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국 농구에 적응중인만큼 좋지 않은 평가는 신경 안써요. 조만간 제 본모습을 보여 드릴 겁니다."
프로농구 전주 KCC의 외국인 선수 디숀 심스(23·203㎝)가 자신의 말처럼 진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일까.
23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2011-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삼성과의 홈경기에 선발로 나선 심스는 이날 34분을 뛰면서 42점 11리바운드에 스틸 2개와 도움 1개까지 올리는 폭발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날 경기는 국내 선수 중 최장신 하승진(KCC·221㎝)과 역대 프로농구 최고 높이 용병인 피터 존 라모스(삼성·222㎝)와의 시즌 첫 ’거탑 대결’로 관심을 모았지만 주인공은 심스였다.
하승진이 라모스를 일대일로 마크해준 사이 팀의 첫 득점을 올린 심스는 뒤이어 골밑 득점과 함께 라모스의 수비반칙을 유도하는 등 자유자재로 삼성 골밑을 누비며 1쿼터에만 14점을 쏘아 올렸다.
삼성은 이승준을 스타팅멤버에서 빼고 김태형과 민성주, 이시준의 변칙 라인업을 내세워 전면 강압 수비를 펼쳤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전반까지 24점을 쏟아부어 앞서 네 경기에서 자신의 평균 득점(19.5점)을 훌쩍 넘긴 심스의 폭발력은 후반에도 거침이 없었다.
라모스를 앞에 두고도 과감하게 골밑을 파고들며 점수를 쌓았고 4쿼터 초반 라모스가 하승진을 뿌리치고 골밑 득점을 올린 직후에는 덩크슛을 찍어 상대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 42득점을 보태 득점순위에서 단숨에 3위(평균 24점)로 뛰어오른 심스는 사실 이전 경기까지는 크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NBA 하부리그인 D-리그에서 올스타에 뽑히고 신인상도 받았지만 경력면에서 알렉산더 존슨(SK)이나 로드니 화이트(KGC인삼공사)같은 NBA 출신보다 못하고 올루미데 오예데지(LG)나 크리스 윌리엄스(오리온스)처럼 이전에 KBL에서 우승을 경험한 적도 없다.
슈팅능력은 있지만 화려한 개인기나 적극적인 몸싸움 하고는 거리가 있는 타입으로 개인능력면에서도 다른 팀 외국인 선수에 밀렸다.
시즌 개막전에서는 파울 4개로 마지막 4쿼터에 발이 묶이는 바람에 허재 감독으로부터 ’의욕이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고 19일 전자랜드와의 원정 경기 종료 직전 76-79로 뒤져 3점슛을 쏴야 할 때에 어이없는 2점슛을 날려 ’패턴을 못 따라갔다’는 쓴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이날 심스의 ’42점 활약’을 본 허 감독은 "어제 미팅에서 당부한 걸 생각하고 나왔는지 잘 해줬다. 갈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며 시선을 누그러뜨렸다.
심스는 "내가 저평가됐다는 일부 의견은 알고 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아직 어리고 경력이 많지 않지만 농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미팅에서 ’공격적인 부분보다는 팀 전체적으로 도움을 주고 수비를 잘 하라’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이전 경기 영상을 보면서 공부한 것이 이번 경기를 치르는 데에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심스는 "하승진과의 호흡도 별도로 더 연습하고 있는 만큼 갈수록 좋아질 것이다"라며 "한국 농구는 굉장히 빠르고 외곽에서 선수들의 민첩성이 좋은데 나는 80% 정도 적응한 것 같다. 고쳐야 할 점을 보완해 조만간 내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주겠다"고 적응을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