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은 전례 없는 문화의 향연이 대대적으로 펼쳐진 대회로 기억될 전망이다.
런던시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영국 문화의 유산을 세계에 과시하겠다며 일찌감치 '문화 올림픽'을 표방했다. 2008년부터 방대한 프로젝트를 준비해왔고 대회 기간을 전후해 영국 전역에서 문화의 꽃이 활짝 피었다.
런던올림픽을 문화홍보의 무대로 삼은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주영한국문화원을 통해 무려 100일 동안 대규모 한류 축제 '오색찬란'을 선보였다. 정부가 해외 종합체육대회 때 이 정도 규모의 문화행사를 펼친 것은 처음이다.
◇셰익스피어와 비틀스…올림픽 수놓은 영국 문화
유서깊은 영국문화의 정수는 개막식에 응축됐다. 대문호 셰익스피어를 배출한 문학과 비틀스로 대표되는 대중음악이 핵심 코드였다.
개막식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더 템페스트' 속 대사로 웅장하게 막을 올렸다.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밀턴'이 소개됐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이 '피터 팬'의 도입부를 직접 읽으며 영국문학의 전통을 과시했다.
비틀스를 비롯해 롤링스톤스, 더 후, 퀸, 비지스 등 서구 대중음악을 이끈 영국 팝 명곡이 다양한 형식으로 흘러 넘친 가운데 비틀스 출신 대스타 폴 매카트니가 감동적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매카트니는 검은색 그랜드 피아노를 연주하며 '헤이 주드(Hey Jude)'를 불렀고 8만 관중이 후렴부를 합창하는 장관이 연출됐다.
개막식은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와 '트레인스포팅'으로 유명한 대니 보일 감독이 연출했고 산업혁명 이후 영국 역사를 짚어냈다.
영국은 올림픽 문화행사를 준비하는데 무려 1천600만명을 동원했고 관련 워크숍은 8천300회나 열렸다. 영국 곳곳에서 마련된 1만 2천개의 행사를 '런던 2012 페스티벌'이라는 이름 아래 쏟아냈다.
이 페스티벌에서는 개막식에서와 마찬가지로 셰익스피어와 관련된 이벤트가 중시됐다. 영국박물관은 셰익스피어 특별전을 마련했고 글로브 극장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37편을 6주에 걸쳐 37개국 언어로 선보이는 등 25곳에서 셰익스피어 관련 행사가 펼쳐졌다.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미술 거장 데미안 허스트와 노르웨이 표현파 화가 뭉크의 전시도 현대 미술의 요람인 테이트 모던 갤러리에서 개최됐다.
영국 대중음악 체험 전시관인 브리티시뮤직 익스피리언스는 영연방이었던 자메이카 출신인 레게 뮤지션 밥 말리 특별전을 열었고, 재즈와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도 여러 곳에서 열렸다.
◇오색찬란…올 아이즈 온 코리아(All Eyes on Korea)
'올 아이즈 온 코리아'라는 영어 이름이 붙은 한국문화축제 '오색찬란'은 한국 문화 홍보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공연·전시장을 대관한 뒤 한국 관계자끼리 자화자찬하는 행사를 열어오던 수준에서 벗어나 현지 주류 문화계와 깊게 교감하는 데까지 나아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럽 최대 예술복합기관인 사우스뱅크 센터와 함께 국악, 클래식 공연을 기획한 게 가장 주목할만한 수확이다.
사우스뱅크 센터 내 로열페스티벌홀에서는 조수미, 사라장 등 한국 클래식계 스타들이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펼쳤다.
국악계 '만능 소리꾼' 이자람, 국악그룹 공명, 비빙 등도 센터 내 다른 공연장에서 세계 각국 관객을 맞았다. 최정화, 김범, 이불 작가의 작품도 비중 있게 전시됐다.
디자이너 크리스천 디오르 등이 섰던 세계 최대 장식미술 박물관인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에서는 영국 문화계 핵심 인사 300여 명을 초청해 이상봉 패션쇼와 한식 리셉션을 열었다.
한국문화원 내 전시장에서 전통 대형 목상여와 꼭두를 선보인 것도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밖에 영화, 문학, 강연 등 각종 행사도 K팝 중심의 한류를 K컬처 전반으로 확산하는데 기여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최광식 장관은 "전시장을 대관해 우리 문화를 단순하게 알리는 수준이 아니라 현지 관계자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라며 "이제 올림픽에서 스포츠는 기본이다. 문화, 관광까지 아우르며 융복합 시대에 맞는 홍보를 펼쳐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