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도자기 ‘불편한 진실’

입력 2012.11.0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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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입구 아랫부분에는 꽃무늬를 둘렀고, 흑백상감한 원 안에는 구름과 학이 하늘로 오릅니다.

"천하제일, 고려비색."

북송의 대표적인 학자 태평노인이 지은 수중금의 한 대목으로, 고려청자가 송나라 청자를 제치고 천하제일로 꼽혔다는 뜻입니다.

당시 고려청자의 국제적인 위상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려청자의 시장 가치는 그보다 수백 년 후에 만들어진 중국 청나라 도자기보다도 떨어졌습니다.

<인터뷰> 정양모(전 국립중앙박물관장) : "요새 보면 우리 것은 1/10로 떨어졌고, 중국은 10배, 100배로 뛰었어요. 어떤 것은 100배가 뛰었어. 우리와 비교가 안 돼."

실제로 지난 2010년 11월, 영국 런던 베인브릿지 경매에서는 중국 청대 도자기 한 점이 우리 돈 973억 원에 팔렸습니다.

중국 정부의 해외유출 문화재 환수 노력과 경제적 성장을 바탕으로 한 중국 내 수집가들의 증가에 따른 가치 상승이라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리즈옌(중국 국가박물관 연구원) : "경제가 발전하면서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중국 정부도 문화유산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중국 도자기들이 비싸게 거래되면서 국내 고미술시장도 크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가짜가 진짜로 둔갑하고, 진품 도자기 수만 점을 갖고 있다며 투자금을 모으는 사기꾼까지 등장했습니다.

중국 도자기를 둘러싼 국내 고미술시장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8월, 사업가인 김모씨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이모 씨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 씨는 자신이 설립한 문화재단에 중국 국보급 도자기 수만 점이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함께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보여준 자료에는 진품임을 나타내는 감정서도 들어있었고, 하나에 2천억 원으로 표시된 도자기도 여러 점이 있었습니다.

<녹취> 김모씨(사업가/음성변조) : "자기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물건이라 그랬어요. 박정희 대통령한테 받았다는 거죠. (그게 조선총독부) 지하에 있던 물건이라고 들었어요."

이씨의 설명은 그럴듯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이 중국 자금성에서 약탈한 국보급 도자기 수만 점을 조선총독부 지하에 보관하다가 해방이 되면서 가져가지 못했고, 이 물건을 비밀리에 청와대에서 인수했다는 겁니다.

이후 보관책임자이던 강모 장군이 친척인 한 도자기 업자에게 관리를 부탁했고, 이 도자기 업자가 바로 이 씨, 자신의 아버지라는 얘기였습니다.

모두 사깁니다.

<인터뷰> 정양모(전 국립중앙박물관장) : "조선총독부 건물에는 전체적으로 지하가 없어요. 그리고 아무 장치도 없어요. 거기에 아무런 유물도 물론 없었고."

실제로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도자기를 소유하고 있다던 이모 씨는 현재 4건의 사기혐의로 수배 중인 상태였습니다.

이씨가 갖고 있다는 도자기 사진도 대부분 다른 사람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였습니다.

<녹취> 중국도자기 유통업자(음성변조) : "(이 자료를 사장님께서 이 씨한테 준거에요?) 그렇지. 자기들이 이제 이것을 다 매입을 하겠다. 그래서 난 얼마 달라는 소리도 안 했어. 자기들이 뭐 이것을 책정을 해 가지고 350억을 주니, 400억을 주니 자기들이 얘기한 부분이지."

이런 황당한 사기 사건이 가능한 이유는 국내에 중국 도자기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입니다.

<인터뷰> 정양모(전 국립중앙박물관장) : "대체로 우리 같은 사람들은 원, 명 것은 어느 정도 내가 하도 많이 보고 실사를 많이 해서 짐작이 가는데, 청나라 것은 짐작도 못해, 하도 가짜가 많아서. 진짜보다 가짜가 더 많아."

서울 인사동과 경운동 일대에서 중국 도자기를 취급하는 고미술품 상들도 고가품의 경우 가짜일 가능성이 크다고 얘기합니다.

<녹취> 고미술품 판매상(음성변조) : "이게 진품이었다고 하면, 중국이 당 차원에서 자기 문화재를 회수한 지 꽤 오래 됐습니다. 담당부서가 있어요. 걔네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녹취> 중국도자기 유통업자(음성변조) : "옛날에 들어온 것들은 관계가 없는데, 그 후에 중국에서 가짜를 만들어가지고 들어오다 보니까, 한국에는 쉽게 얘기해서 감정하는 사람이 없어. 중국 물건을."

국내 고미술시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부터는 중국 전문가를 초청해 진위 감정을 받는 행사가 잇따라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10여 차례의 감정행사가 열렸고 출품된 중국 도자기가 만여 점에 이를 정도로 국내 시장에서의 거래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감정사를 초청해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녹취> 고미술품 판매상(음성변조) : "감정을 해주는 데 20만 원이고, 감정서를 받는 데 70만 원인가, 80만 원인가. 그게 중국 가서 아무 효력이 없다는 것. 그분들 한번 오면 1,2억씩 해서 가져갈 거예요."

일부 업체는 감정행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함께 진행되는 경매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40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는 한 경매행사의 사진입니다.

이상하게도 작품을 구매하겠다고 든 번호판에 '3'자가 유독 많이 눈에 띕니다.

가짜 구매자들에게만 숫자 3이 포함된 번호판을 나눠준 겁니다.

<인터뷰> 당시 중국 도자기 출품자(음성변조) : "(주최 측이) 전날 아침에 낙찰률을 높이기 위해, 출품자에게 얘기를 해서 본인이라도 손을 들어서 외부적으로 낙찰된 것처럼 그렇게 표방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총 거래액 2조 1400억 원으로 전 세계 경매회사 중 1위를 기록한 중국 폴리옥션.

이곳의 감정전문가들은 한국의 고미술 시장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인터뷰> 리쉬에숭(폴리옥션 이사) : "감정을 하려면 중국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역사에 능통해야 예술품을 더욱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한국)고객들은 아주 적극적입니다. 우리에게 연락을 하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 경매 기준에 맞는 진품이나 좋은 예술품을 가진 고객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특히, 중국 감정가들이 한국에 와서 발급한 감정서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유진(폴리옥션 한국업무담당) : "제가 물건을 이렇게 받다 보면 감정서를 같이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으세요. 그런데 저희 전문가들이 보시기에는 감정서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뭐 그쪽의 가격이랑 국보급이다, 그렇게 다 쓰여 있는데, 저희쪽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어떤 때는 아무 가치도 없는 것이..."

베이징 외곽에 위치한 한 고층 아파트.

이곳에서 취재팀은 한국에 수차례 방문했던 중국 국가박물관 연구원이자 유명 감정가인 리즈옌 선생을 만났습니다.

리 선생은 한국인들이 중국에 와서 진품을 거의 살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리즈옌(중국 국가박물관 연구원) : "한국인들은 중국에 와서 싼 물건들을 구입합니다. 사회적으로 유행하는 가짜 골동품을요. 게다가 현재 가짜 골동품을 만드는 기술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습니다."

리선생은 '고방품'이라고 불리는 정교한 가짜 도자기는 진품과 똑같다고 설명합니다.

<인터뷰> 리즈옌(중국 국가박물관 연구원) : "높은 수준의 기술은 진품과 똑같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가짜의 경우에도 성질이나 색채가 꽤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이걸 보고 진품이라고 믿게 되는 것입니다."

징더전시 대표 조형물 풍경

도자기 거리 풍경 중국 송나라 시절부터 지금까지 도자기로 유명한 장시성 징더전십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징더전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원,명,청 시대의 가짜 도자기 생산업체가 즐비합니다.

징더전시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자기 업체를 찾았습니다.

직원에게 고급 가짜 도자기인 고방품에 대해 물었습니다.

<녹취> 도자기업체 직원 : "우리는 이 물건이 이미테이션(모조품)이라고 손님들에게 말을 합니다. 하지만 손님들이 이걸 가지고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녹취> 도자기업체 직원 : "(새것을 옛것처럼 보이게 작업을 하면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나요?) 전문가가 아니라면 알아보지 못해요. 우리는 작업을 아주 잘하거든요."

고방품이 경매에서 판매된 적도 있다고 자랑합니다.

<녹취> 도자기업체 직원 : "우리 선생님 물건 같은 경우 이걸 들고 경매를 한 사람이 있었어요. 그냥 일반적인 물건인데 60만 위안(1억 원가량)에 팔렸어요."

시 외곽의 시장 골목.

약품 냄새가 가득한 낡은 건물 2층에서는 고방품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바닥에는 언뜻 봐도 골동품으로 보이는 도자기가 가득합니다.

<녹취> 고방품 제조업체 사장 : "(고방품을 한국에서 팔면 진품과 같은 값을 받을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가능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건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경매에 나가면 몇천만 위안씩 받을 수 있습니다."

카페 한쪽에서 가짜 골동품 구별법에 관한 설명이 한창입니다.

지난 2008년 천원권 지폐 뒷면에 그려진 정선의 계상정거도가 가짜라는 내용의 책을 발간했던 이동천 교수.

중국 서화감정계의 최고봉인 양런카이의 수제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뷰> 이동천(교수/명지대 예술품감정학과) : "도자기 같은 경우는 대량 생산을 했기 때문에 이건 공예품입니다. 그때 당시에 실사용 했던, 그렇기 때문에 유사한 물건들이 일단 중국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가를 찾아봐야죠."

최근에는 가짜를 만들기 위해 의료기술까지 동원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동천(교수/명지대 예술품감정학과) : "엑스레이 투시가 되면 연대가 변해요. 탄소 측정에서 시대가 확 올라가게 됩니다. 그래서 모조품을 만들어 가지고, 엑스레이를 한번 투시하면 그게 시대가 바뀌어요.(더 올라가나요?) 올라가죠. 옛날 것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도자기 굉장히 조심하셔야 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 가짜 도자기들이 컨테이너에 실려 무수히 수입되고 있다고 한 업계 관계자는 귀띔했습니다.

취재팀은 중국 취재 도중 국내에서 고가품으로 소개된 다섯 작품의 사진을 현지 전문가들에게 보여주고 비공개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리즈옌 선생은 2점을 진품이라고 설명했고, 폴리옥션 도자기 전문가는 모두 가짜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현지의 최고 전문가들도 의견이 다르다는 얘깁니다.

물론, 국내 고미술 시장에도 중국의 국보급 도자기가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가짜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진품을 구별해 감상하고 합당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은 아직 멀게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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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도자기 ‘불편한 진실’
    • 입력 2012-11-05 13:33:22
    취재파일K
자기 입구 아랫부분에는 꽃무늬를 둘렀고, 흑백상감한 원 안에는 구름과 학이 하늘로 오릅니다. "천하제일, 고려비색." 북송의 대표적인 학자 태평노인이 지은 수중금의 한 대목으로, 고려청자가 송나라 청자를 제치고 천하제일로 꼽혔다는 뜻입니다. 당시 고려청자의 국제적인 위상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려청자의 시장 가치는 그보다 수백 년 후에 만들어진 중국 청나라 도자기보다도 떨어졌습니다. <인터뷰> 정양모(전 국립중앙박물관장) : "요새 보면 우리 것은 1/10로 떨어졌고, 중국은 10배, 100배로 뛰었어요. 어떤 것은 100배가 뛰었어. 우리와 비교가 안 돼." 실제로 지난 2010년 11월, 영국 런던 베인브릿지 경매에서는 중국 청대 도자기 한 점이 우리 돈 973억 원에 팔렸습니다. 중국 정부의 해외유출 문화재 환수 노력과 경제적 성장을 바탕으로 한 중국 내 수집가들의 증가에 따른 가치 상승이라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리즈옌(중국 국가박물관 연구원) : "경제가 발전하면서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중국 정부도 문화유산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중국 도자기들이 비싸게 거래되면서 국내 고미술시장도 크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가짜가 진짜로 둔갑하고, 진품 도자기 수만 점을 갖고 있다며 투자금을 모으는 사기꾼까지 등장했습니다. 중국 도자기를 둘러싼 국내 고미술시장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8월, 사업가인 김모씨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이모 씨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 씨는 자신이 설립한 문화재단에 중국 국보급 도자기 수만 점이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함께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보여준 자료에는 진품임을 나타내는 감정서도 들어있었고, 하나에 2천억 원으로 표시된 도자기도 여러 점이 있었습니다. <녹취> 김모씨(사업가/음성변조) : "자기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물건이라 그랬어요. 박정희 대통령한테 받았다는 거죠. (그게 조선총독부) 지하에 있던 물건이라고 들었어요." 이씨의 설명은 그럴듯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이 중국 자금성에서 약탈한 국보급 도자기 수만 점을 조선총독부 지하에 보관하다가 해방이 되면서 가져가지 못했고, 이 물건을 비밀리에 청와대에서 인수했다는 겁니다. 이후 보관책임자이던 강모 장군이 친척인 한 도자기 업자에게 관리를 부탁했고, 이 도자기 업자가 바로 이 씨, 자신의 아버지라는 얘기였습니다. 모두 사깁니다. <인터뷰> 정양모(전 국립중앙박물관장) : "조선총독부 건물에는 전체적으로 지하가 없어요. 그리고 아무 장치도 없어요. 거기에 아무런 유물도 물론 없었고." 실제로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도자기를 소유하고 있다던 이모 씨는 현재 4건의 사기혐의로 수배 중인 상태였습니다. 이씨가 갖고 있다는 도자기 사진도 대부분 다른 사람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였습니다. <녹취> 중국도자기 유통업자(음성변조) : "(이 자료를 사장님께서 이 씨한테 준거에요?) 그렇지. 자기들이 이제 이것을 다 매입을 하겠다. 그래서 난 얼마 달라는 소리도 안 했어. 자기들이 뭐 이것을 책정을 해 가지고 350억을 주니, 400억을 주니 자기들이 얘기한 부분이지." 이런 황당한 사기 사건이 가능한 이유는 국내에 중국 도자기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입니다. <인터뷰> 정양모(전 국립중앙박물관장) : "대체로 우리 같은 사람들은 원, 명 것은 어느 정도 내가 하도 많이 보고 실사를 많이 해서 짐작이 가는데, 청나라 것은 짐작도 못해, 하도 가짜가 많아서. 진짜보다 가짜가 더 많아." 서울 인사동과 경운동 일대에서 중국 도자기를 취급하는 고미술품 상들도 고가품의 경우 가짜일 가능성이 크다고 얘기합니다. <녹취> 고미술품 판매상(음성변조) : "이게 진품이었다고 하면, 중국이 당 차원에서 자기 문화재를 회수한 지 꽤 오래 됐습니다. 담당부서가 있어요. 걔네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녹취> 중국도자기 유통업자(음성변조) : "옛날에 들어온 것들은 관계가 없는데, 그 후에 중국에서 가짜를 만들어가지고 들어오다 보니까, 한국에는 쉽게 얘기해서 감정하는 사람이 없어. 중국 물건을." 국내 고미술시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부터는 중국 전문가를 초청해 진위 감정을 받는 행사가 잇따라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10여 차례의 감정행사가 열렸고 출품된 중국 도자기가 만여 점에 이를 정도로 국내 시장에서의 거래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감정사를 초청해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녹취> 고미술품 판매상(음성변조) : "감정을 해주는 데 20만 원이고, 감정서를 받는 데 70만 원인가, 80만 원인가. 그게 중국 가서 아무 효력이 없다는 것. 그분들 한번 오면 1,2억씩 해서 가져갈 거예요." 일부 업체는 감정행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함께 진행되는 경매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40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는 한 경매행사의 사진입니다. 이상하게도 작품을 구매하겠다고 든 번호판에 '3'자가 유독 많이 눈에 띕니다. 가짜 구매자들에게만 숫자 3이 포함된 번호판을 나눠준 겁니다. <인터뷰> 당시 중국 도자기 출품자(음성변조) : "(주최 측이) 전날 아침에 낙찰률을 높이기 위해, 출품자에게 얘기를 해서 본인이라도 손을 들어서 외부적으로 낙찰된 것처럼 그렇게 표방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총 거래액 2조 1400억 원으로 전 세계 경매회사 중 1위를 기록한 중국 폴리옥션. 이곳의 감정전문가들은 한국의 고미술 시장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인터뷰> 리쉬에숭(폴리옥션 이사) : "감정을 하려면 중국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역사에 능통해야 예술품을 더욱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한국)고객들은 아주 적극적입니다. 우리에게 연락을 하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 경매 기준에 맞는 진품이나 좋은 예술품을 가진 고객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특히, 중국 감정가들이 한국에 와서 발급한 감정서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유진(폴리옥션 한국업무담당) : "제가 물건을 이렇게 받다 보면 감정서를 같이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으세요. 그런데 저희 전문가들이 보시기에는 감정서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뭐 그쪽의 가격이랑 국보급이다, 그렇게 다 쓰여 있는데, 저희쪽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어떤 때는 아무 가치도 없는 것이..." 베이징 외곽에 위치한 한 고층 아파트. 이곳에서 취재팀은 한국에 수차례 방문했던 중국 국가박물관 연구원이자 유명 감정가인 리즈옌 선생을 만났습니다. 리 선생은 한국인들이 중국에 와서 진품을 거의 살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리즈옌(중국 국가박물관 연구원) : "한국인들은 중국에 와서 싼 물건들을 구입합니다. 사회적으로 유행하는 가짜 골동품을요. 게다가 현재 가짜 골동품을 만드는 기술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습니다." 리선생은 '고방품'이라고 불리는 정교한 가짜 도자기는 진품과 똑같다고 설명합니다. <인터뷰> 리즈옌(중국 국가박물관 연구원) : "높은 수준의 기술은 진품과 똑같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가짜의 경우에도 성질이나 색채가 꽤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이걸 보고 진품이라고 믿게 되는 것입니다." 징더전시 대표 조형물 풍경 도자기 거리 풍경 중국 송나라 시절부터 지금까지 도자기로 유명한 장시성 징더전십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징더전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원,명,청 시대의 가짜 도자기 생산업체가 즐비합니다. 징더전시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자기 업체를 찾았습니다. 직원에게 고급 가짜 도자기인 고방품에 대해 물었습니다. <녹취> 도자기업체 직원 : "우리는 이 물건이 이미테이션(모조품)이라고 손님들에게 말을 합니다. 하지만 손님들이 이걸 가지고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녹취> 도자기업체 직원 : "(새것을 옛것처럼 보이게 작업을 하면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나요?) 전문가가 아니라면 알아보지 못해요. 우리는 작업을 아주 잘하거든요." 고방품이 경매에서 판매된 적도 있다고 자랑합니다. <녹취> 도자기업체 직원 : "우리 선생님 물건 같은 경우 이걸 들고 경매를 한 사람이 있었어요. 그냥 일반적인 물건인데 60만 위안(1억 원가량)에 팔렸어요." 시 외곽의 시장 골목. 약품 냄새가 가득한 낡은 건물 2층에서는 고방품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바닥에는 언뜻 봐도 골동품으로 보이는 도자기가 가득합니다. <녹취> 고방품 제조업체 사장 : "(고방품을 한국에서 팔면 진품과 같은 값을 받을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가능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건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경매에 나가면 몇천만 위안씩 받을 수 있습니다." 카페 한쪽에서 가짜 골동품 구별법에 관한 설명이 한창입니다. 지난 2008년 천원권 지폐 뒷면에 그려진 정선의 계상정거도가 가짜라는 내용의 책을 발간했던 이동천 교수. 중국 서화감정계의 최고봉인 양런카이의 수제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터뷰> 이동천(교수/명지대 예술품감정학과) : "도자기 같은 경우는 대량 생산을 했기 때문에 이건 공예품입니다. 그때 당시에 실사용 했던, 그렇기 때문에 유사한 물건들이 일단 중국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가를 찾아봐야죠." 최근에는 가짜를 만들기 위해 의료기술까지 동원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동천(교수/명지대 예술품감정학과) : "엑스레이 투시가 되면 연대가 변해요. 탄소 측정에서 시대가 확 올라가게 됩니다. 그래서 모조품을 만들어 가지고, 엑스레이를 한번 투시하면 그게 시대가 바뀌어요.(더 올라가나요?) 올라가죠. 옛날 것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도자기 굉장히 조심하셔야 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 가짜 도자기들이 컨테이너에 실려 무수히 수입되고 있다고 한 업계 관계자는 귀띔했습니다. 취재팀은 중국 취재 도중 국내에서 고가품으로 소개된 다섯 작품의 사진을 현지 전문가들에게 보여주고 비공개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리즈옌 선생은 2점을 진품이라고 설명했고, 폴리옥션 도자기 전문가는 모두 가짜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현지의 최고 전문가들도 의견이 다르다는 얘깁니다. 물론, 국내 고미술 시장에도 중국의 국보급 도자기가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가짜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진품을 구별해 감상하고 합당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은 아직 멀게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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