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한국 선수단이 태극기를 앞세워 처음 출전한 하계올림픽은 1948년 런던 대회였다.
64년 만에 다시 런던을 찾아 '런던에서 런던까지(From London to London)'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 16일간 치열하게 싸워온 한국 선수단을 이끈 이기흥 단장은 11일(현지시간) 이번 대회를 결산하면서 "국민의 성원과 선수, 코칭스태프의 피나는 노력, 정부의 지원이 한데 어우러져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다음은 이 단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대회 성적을 평가한다면.
▲11일까지 우리나라는 금메달 13개를 따내 205개 참가국 가운데 5위를 달리고 있다. 원래 목표는 금메달 10개 이상을 따내 종합 10위 안에 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목표를 훨씬 웃도는 좋은 성적을 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기록한 최다 금메달 13개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좋은 성적을 낸 것은 국민 성원과 감독 및 선수들의 투혼, 정부의 지원이 3박자의 조화를 이뤄 나온 결과다.
--종목별 결과를 분석하자면.
▲사격과 펜싱에서는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 양궁 역시 또다시 세계 최정상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체조는 사상 첫 금메달을 땄고 유도의 선전 역시 눈부셨으며 2008년 베이징에서 부진했던 레슬링도 부활의 장을 열었다. 구기종목 역시 남자축구, 여자핸드볼과 배구가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성적을 냈다.
아쉬운 점은 그동안 꾸준히 금메달 행진을 해온 배드민턴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고 육상, 수영, 역도는 정체 또는 후진하는 모습을 보여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현지 훈련 기지인 브루넬대 캠프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우리가 이처럼 이역만리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원동력이 바로 브루넬대 캠프에서 나왔다. 우리가 이번에 한 일 가운데 가장 잘 선택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시차 적응에 도움을 줬고 훈련 파트너도 함께 데려와 연습 효율성을 높였다. 또 한식과 영양식, 체중조절식을 제공했고 의료 서비스 역시 태릉선수촌과 다름 없이 진행되면서 베이스캠프로서 역할을 다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데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본다.
--대회 초반 오심 문제가 불거졌다.
▲우리나라 외에 다른 나라에서도 판정에 문제를 제기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피해자 입장에서 안타깝고 억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유도 조준호의 경우 큰 포인트를 얻은 선수가 승리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고려할 때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비전문가들의 의견이 주류를 이뤄 논의된 것은 안타깝다. 펜싱 신아람은 경기 진행에 잘못이 분명히 있었으나 정당한 항의 절차를 무시한 우리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판정에 항의하는 절차를 미리 선수단에 교육을 했다는데.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양태영이 오심 문제로 메달을 놓치고 나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대한체육회에서는 그래서 선수단에 그런 부분에 교육을 많이 했다. 종목마다 항의 절차가 모두 다르다. 펜싱은 선수가 직접 이의 제기를 해야 하고 유도는 심판 3명이 판정에 합의를 보더라도 최종 선언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심판위원장이 이를 조정할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이런 부분을 일관성 있고 누구나 알기 쉽도록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펜싱 신아람 사건에 아쉬워하는 국민이 많았는데.
▲우리가 먼저 국제펜싱연맹이나 IOC에 특별상을 달라고 한 일이 없다. 다만 국제연맹에서 시간 측정의 기계적 오류를 인정하면서도 심판의 잘못은 없고 결과도 바꿀 수 없다고 하기에 거기에 이의를 제기했을 뿐이다. 우리로서는 마지막 1초만 제대로 갔으면 신아람이 최소한 은메달은 확보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했고 국제펜싱연맹에서 "그럼 IOC에 (공동 은메달을) 건의해보겠다"고 해서 그 가능성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런 상황이 노출되면서 국민 여러분께 오해를 사게 된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신아람 선수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되나.
▲지금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국내 들어가서 대한체육회의 내부 의견이 정해지면 정부와 협의 과정을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본다.
--선수단에 음주운전 및 승부조작 등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귀국 후 경위를 더 자세히 검토해 상응하는 조처를 내리게 될 것이다.
--배드민턴의 경우 승부조작에 관여한 선수들이 다시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지.
▲아직 올림픽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진상 조사도 역시 완벽히 이뤄지지 못했다. 다시 말하지만 확실한 진상 조사 이후 알맞은 조처를 하겠다.
--런던 시내에 설치한 코리아하우스에 대한 평가를 하자면.
▲스포츠 외에 한국 문화와 전통 예술 등을 올림픽 가족과 영국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데 기여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인천아시안게임 등 앞으로 국내에서 열릴 국제 스포츠대회를 알리는 홍보의 장으로도 활용했다. 또 코리아의 밤 행사에는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을 비롯해 IOC 위원 15명, 각국 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하는 등 스포츠 외교력 강화에 한몫했다.
--한국 스포츠 외교력은 4년 전 베이징 대회와 비교해 얼마나 달라졌나.
▲양과 질, 모든 면에서 향상됐다. 예전에는 우리가 이의제기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알고도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국력도 신장하고 선수단의 외국어 구사 능력도 좋아지는 등 국제 경쟁력이 향상됐다. 그 결과 인적 네트워크도 틀이 잡혀 스포츠 외교 부문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본다.
--대회를 총평하자면.
▲이번 대회는 64년 전인 1948년에 해방 후 처음 하계올림픽에 참가해 올림픽 역사를 열어준 선배 체육인들의 뜻을 기리고 그때와 달라진 우리나라의 국격, 위상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올림픽이었다. 그동안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한국 스포츠는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고 목표 이상을 달성해 국민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이런 점을 우리 스스로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이에 자만하지 않고 승리와 패배의 원인을 잘 분석해서 2016년 리우 올림픽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겠다. 성원을 보내준 국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