이고 마음과 미래까지 망가뜨려 '영혼살인'으로 불리는 아동학대.

안타깝게도 아동학대 신고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38분에 한번 꼴로 학대 신고가 접수될 정도입니다.

심각한 학대도 적지 않아, 지난 12년간 학대로 숨진 아동이 97명에 이릅니다.

더 큰 문제는 가해자 대부분이 부모로, 자녀 훈육을 내세워 주변의 개입마저 쉽게 차단한다는 점입니다.

강나루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11살 김 모 군은 집 앞 계단에서 넘어져 크게 다쳤습니다.

제대로 걷지 못한다며 어머니가 밀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아동학대의 대부분은 가정에서 일어납니다.

실제 아동학대 가해자 가운데 '부모'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명 중 8명 꼴에 달했습니다.

자녀를 인격적인 대상이 아닌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이 학대의 가장 큰 배경입니다.

자녀 학대를 사랑의 발로에 의한 불가피한 행위로 착각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곽금주(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 "부모가 아이를 때리고 죄책감 느끼다가 반복되면서 본인의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사랑으로 합리화시키게 됩니다."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만큼 이웃이나 아동보호기관 같은 외부 개입에는 강한 거부감을 나타냅니다.

이와 함께 자녀에 대한 체벌을 훈육의 방법으로 인정하는 문화도 상습학대의 또 다른 배경입니다.

<인터뷰> 노장우(서울 강서 아동보호전문기관) : "아이를 훈육하는 차원에서 그런거다. 왜 외부단체가 집안 일에 간섭하느냐. 대부분 이런 반응이죠."

특히 예전엔 주로 부모가 방치해 아동이 숨졌다면 최근엔 신체학대가 주 사망원인이어서 학대의 강도마저 높아지는 양상입니다.

<기자 멘트>

1965년 미국에서 실제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이웃집 부부가 맡긴 아이를 폭행하고 굶겨 죽인 범인에게 1급 살인죄가 적용돼 '가석방 없는 종신구금형'이 선고됐습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계부가 아이를 바닥에 던져 숨지게 한 사건, 아이를 담배불로 지지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

가해자들에겐 예외없이 살인죄가 적용돼,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영국과 독일에서도 학대받은 아동이 숨질 경우 대부분 살인죄를 적용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릅니다.

오늘 선고된 칠곡과 울산 두 사건을 포함해 아동이 학대를 받다가 숨져도 살인죄로 처벌받은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지난해 인천에서 열 살 난 의붓딸에게 '소금밥'을 먹여 쇼크사시킨 계모에게도 살인죄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오는 9월 아동학대특례법이 시행되면 무기징역형도 선고할 수 있지만, 양형기준엔 최고 9년형을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물론 처벌만 강화한다고 당장 아동학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아동학대 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사회적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서라도 보다 적극적인 법 적용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또 이번 기회에 아동 학대를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의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슬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숨진 김양의 담임선생님은 이미 6개월 전, 학대신고를 했습니다.

아동보호기관은 온몸에 멍을 확인했지만 부모 소행임을 입증하지 못하고 방치에 의한 학대로만 판정했습니다.

<녹취> 구미 아동보호기관 담당자 : "피해 아동이 밝은 표정으로 적극적으로 조사에 참여했고, 부모 때문이라고 진술하지 않았습니다."

경찰 신고도 허사였습니다.

사망 20일 전, 외삼촌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지만 별일 아니라는 아버지의 말만 믿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부모와 격리한 상태에서 아동을 조사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무시한 겁니다.

보호기관이 4차례나 조사한 '아동학대 요주의 가정'이라는 사실조차 경찰은 알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서영일(경북 칠곡경찰서 수사과장) : "최소한 학교와 경찰이 네트워크가 구성돼서 경찰도 알아서 이사를 하면 그 정보를 넘겨주고 했으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처했을겁니다."

울산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앞서 포항에 살던 때부터 학대가 있었고 포항의 보호기관은 이를 알고 있었지만 가족이 울산으로 이사하자 울산측에 관련 정보를 전하지 않았습니다.

학대방지 기관 간에 협조가 안돼 대응이 제각각인 겁니다.

더욱이 전국의 아동보호기관은 불과 50곳, 기관 1곳이 평균 20만 명의 아동을 맡고 있어 실질적인 학대 방지는 기대하기 힘듭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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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11 21:13:40
    • 수정2014-04-11 22: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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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어린이의 신체는 물론이고 마음과 미래까지 망가뜨려 '영혼살인'으로 불리는 아동학대.

안타깝게도 아동학대 신고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38분에 한번 꼴로 학대 신고가 접수될 정도입니다.

심각한 학대도 적지 않아, 지난 12년간 학대로 숨진 아동이 97명에 이릅니다.

더 큰 문제는 가해자 대부분이 부모로, 자녀 훈육을 내세워 주변의 개입마저 쉽게 차단한다는 점입니다.

강나루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11살 김 모 군은 집 앞 계단에서 넘어져 크게 다쳤습니다.

제대로 걷지 못한다며 어머니가 밀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아동학대의 대부분은 가정에서 일어납니다.

실제 아동학대 가해자 가운데 '부모'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명 중 8명 꼴에 달했습니다.

자녀를 인격적인 대상이 아닌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이 학대의 가장 큰 배경입니다.

자녀 학대를 사랑의 발로에 의한 불가피한 행위로 착각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곽금주(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 "부모가 아이를 때리고 죄책감 느끼다가 반복되면서 본인의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사랑으로 합리화시키게 됩니다."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만큼 이웃이나 아동보호기관 같은 외부 개입에는 강한 거부감을 나타냅니다.

이와 함께 자녀에 대한 체벌을 훈육의 방법으로 인정하는 문화도 상습학대의 또 다른 배경입니다.

<인터뷰> 노장우(서울 강서 아동보호전문기관) : "아이를 훈육하는 차원에서 그런거다. 왜 외부단체가 집안 일에 간섭하느냐. 대부분 이런 반응이죠."

특히 예전엔 주로 부모가 방치해 아동이 숨졌다면 최근엔 신체학대가 주 사망원인이어서 학대의 강도마저 높아지는 양상입니다.

<기자 멘트>

1965년 미국에서 실제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이웃집 부부가 맡긴 아이를 폭행하고 굶겨 죽인 범인에게 1급 살인죄가 적용돼 '가석방 없는 종신구금형'이 선고됐습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계부가 아이를 바닥에 던져 숨지게 한 사건, 아이를 담배불로 지지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

가해자들에겐 예외없이 살인죄가 적용돼,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영국과 독일에서도 학대받은 아동이 숨질 경우 대부분 살인죄를 적용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릅니다.

오늘 선고된 칠곡과 울산 두 사건을 포함해 아동이 학대를 받다가 숨져도 살인죄로 처벌받은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지난해 인천에서 열 살 난 의붓딸에게 '소금밥'을 먹여 쇼크사시킨 계모에게도 살인죄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오는 9월 아동학대특례법이 시행되면 무기징역형도 선고할 수 있지만, 양형기준엔 최고 9년형을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물론 처벌만 강화한다고 당장 아동학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아동학대 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사회적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서라도 보다 적극적인 법 적용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또 이번 기회에 아동 학대를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의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슬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숨진 김양의 담임선생님은 이미 6개월 전, 학대신고를 했습니다.

아동보호기관은 온몸에 멍을 확인했지만 부모 소행임을 입증하지 못하고 방치에 의한 학대로만 판정했습니다.

<녹취> 구미 아동보호기관 담당자 : "피해 아동이 밝은 표정으로 적극적으로 조사에 참여했고, 부모 때문이라고 진술하지 않았습니다."

경찰 신고도 허사였습니다.

사망 20일 전, 외삼촌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지만 별일 아니라는 아버지의 말만 믿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부모와 격리한 상태에서 아동을 조사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무시한 겁니다.

보호기관이 4차례나 조사한 '아동학대 요주의 가정'이라는 사실조차 경찰은 알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서영일(경북 칠곡경찰서 수사과장) : "최소한 학교와 경찰이 네트워크가 구성돼서 경찰도 알아서 이사를 하면 그 정보를 넘겨주고 했으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처했을겁니다."

울산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앞서 포항에 살던 때부터 학대가 있었고 포항의 보호기관은 이를 알고 있었지만 가족이 울산으로 이사하자 울산측에 관련 정보를 전하지 않았습니다.

학대방지 기관 간에 협조가 안돼 대응이 제각각인 겁니다.

더욱이 전국의 아동보호기관은 불과 50곳, 기관 1곳이 평균 20만 명의 아동을 맡고 있어 실질적인 학대 방지는 기대하기 힘듭니다.

KBS 뉴스 이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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