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춘천 우리은행은 1일 구리 KDB생명과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팀 분위기가 최악이었다.
전날 김광은 전 감독이 박혜진 폭행 논란에 휩싸여 자진사퇴했고 최근 12연패 늪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폭행 사건이 불거지며 거기에 관심을 둔 언론이 이날 경기장에 몰려들어 경기 전부터 팀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선수단과 함께 온 논란의 당사자 박혜진을 경기 전에 인터뷰하는 문제를 놓고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다.
박혜진은 헬스장, 라커룸을 돌아다니며 기자들을 피한 끝에 급기야 경기장 밖으로 나가 구단 차량에 몸을 숨겼다.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야 벤치에 합류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워밍업을 한 선수들의 마음이 어땠을지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이날부터 감독대행을 맡은 조혜진 코치는 경기에 앞서 "사실 저도 (감독님과) 함께 나가려고 했다"고 말할 만큼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우리은행 선수들은 이날 경기 전까지 단독 2위를 달리던 KDB생명을 맞아 경기 내내 우세한 내용을 보인 끝에 70-65로 이겼다.
8점을 앞서다 경기 종료 3분여를 남기고 동점을 허용해 고질적인 뒷심 부족이 드러나는 듯했지만 임영희와 양지희, 고아라의 연속 득점으로 다시 7점 차로 달아나 감격스런 승리를 따냈다.
10월17일 이후 1개월 2주 만에 승리가 확정되자 우리은행 선수들은 코트에서 서로 얼싸안고 우승이나 한 듯 눈물을 흘렸다.
조혜진 감독대행은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참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슈터 김은혜는 "이길 듯한 경기도 계속 지면서 선수들이 많이 힘들었다. 게다가 안 좋은 일도 불거져 요 며칠 만감이 교차하다 보니 이기고 나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조 감독대행은 "연패를 끊어서 기쁘기도 하지만 착잡한 마음도 한편으로는 있다"고 복잡한 심경을 밝히며 "저는 그냥 벤치에서 지켜봤을 뿐이고 선수들이 강한 의지를 갖고 경기에 임해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주장을 맡고 있는 임영희는 인터뷰실에도 눈물을 흘리며 "이번 일로 너무 힘들고 선수들 모두 상처가 됐다. 밖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이 일을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당사자인 선수단은 그렇지 않다"며 "이런 질문들은 이 시간이 지나면 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임영희는 "실제 상황보다 많이 과장돼서 알려진 면이 있지만 사실 이번 일은 누구 하나의 잘못이 아니라 선수단 전체의 잘못"이라며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기사가 먼저 나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