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불신으로 물주전자 사라진다

입력 1994.05.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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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요즘 중고등학생들은 학교에서도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일이 드뭅니다. 학생 대부분이 집에서 가지고 온 물을 마시거나, 청량음료 등을 사먹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정수기를 설치하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최재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최재현 기자 :

한 고등학교의 체육시간 입니다. 학생들이 땀을 뻘뻘 홀려가며 운동을 합니다. 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은 예상대로 시원한 물을 찾아 앞 다투어 수돗가로 뛰어 갑니다. 학생들은 그러나 땀을 씻을 뿐, 한 명도 수돗물을 마시지 않습니다. 체육시간에 콸콸 쏟아지는 수돗물을 마시는 즐거움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입니다.


학 생 :

요새 물 더럽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학 생 :

먹기가 그렇잖아요. 물도 더럽고 하니까…….


최재현 기자 :

수돗물에 대한 이 같은 불신 때문에, 강남 지역의 일부 학교에서는 생수를 사다 마시는 학생까지 볼 수 있습니다.


학 생 :

학교에 정수시설이 돼 있고요. 정수시설도 요새는 잘 이용을 안하고 생수를 사먹어요. 애들은 대부분…….


최재현 기자 :

"생수를 사먹어요?


학 생 :

예. 5백원짜리, 편의점에서


최재현 기자 :

층마다 이렇게 정수기가 설치돼 있습니다. 학생들이 수돗물을 먹 지 않기 때문에 학교마다 대책마련에 고민하고 있습니다.


양주석 (서울고등학교장) :

그럼 어떡할거냐? 수돗물을 안 먹고, 해서 이제 정수기까지 마련이 된 거죠.


최재현 기자 :

이제 교실에는 물주전자가 사라져 가고 있고, 물 당번도 없습니다. 수돗물을 믿을 수 없다기 보다는, 지나치게 깔끔하고 함께 마시기를 꺼려하는 요즘 학생들의 세태가 교실 분위기를 메마르게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편광범 (상문고풍학교장):

컵을 갖다놔도, 남이 마신 컵으로는 자기는 안마시거든요. 그러니까 자연히 주전자가 없어져가고…….

최재현 기자 :

일찍부터 길러진 물에 대한 지나친 불신. 과보호 속에 자라는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의 현주소를 말해줍니다.

KBS 뉴스, 최재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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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돗물 불신으로 물주전자 사라진다
    • 입력 1994-05-21 21:00:00
    뉴스 9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요즘 중고등학생들은 학교에서도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일이 드뭅니다. 학생 대부분이 집에서 가지고 온 물을 마시거나, 청량음료 등을 사먹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정수기를 설치하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최재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최재현 기자 :

한 고등학교의 체육시간 입니다. 학생들이 땀을 뻘뻘 홀려가며 운동을 합니다. 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은 예상대로 시원한 물을 찾아 앞 다투어 수돗가로 뛰어 갑니다. 학생들은 그러나 땀을 씻을 뿐, 한 명도 수돗물을 마시지 않습니다. 체육시간에 콸콸 쏟아지는 수돗물을 마시는 즐거움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입니다.


학 생 :

요새 물 더럽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학 생 :

먹기가 그렇잖아요. 물도 더럽고 하니까…….


최재현 기자 :

수돗물에 대한 이 같은 불신 때문에, 강남 지역의 일부 학교에서는 생수를 사다 마시는 학생까지 볼 수 있습니다.


학 생 :

학교에 정수시설이 돼 있고요. 정수시설도 요새는 잘 이용을 안하고 생수를 사먹어요. 애들은 대부분…….


최재현 기자 :

"생수를 사먹어요?


학 생 :

예. 5백원짜리, 편의점에서


최재현 기자 :

층마다 이렇게 정수기가 설치돼 있습니다. 학생들이 수돗물을 먹 지 않기 때문에 학교마다 대책마련에 고민하고 있습니다.


양주석 (서울고등학교장) :

그럼 어떡할거냐? 수돗물을 안 먹고, 해서 이제 정수기까지 마련이 된 거죠.


최재현 기자 :

이제 교실에는 물주전자가 사라져 가고 있고, 물 당번도 없습니다. 수돗물을 믿을 수 없다기 보다는, 지나치게 깔끔하고 함께 마시기를 꺼려하는 요즘 학생들의 세태가 교실 분위기를 메마르게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편광범 (상문고풍학교장):

컵을 갖다놔도, 남이 마신 컵으로는 자기는 안마시거든요. 그러니까 자연히 주전자가 없어져가고…….

최재현 기자 :

일찍부터 길러진 물에 대한 지나친 불신. 과보호 속에 자라는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의 현주소를 말해줍니다.

KBS 뉴스, 최재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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