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또 싱크홀 ‘도심 불안’…3년간 57개 발생

입력 2014.08.21 (21:16) 수정 2014.08.2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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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5일 낮12시쯤이었죠.

서울 석촌 지하차도 앞에서 갑자기 싱크홀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옵니다.

깊이가 무려 5미터나 됐습니다.

그런데 싱크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지하 공간을 따라서 높이 4미터 안팎의 땅굴 모양 동공이 6개나 잇따라 발견된 겁니다.

긴 건 80미터나 됐습니다.

추가 지반 붕괴로 인해 새로운 싱크홀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동공으로 광역 상수도 배관이 손상되고 석촌 지하차도를 지탱하는 기둥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확인돼 이 지역 일대가 위험지대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긴급 조치를 해서 당장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주민들은 큰 불안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김민철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오늘은 사람이 오가는 길이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지나는 사람이 없어 다행히 피해는 없었지만 큰일 날뻔 했습니다.

씽크홀은 지하철 9호선 공사장에서 60미터, 석촌 지하차도와 900미터 떨어진 곳에서 생겨났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씽크홀과 동공이 출현하자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녹취> 강명자(서울 송파구) : "이렇게 사방에서 자꾸 꺼지니까 좀 위험하고 마음이 불안하고..."

<녹취> 강지우(석촌초등학교 5학년) : "걸어다니다가 다치거나 그럴것 같아서 무섭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씽크홀과 동공의 위험때문에 지하차도는 9일째 막혀 있습니다.

인적이 뜸해져 매출 감소로 상인들은 날벼락을 맞고 있습니다.

<녹취> 홍석종(인근 자동차용품 사장) : "차가 통행이 안되니까 매출이 평일 대비 30%밖에 안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규모가 확인된 폭 5미터 길이 7.4미터의 동공 내부입니다.

이처럼 지금까지 발견된 씽크홀과 동공을 모두 이으면 총 135미터에 이릅니다.

감리단은 지하차도 주변 건물에 균열과 기울어짐을 면밀하게 측정하는 계측기 79개를 달았습니다.

안전점검 횟수도 일주일에 3회로 늘렸습니다.

하지만 석촌동 주민들은 연일 폭우까지 내리자 씽크홀이 또 생겨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기자 멘트>

자연적인 싱크홀은 석회암 같은 퇴적층에서 많이 생깁니다.

지하수가 흐르면서 땅속 흙이 쓸려가거나 특정 성분이 녹게 되면 공간이 생기고, 위쪽 지반이 약해져 무너지면 싱크홀이 되는 겁니다.

특히 도심 싱크홀은 엄청난 2차 피해를 야기합니다.

지난 2007년 과테말라에선, 갑자기 깊이 100미터짜리 싱크홀이 생기면서 주택 20여채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외국과 달리 국내의 싱크홀들은 도심 공사나 지하시설물과 연관된 인재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석촌 지역도 지하철 공사가 원인으로 지목되는데요.

원통형 기둥을 돌리면서 땅을 파들어가는 이른바 쉴드 공법 과정에서 주변 다짐 작업이 허술했다는 겁니다.

특히 조사단은 시공사가 당초 파낼 것으로 예상한 흙의 양보다 실제로는 10% 정도를 더 파냈단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습니다.

더 파진 흙은 이 동공들에서 나왔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지난 3년간 발견된 싱크홀만 57개에 이릅니다.

언제든 싱크홀이 될 수 있는 지하 공간이 곳곳에 숨어있을 가능성이 큰데요.

동공이 땅속 깊이 있거나 주변 지반이 단단하면 걱정이 없지만 연약지반이라면 위태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조사에서, 국민의 95%는 싱크홀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고 폭염이나 황사, 산사태보다 더 위협이 되는 재난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싱크홀의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은 마련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김세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6차선 도로가 폭삭 주저앉은 인천의 지하철 공사 현장.

깊이 27미터 구덩이에 오토바이가 추락해 1명이 숨졌습니다.

공사로 인한 지반 약화가 원인이었습니다.

1970년대부터 서울을 거미줄처럼 연결한 지하철과 지하 차도, 주차장까지 우후죽순처럼 땅속 개발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민간 업체와 지자체, 정부 모두 지질 상태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채 공사를 진행해왔습니다.

지하구조물 현황에 대한 정보도 부족합니다.

<녹취> 이수곤(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지금 몇 개월에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지금의 우리가 난개발 해왔어요. 수십 년 동안, 50~60년 동안..."

때문에, 지질상태와 지하 구조물을 기록한 '땅속 지도'를 만들어 도시계획과 설계, 시공에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등한시 하던 지하 수맥 조사를 강화하고, 지하공간 공사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녹취> 박창근(석촌지하차도 싱크홀 조사단장) :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게 아니거든요. 지금까지 시공사의 관행, 관공서의 관행들이 사건만 발생을 하면 덮고 은폐하려는 움직임들이 상당히 많다."

갈수록 증가하는 싱크홀들.

지하 공사 통합 통제 시스템을 만들어 대형참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KBS 뉴스 김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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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또 싱크홀 ‘도심 불안’…3년간 57개 발생
    • 입력 2014-08-21 21:17:59
    • 수정2014-08-21 2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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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 5일 낮12시쯤이었죠.

서울 석촌 지하차도 앞에서 갑자기 싱크홀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옵니다.

깊이가 무려 5미터나 됐습니다.

그런데 싱크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지하 공간을 따라서 높이 4미터 안팎의 땅굴 모양 동공이 6개나 잇따라 발견된 겁니다.

긴 건 80미터나 됐습니다.

추가 지반 붕괴로 인해 새로운 싱크홀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동공으로 광역 상수도 배관이 손상되고 석촌 지하차도를 지탱하는 기둥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확인돼 이 지역 일대가 위험지대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긴급 조치를 해서 당장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주민들은 큰 불안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김민철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오늘은 사람이 오가는 길이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지나는 사람이 없어 다행히 피해는 없었지만 큰일 날뻔 했습니다.

씽크홀은 지하철 9호선 공사장에서 60미터, 석촌 지하차도와 900미터 떨어진 곳에서 생겨났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씽크홀과 동공이 출현하자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녹취> 강명자(서울 송파구) : "이렇게 사방에서 자꾸 꺼지니까 좀 위험하고 마음이 불안하고..."

<녹취> 강지우(석촌초등학교 5학년) : "걸어다니다가 다치거나 그럴것 같아서 무섭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씽크홀과 동공의 위험때문에 지하차도는 9일째 막혀 있습니다.

인적이 뜸해져 매출 감소로 상인들은 날벼락을 맞고 있습니다.

<녹취> 홍석종(인근 자동차용품 사장) : "차가 통행이 안되니까 매출이 평일 대비 30%밖에 안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규모가 확인된 폭 5미터 길이 7.4미터의 동공 내부입니다.

이처럼 지금까지 발견된 씽크홀과 동공을 모두 이으면 총 135미터에 이릅니다.

감리단은 지하차도 주변 건물에 균열과 기울어짐을 면밀하게 측정하는 계측기 79개를 달았습니다.

안전점검 횟수도 일주일에 3회로 늘렸습니다.

하지만 석촌동 주민들은 연일 폭우까지 내리자 씽크홀이 또 생겨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기자 멘트>

자연적인 싱크홀은 석회암 같은 퇴적층에서 많이 생깁니다.

지하수가 흐르면서 땅속 흙이 쓸려가거나 특정 성분이 녹게 되면 공간이 생기고, 위쪽 지반이 약해져 무너지면 싱크홀이 되는 겁니다.

특히 도심 싱크홀은 엄청난 2차 피해를 야기합니다.

지난 2007년 과테말라에선, 갑자기 깊이 100미터짜리 싱크홀이 생기면서 주택 20여채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외국과 달리 국내의 싱크홀들은 도심 공사나 지하시설물과 연관된 인재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석촌 지역도 지하철 공사가 원인으로 지목되는데요.

원통형 기둥을 돌리면서 땅을 파들어가는 이른바 쉴드 공법 과정에서 주변 다짐 작업이 허술했다는 겁니다.

특히 조사단은 시공사가 당초 파낼 것으로 예상한 흙의 양보다 실제로는 10% 정도를 더 파냈단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습니다.

더 파진 흙은 이 동공들에서 나왔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지난 3년간 발견된 싱크홀만 57개에 이릅니다.

언제든 싱크홀이 될 수 있는 지하 공간이 곳곳에 숨어있을 가능성이 큰데요.

동공이 땅속 깊이 있거나 주변 지반이 단단하면 걱정이 없지만 연약지반이라면 위태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조사에서, 국민의 95%는 싱크홀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고 폭염이나 황사, 산사태보다 더 위협이 되는 재난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싱크홀의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은 마련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김세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6차선 도로가 폭삭 주저앉은 인천의 지하철 공사 현장.

깊이 27미터 구덩이에 오토바이가 추락해 1명이 숨졌습니다.

공사로 인한 지반 약화가 원인이었습니다.

1970년대부터 서울을 거미줄처럼 연결한 지하철과 지하 차도, 주차장까지 우후죽순처럼 땅속 개발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민간 업체와 지자체, 정부 모두 지질 상태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채 공사를 진행해왔습니다.

지하구조물 현황에 대한 정보도 부족합니다.

<녹취> 이수곤(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지금 몇 개월에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지금의 우리가 난개발 해왔어요. 수십 년 동안, 50~60년 동안..."

때문에, 지질상태와 지하 구조물을 기록한 '땅속 지도'를 만들어 도시계획과 설계, 시공에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등한시 하던 지하 수맥 조사를 강화하고, 지하공간 공사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녹취> 박창근(석촌지하차도 싱크홀 조사단장) :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게 아니거든요. 지금까지 시공사의 관행, 관공서의 관행들이 사건만 발생을 하면 덮고 은폐하려는 움직임들이 상당히 많다."

갈수록 증가하는 싱크홀들.

지하 공사 통합 통제 시스템을 만들어 대형참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KBS 뉴스 김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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