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멕시코 월드컵 지역 예선을 잠실 구장에서 할 때와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프로축구 울산 현대의 김호곤(60) 감독이 프로 첫 우승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3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앤캐시컵 2011 결승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3-2로 물리친 그는 우승 세리머니를 하느라 샴페인에 흠뻑 젖은 채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김호곤 감독은 "K리그와 컵 대회를 병행하느라 힘들었다. 선수들에게 우리가 여기까지 온 이상 컵 대회에서 우승하고 여세를 몰아 리그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하자고 주문했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며 "우승의 영광을 선수들에게 돌리겠다"고 말했다.
프로축구 16개 구단 감독 가운데 최고령인 그는 2000년 부산 감독으로 프로 지휘봉을 처음 잡아 2002년까지 부산을 지휘했고 2009년부터 지금까지 울산을 맡고 있지만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2년부터 1999년까지 연세대 감독을 지낸 김 감독은 "대학에 10년 가까이 있었고 프로에서는 6년째인데 아마추어 시절 우승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상당히 기쁘다"며 "대학 때는 헹가래로 끝냈는데 프로에서는 샴페인까지 터뜨린다"고 웃었다.
그는 또 "월드컵 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던 1986년 잠실 구장에서 열린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이겼을 때의 그런 기분을 느꼈다"면서 감격스러워 했다.
김호곤 감독은 "K리그에서 전반기에 득점력이 낮았지만 이번 대회 우승으로 설기현 등 공격수들이 득점에 자신감을 얻었다. K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이틀 전인 11일 급성 맹장염으로 수술을 받고도 이날 벤치를 지킨 안익수(46) 부산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더 발전할 계기로 삼겠다. 성원해준 팬들에 죄송하고 이런 기회가 다시 오면 좋은 결실을 맺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아쉬움은 있지만 실망감 속에 머물러 있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선수들이 자기 관리를 통해 헤쳐가야 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이 상황을 좋은 방향으로 끌고갈 능력이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몸 상태를 묻자 "오늘 뛴 선수들이 아픈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