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한 선출직이라는 서울시장에 공직경험도 없는 시민 운동가 출신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서 기존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시민 사회를 축으로 하는 제3의 정치세력이 본격적으로 출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쏟아지고 있는데요,
내년 총선과 대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시민사회의 정치세력화 움직임,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먼저 장덕수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으쌰! 으쌰!"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풀어야 할 정치권.
그러나 갈등은 제도 정치에서 오히려 증폭되기 일쑤였습니다.
금권정치로 대변되는 부정부패도 한국 정치의 한 자화상이었습니다.
<녹취> "낙천!!! 낙선!!!"
보다못한 시민들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정치권 혁신은 그때뿐, 구호로만 그쳤습니다.
<녹취> "야!! 뭐야!!"
몸싸움과 폭력은 여전했고, 첨예한 대립은 풀릴 줄 몰랐습니다.
성희롱 논란을 비롯한 희박한 윤리의식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안철수 바람’과 첫 무소속 서울시장 탄생은 오랜 기간 누적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만들어 낸 변화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황희주(서울 녹번동) : "정치인들이 잘해야 하는데 싸우고 타협을 못하고 하니까 잘못한다고 생각"
<인터뷰> 신성호(서울 여의도동) : "말만 앞세우고 부정부패에 신뢰까지 상실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멘트>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은 SNS를 통해 분출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스튜디오에 나가있는 강민수 기자가 그 과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지난 10.26 재보선 투표 당일, 이 스마트 폰 안에서는 이른바 ’선거 놀이’가 한 창 이었습니다.
10번을 단 운동선수를 칭찬하며 특정 후보를 우회적으로 지지하는 트위터 글입니다.
이 글을 본 시민들은 또 다른 10번 선수를 거론하며 소통합니다.
선관위의 단속을 비꼬듯 등번호 10번 박주영을 잡아가라는 풍자의 글도 큰 호응을 얻습니다.
젊은이들은 이런 글을 퍼나르며 서로 공감하고 소통합니다.
그 다음은 행동입니다.
유명인이 이른바 ’투표 인증샷’을 찍어 공유하는 방식으로 투표를 독려합니다.
일반인들도 경쟁적으로 따라하며 참여합니다.
참여를 독려하는 속도와 파급력은 가공할만 합니다.
박원순 선대위의 멘토단이었던 소설가 이외수 씨는 팔로워만 100만 명에 가깝습니다.
공지영 작가는 19만, 조국 교수는 13만, 이들 멘토단의 팔로워만 합쳐도 150만여 명, 이들의 메시지가 기하 급수적으로 리트윗된다고할 때 불과 몇 분만에 수백만 수천만이 공유하게 됩니다.
바로 이런 동력이 새 정치세력의 탄생을 비롯한 기존 정치 지형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최문종 기자입니다.
<리포트>
기성 정치권 심판이란 결과를 낳은 10.26 재보선.
새 정치 세력이 등장할 것이란 전망에 더욱 힘을 실어줬습니다.
그 중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제3의 정치세력화 가능성에 일단은 선을 긋고 있습니다.
<녹취> 박원순 (서울시장) : " 제가 생각지도 않았던 제3 정당론 그렇게 얘기하는데…"
<녹취> 안철수 (서울대 교수) : " 지금 제가 학교일 하기도 벅차서요. 예."
기존 정당도 경계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과 손잡은 민주당은 안철수 교수가 정당에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야권 대통합을 내세워 민주당 중심의 정계 개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도 당 개혁에 나서며 이른바 안철수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정권 (한나라당 사무총장) : " 절박한 심정으로 소통의 길을 열어가겠습니다."
하지만, 기존 정당의 개혁 노력을 국민이 얼마나 인정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단일화 위력을 재확인한 진보 진영, 그리고 이에 맞서 보수 진영도 대오를 정비해 범여와 범야의 1대 1 구도로 재편해 내년 총선에서 대결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그러나 이런 시민사회 세력의 정치 참여에 대해 한계를 지적하는 분석도 강합니다.
또 현실 정치에서 얼마나 책임 있는 행정을 해낼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최영철 기자가 시민 사회의 정치 세력화 전망과 선결 과제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은 시민사회 단체가 현실정치의 감시자에서 직접 주체로 나섰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기성 정당이 하던 역할을 대신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런 새로운 시도가 이번엔 서울 시민들의 선택을 받았지만 한계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자금과 조직 동원에서 현실적으로 기성 정당의 역량을 뛰어넘기 힘든 상황에서 야권 단일화라는 특수 상황의 일시적 결실일뿐이라는 것입니다.
국정운영 경험이 없다는 점도 약점일 수 있습니다.
<녹취>목진휴(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 "시민사회 단체가 기존 정치에 대한 반발로 대안이 될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정국을 운영을 할 수 있겠느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시민조직들은 선거에서의 영향력 행사를 중심으로 정치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진보성향의 ’무브 온’이라는 시민조직은 지난 미국 대선에서 이메일과 SNS를 활용해 오바마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에 자극을 받은 보수성향 시민들이 모인 ’티파티’도 전국 조직을 바탕으로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하원의원 40명, 상원의원도 2명을 당선시키기도 했습니다.
감시자 역할을 맡고 있던 시민사회 단체가 직접 정치에 나서면 누가 이들을 감시할 것이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민단체의 정치세력화가 현실정치의 벽을 넘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숩니다.
KBS 뉴스 최영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