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센터 피터 존 라모스(26)가 뒤늦게 불이 붙었다.
라모스는 9일 인천 전자랜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40분을 다 뛰며 32점, 10리바운드, 6어시스트의 맹활약을 펼쳤다.
이 경기 전까지 6연패 수렁에 빠져 있던 삼성은 모처럼 승리를 챙기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삼성은 이 경기를 앞두고 라모스를 아이라 클라크로 바꾸겠다는 결정을 내린 터였다.
키 222㎝로 국내 최장신인 라모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이날 경기 전까지 평균 18.1점, 9.9리바운드의 성적을 내고 있었다.
준수한 기록이지만 키에 비해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데다 실책도 잦은 편이라 결국 퇴출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모처럼 골밑에서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며 홈 경기 11연승을 달리던 전자랜드 제압에 일등공신이 된 라모스는 경기가 끝난 뒤 "교체 결정이 번복되기를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선수들이 라모스를 잘 살려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이날은 라모스에게 공 투입이 쉽게 이뤄지며 앞으로 가능성을 엿보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라모스와 같은 장신 선수가 팀에 녹아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라모스가 자리만 잘 잡는다면 현재 하위권에 처진 삼성으로서는 대반격을 기대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 교체 결정이 반복될 여지가 있기는 하다.
삼성은 클라크 영입에 대해 KBL에 가승인 신청을 한 상태로 가승인 신청을 낸 뒤 7일 안에 교체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라모스가 국내 선수들과 좋은 호흡을 맞춰가며 이번 주 경기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교체 결정이 백지화될 수도 있다.
삼성의 이번 주 남은 상대는 11일 울산 모비스, 13일 서울 SK다. 높이가 강한 팀들이 아니기 때문에 라모스가 효과적으로 공략할 가능성이 있는 상대들이다.
김상준 삼성 감독은 "전자랜드전은 국내 선수들이 라모스 활용을 잘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다만 김동욱이 부상으로 주말 경기 출전이 불투명하고 가드 이시준도 어제 입 안쪽이 터지는 상처를 입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라모스가 남은 경기 활약 여부에 따라 잔류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자 김 감독은 "로드도 아직 잘 뛰고 있지 않느냐"고 답했다.
부산 KT에서 시즌 초반부터 퇴출 위기에 놓였다가 여전히 뛰고 있는 찰스 로드를 빗댄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