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과 사격이 끌어가고 유도와 펜싱이 허리를 받친 뒤 레슬링, 체조, 태권도가 ‘금빛 합창’의 마무리를 맡았다.
한국 선수단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목표로 내세운 ’10-10’(금메달 10개 이상-종합 10위 이내)을 가볍게 넘어서면서 양과 질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임원 129명과 선수 245명으로 구성돼 22개 종목에 출전한 한국은 12일 막을 내린 이번 올림픽에서 한순철(서울시청)이 복싱 라이트급에서 마지막 은메달을 추가해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종합 5위를 확정, ’10-10’ 목표를 여유 있게 달성했다.
특히 역대 최다 금메달을 작성한 2008년 베이징 대회(금 13개)와 동률의 성적을 기록,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중국(금 37개)에 이어 두 번째 순위에 올랐다.
종합 5위는 한국이 원정으로 나선 올림픽 무대에서 가장 좋은 순위다.
한국은 안방에서 치러진 1988년 서울 대회에서 금 12개·은 10개·동 11개(총 33개)의 메달을 따내 종합 4위를 차지하며 역대 올림픽을 통틀어 최고 순위를 작성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금메달 13개에 5위를 차지한 한국은 2008년 베이징 대회(금 13개·종합 7위)와 최다 금메달 타이를 이루며 2개 대회 연속 ’10-10’ 달성에 성공, 스포츠 강국의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한국이 ‘10-10’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양궁과 사격에서 각각 3개씩의 금메달을 차지한 게 큰 힘이 됐다.
양궁은 이번 대회에서 남녀 개인전과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수확했고, 남자 단체전에서는 동메달을 추가했다.
여자양궁의 에이스 기보배(광주광역시청)는 여자 개인전에서 슛오프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어 단체전 우승에 이어 2관왕의 기쁨을 맛봤고, ‘맏형’ 오진혁(현대제철)은 남자 개인전에서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격에서 울려 퍼진 ‘금빛 총성’도 10-10 달성의 견인차가 됐다.
‘간판스타’ 진종오(KT)가 남자 10m 공기권총 우승으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뒤 남자 50m 권총에서 대회 2연패 달성에 성공했다.
진종오의 2연패 달성은 의미가 더 깊다.
레슬링의 심권호는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의 위업을 달성했지만 체급이 달랐다. 이 때문에 같은 세부 종목 2연패는 하계올림픽에서 진종오가 처음이다.
진종오의 뒤를 이어 김장미(부산시청)가 여자 25m 권총에서 금메달을 보태 사격은 이번 대회에서 금 3개, 은 2개를 확보, 종합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양궁과 사격의 선전에 힘을 보탠 종목은 펜싱과 유도다.
펜싱은 신아람(계룡시청)의 ‘멈춘 1초’ 사건과 ‘에이스’ 남현희(성남시청)의 노메달로 위기를 맞았지만 최병철(화성시청)의 플뢰레 개인전 동메달로 본격적인 메달 획득의 시동을 걸었다.
곧바로 남자 에페 정진선(화성시청)의 개인전 동메달에 이어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 나선 김지연(익산시청)이 한국 여자 선수로는 사상 첫 금메달이자 사브르 종목 사상 첫 메달을 수확해 분위기를 탔다.
여자 플뢰레 대표팀의 단체전 동메달에 이어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단체전 정상에 올라 금메달을 보탰다.
유도는 애초 목표를 달성하며 이름값을 했다.
남자 66㎏급의 조준호(한국마사회)가 8강전에서 ‘판정번복’의 위기를 뚫고 동메달을 차지해 첫 메달 소식을 알린 유도는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남자 73㎏급의 왕기춘(포항시청)이 노메달에 그쳤다.
그러나 ‘에이스’ 김재범(한국마사회)이 남자 81㎏급에서 우승한 데 이어 ’백전노장’ 송대남(남양주시청)이 예상 밖의 금메달을 보태 애초 목표로 잡은 금메달 2개 달성에 성공했다.
유달리 반가운 금메달도 있다.
남자 기계체조의 양학선(한국체대)은 도마에서 ‘양학선’과 ‘스카라 트리플’ 기술을 앞세워 금메달을 따내는 낭보를 전했다.
양학선의 우승으로 한국 체조는 처음 올림픽 무대에 나선 1960년 로마 대회 이후 52년 만에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맛봤다.
또 남자 레슬링의 기대주 김현우(삼성생명)가 그레코로만형 66㎏급에서 금메달을 따내 2004년 베이징 대회에서 정지현(삼성생명) 이후 8년 만에 ‘금빛 환호’를 외쳤다.
금메달은 아니지만 아시아의 한계를 넘어선 값진 메달도 국민을 감동시켰다.
‘마린보이’ 박태환(SK텔레콤)은 주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 ‘실격 파동’의 시련을 겪었지만 끝내 은메달을 목에 걸어 박수를 받았다.
200m 자유형에서도 은메달을 추가한 박태환은 자유형 1,500m에서 아쉽게 4위로 마감했지만 은메달 2개의 성과에 국민은 큰 박수를 보냈다.
또 홍명보 감독이 이끈 축구대표팀도 일본과의 피를 말리는 3-4위전에서 2-0으로 승리해 1948년 런던 대회 이후 사상 첫 메달 획득의 기쁨을 누렸다.
비록 메달은 못땄지만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여자 리듬체조 결선에 올라 종합 5위를 차지한 손연재(세종고)의 활약도 눈에 띈다.
반면 ‘노메달’의 씁쓸함을 떠안고 귀국길에 오른 선수들도 있다.
금메달이 유력하던 남자 역도의 간판 사재혁(강원도청)은 77㎏급 2차 시기에서 오른쪽 팔꿈치가 심하게 꺾이는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했고, 장미란(고양시청)도 여자 최중량급에서 4위에 그쳤다.
배드민턴은 여자복식에서 불거진 ‘고의패배’ 파문으로 4명의 선수가 실격처분을 받는 홍역을 앓았고, 금메달을 바라봤던 이용대-정재성(이상 삼성전기) 조가 남자복식 동메달을 차지해 겨우 노메달 위기를 넘기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또 ‘금메달 밭’으로 손꼽힌 태권도는 황경선(고양시청)이 여자 67㎏급에서 대회 2연패에 성공했고 이대훈(용인대)은 은메달을 땄지만 차동민(한국가스공사)과 이인종(삼성에스원)은 노메달로 돌아서고 말았다.
여자 핸드볼은 3-4위전에서 스페인과 연장 혈투 끝에 패해 분루를 삼켰고, 여자배구도 3-4위전에서 ‘라이벌’ 일본에 막혀 노메달에 그쳤다.
이밖에 마라톤에 나선 이두행(고양시청· 32위), 장신권(서울시청·73위), 정진혁(건국대·82위)도 중하위권으로 밀려 최악의 성적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