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국정농단 중심에도…‘폴리페서’의 몰락

입력 2017.03.30 (21:27) 수정 2017.03.3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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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대선 정국이 되자 다시 폴리페서란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습니다.

폴리페서는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와 교수, 프로페서의 합성어로 정치에 참여하는 교수를 의미하는데, 정작 영어사전에는 없는 단업니다.

학문적 전문성을 현실 정치에 적용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연구에 전념해야 할 교수들이 권력과 자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순수해야 할 상아탑을 정치로 오염시킨다는 비판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성공한 폴리페서들도 있지만, 크고 작은 논란과 물의를 빚은 폴리페서들도 적지 않습니다.

김기흥 기자가 보도합니다.

▼희비 엇갈린 폴리페서들▼

<리포트>

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로 결국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녹취> 안종범(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 "잘못한 부분 책임지겠습니다."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였던 안 전 수석이 정치권에 발을 내딘 건 2002년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특보를 맡으면서부터입니다.

이 후보가 낙선하자 안 전 수석은 대학으로 돌아왔지만, 2006년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박근혜 캠프에 참여한 인연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2년 뒤에는 청와대 입성까지 했습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구속된 김종 전 문체부 차관 역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출신입니다.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도 대표적 폴리페서 중 하나입니다.

대학 총장이 특정 후보 캠프에 참여하는 게 타당하느냐는 논란을 부르기도 했던 박 전 총장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을 맡았고 이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됐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수석의 지위를 이용해 총장으로 재직했던 대학에 특혜를 준 혐의 등으로 구속됐습니다

KBS 뉴스 김기흥입니다.

▼정부 요직 기대…학교도 ‘묵인’▼

유력 대선 후보 캠프에 교수들이 몰려드는 건 지지했던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 공공기관장 등 요직에 기용될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대문입니다.

대통령 당선 후 보통 인수위를 거쳐 꾸리게 되는 청와대 비서실만해도 장관급 비서실장과 차관급 수석비서관, 1급 비서관 등 1급 이상 정무직만 수십개에 달합니다.

또 각부처 장관 차관을 비롯해 장-차관급 자리 100여 개는 물론 헌법기관 고위직 등 대통령에게 직접 임명장을 받는 인원이 7천 명에 이릅니다.

여기에 한국공항공사 등 17개 공기업 사장과 한국과학기술원 등 수백개 공공기관의 기관장 이들 공기업이나 기관의 이사와 감사 등도 사실상 대통령의 인사권 내에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이미 민영화된 포스코나 KT, KB 급융그룹 등도 여전히 청와대의 영향권 안에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요직에 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데다 그만 두고 나서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교수들이 쉽게 유혹에 빠지는 겁니다.

실제로 실용주의를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엔 청와대 수석 7명 중 무려 6명을 교수 출신으로 꾸렸는데, 국정 난맥으로 4개월도 안돼 수석들이 일괄 사의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대선도 예외 없이 유력 주자들을 중심으로 폴리페서들이 줄서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남승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선거철 철새 폴리페서’ 이번 대선도 예외없다…차단 방안은?▼

<리포트>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캠프에는 천 명이 넘는 교수가 참여 중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캠프 역시, 자문 그룹으로 활동하는 교수 등 학계 인사가 700명을 넘고, 안희정 충남지사는 교수 130여 명이 공개 지지 선언을 했습니다.

폴리페서가 넘쳐나다 보니, 문 전 대표 캠프 소속인 전북의 모 대학 교수가 학생들을 지지 행사에 동원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부작용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수업이 부실해진다는 학생들의 우려도 나옵니다.

<녹취> 김묘정(대학생) : "만약에 그런 활동 때문에 저희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면, 그건 좀 걱정이 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교수가 선출직에 진출해 2년 이상 휴직하면 대학에 사표를 내게 하는 미국이나 국회의원이나 장관에 나설 때 교수직을 내놓는 게 관례인 일본처럼 제도나 문화를 바꿔 폴리페서의 양산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녹취> 이옥남(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 "교수가 공직에 진출할 시에는 직을 사직하고 가는 게 합당하다고 보고요, 다시 복직할 경우에는 채용 심사를 강화하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현재 관련 규정이 있는 국내 대학은 서울대 한 곳 정도에 불과합니다.

19대 국회에서 교수의 정무직 임용 시 사직을 의무화하는 '폴리페서 금지 법안'이 제출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기한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KBS 뉴스 남승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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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30 21:28:04
    • 수정2017-03-30 22: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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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이 되자 다시 폴리페서란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습니다.

폴리페서는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와 교수, 프로페서의 합성어로 정치에 참여하는 교수를 의미하는데, 정작 영어사전에는 없는 단업니다.

학문적 전문성을 현실 정치에 적용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연구에 전념해야 할 교수들이 권력과 자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순수해야 할 상아탑을 정치로 오염시킨다는 비판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성공한 폴리페서들도 있지만, 크고 작은 논란과 물의를 빚은 폴리페서들도 적지 않습니다.

김기흥 기자가 보도합니다.

▼희비 엇갈린 폴리페서들▼

<리포트>

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로 결국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녹취> 안종범(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 "잘못한 부분 책임지겠습니다."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였던 안 전 수석이 정치권에 발을 내딘 건 2002년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특보를 맡으면서부터입니다.

이 후보가 낙선하자 안 전 수석은 대학으로 돌아왔지만, 2006년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박근혜 캠프에 참여한 인연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2년 뒤에는 청와대 입성까지 했습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구속된 김종 전 문체부 차관 역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출신입니다.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도 대표적 폴리페서 중 하나입니다.

대학 총장이 특정 후보 캠프에 참여하는 게 타당하느냐는 논란을 부르기도 했던 박 전 총장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을 맡았고 이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됐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수석의 지위를 이용해 총장으로 재직했던 대학에 특혜를 준 혐의 등으로 구속됐습니다

KBS 뉴스 김기흥입니다.

▼정부 요직 기대…학교도 ‘묵인’▼

유력 대선 후보 캠프에 교수들이 몰려드는 건 지지했던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 공공기관장 등 요직에 기용될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대문입니다.

대통령 당선 후 보통 인수위를 거쳐 꾸리게 되는 청와대 비서실만해도 장관급 비서실장과 차관급 수석비서관, 1급 비서관 등 1급 이상 정무직만 수십개에 달합니다.

또 각부처 장관 차관을 비롯해 장-차관급 자리 100여 개는 물론 헌법기관 고위직 등 대통령에게 직접 임명장을 받는 인원이 7천 명에 이릅니다.

여기에 한국공항공사 등 17개 공기업 사장과 한국과학기술원 등 수백개 공공기관의 기관장 이들 공기업이나 기관의 이사와 감사 등도 사실상 대통령의 인사권 내에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이미 민영화된 포스코나 KT, KB 급융그룹 등도 여전히 청와대의 영향권 안에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요직에 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데다 그만 두고 나서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교수들이 쉽게 유혹에 빠지는 겁니다.

실제로 실용주의를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엔 청와대 수석 7명 중 무려 6명을 교수 출신으로 꾸렸는데, 국정 난맥으로 4개월도 안돼 수석들이 일괄 사의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대선도 예외 없이 유력 주자들을 중심으로 폴리페서들이 줄서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남승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선거철 철새 폴리페서’ 이번 대선도 예외없다…차단 방안은?▼

<리포트>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캠프에는 천 명이 넘는 교수가 참여 중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캠프 역시, 자문 그룹으로 활동하는 교수 등 학계 인사가 700명을 넘고, 안희정 충남지사는 교수 130여 명이 공개 지지 선언을 했습니다.

폴리페서가 넘쳐나다 보니, 문 전 대표 캠프 소속인 전북의 모 대학 교수가 학생들을 지지 행사에 동원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부작용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수업이 부실해진다는 학생들의 우려도 나옵니다.

<녹취> 김묘정(대학생) : "만약에 그런 활동 때문에 저희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면, 그건 좀 걱정이 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교수가 선출직에 진출해 2년 이상 휴직하면 대학에 사표를 내게 하는 미국이나 국회의원이나 장관에 나설 때 교수직을 내놓는 게 관례인 일본처럼 제도나 문화를 바꿔 폴리페서의 양산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녹취> 이옥남(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 "교수가 공직에 진출할 시에는 직을 사직하고 가는 게 합당하다고 보고요, 다시 복직할 경우에는 채용 심사를 강화하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현재 관련 규정이 있는 국내 대학은 서울대 한 곳 정도에 불과합니다.

19대 국회에서 교수의 정무직 임용 시 사직을 의무화하는 '폴리페서 금지 법안'이 제출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기한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KBS 뉴스 남승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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