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가 투수? 라이벌전 깜짝 변신

입력 2011.11.1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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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진출 여부로 스토브리그의 최대 관심을 받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의 ’거포’ 이대호(29)가 확실한 팬서비스를 펼쳤다.



이대호는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전통의 야구 강호 경남고 vs 부산고 라이벌 빅매치’에서 경남고가 8-3으로 앞선 5회말 투수로 깜짝 변신했다.



경남고 출신인 이대호가 투수 글러브를 끼고 마운드에 오르자 스탠드를 가득 메운 열혈 야구팬들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을 사진으로 담으려고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분주했다.



열광적인 환호를 등에 업은 이대호가 첫 타자 이명진(고려대)을 상대로 던진 초구는 시속 130㎞를 찍었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에 더 뜨겁게 달아오른 관중석은 이대호가 2구째에 좌전 안타를 허용하자 기분 좋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대호는 고교 시절 경남고를 대표하는 에이스였지만 프로에 입단하고 나서 타자로 전향했다.



오랜만에 투수로 나선 까닭에 공의 스피드는 고교 때보다도 떨어졌지만 유연한 투구폼으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이대호는 전혀 힘을 들이지 않고도 타자들을 요리했다. 공은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찔렀고 볼 끝은 살짝살짝 휘었다.



이대호는 두 번째 타자 정 현(부산고)을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으나 계속된 1사 1루에서 중견수 한동민의 실책성 플레이로 황성용(롯데)에게 중전 안타를 내줬다.



하지만 이후 맞이한 2번 손용석과 3번 손아섭 등 한솥밥을 먹는 롯데 타자들을 맞아서는 ’경남고 에이스’로서의 위용을 되찾았다.



이대호는 손용석에게 볼 카운트 2-2에서 바깥쪽 코스에 꽉 차는 직구로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손아섭에게는 볼 카운트 1-2에서 몸쪽 높은 공으로 중견수 뜬공을 유도했다.



경기 전 "(이)대호형이 투수로 나오면 포스트 시즌 때보다 더 집중해서 상대하겠다"던 손아섭은 멋쩍은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대호는 5회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았지만 6회에는 말 그대로 난타당했다.



이승엽(전 두산)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한 이대호는 다음 타자 김민준(부산고)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김사훈(롯데)과 권영준(롯데), 이명진에게 연속 안타를 얻어맞으며 2실점했다.



정 현에게는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맞아 추가로 1실점한 이대호는 투수 코치에게 공손하게 공을 건네주고 2사 1루에서 교체됐다.



1⅔이닝 동안 총 투구 수 36개(스트라이크 25개, 볼 11개)에 안타 6개로 3실점한 뒤 강판됐지만 관중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모자를 벗어 관중의 성원에 답한 이대호는 "5회를 마친 후 잠깐 쉬는 동안 땀이 식으니까 공도 안 나가고 제구도 안 됐다. 선배들이 남은 이닝을 잘 막아서 승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대호는 투수로 나서기 전 타석에서도 맹활약했다.



경남고의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이대호는 팀 배팅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며 3차례 타석에 들어서 안타 2개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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