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희 선수를 투입할 때 깜빡 잊고 포지션을 말 해주지 않았더라고요."
홍명보(43)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2012 런던올림픽을 치르면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김기희(대구)를 투입시킬 때였다.
홍 감독은 22일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올림픽 결산 기자회견에서 동메달을 따기까지 뒷얘기를 소개했다.
이번 올림픽을 돌아볼 때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홍 감독은 "한일전 막판에 김기희를 투입할 때"라고 꼽았다.
김기희(대구)는 올림픽팀의 한일전까지 한차레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는 바람에 병역혜택 기준에 미치지 못해 마지막까지 투입 여부를 놓고 관심을 모았던 선수다.
한일전 막판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교체로 김기희를 들여보냈던 홍 감독은 "깜빡 잊고 포지션을 알려주지 않았다. 김기희에게 지친 선수들을 도우라고만 하고 가장 중요한 포지션을 빼먹었다"며 "기희가 어디에 설지 되물어봐 순간적으로 당황했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홍 감독은 팀에서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선수들에 대해서는 "정신이 살짝 나간 친구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몇몇 선수들이 정신 나간 듯한 행동으로 긴장을 풀어주곤 한다. 다만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실례가 되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해 다시 한 번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훈련시 경기장 밖에서 물을 마시고 반드시 뛰어서 들어오거나 옷을 똑같은 방법으로 맞춰 입는 등의 세세한 규칙을 만든 데에는 "훈련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사실 특별한 규칙은 많지 않지만 팀에 원칙은 있어야 한다"며 "가령 훈련중 물을 마시며 떠들고 쉬는 건 5분이든 10분이든 상관없지만 다시 훈련에 돌아올 때에는 그 분위기가 이어지면 효과가 떨어져 그 부분은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브라질과의 준결승전을 포기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는 질문에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가장 아쉬운 경기로 브라질전을 꼽은 홍 감독은 "준비를 잘했고 초반에는 경기를 잘 풀었는데 상대가 강했다"며 "선수들 모두 꼭 이겨서 결승에 나가고 싶었다. 경기를 포기했다면 그때 김기희를 넣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명보 감독은 마지막 3-4위전 상대가 일본이라는 점이 결과적으로 ’득’이 됐다고도 했다.
홍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4강에 오른 뒤 ’이만하면 됐다’고 안주했던 측면이 있다. 그래서 터키와의 3-4위전에서 11초 만에 실수로 선제골을 허용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일본이 아니라 다른 팀을 만났다면 3-4위전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고 본다. 선수들이 메달에 대한 욕심과 함께 꼭 이기겠다는 승부근성을 발휘했다"며 "일본은 축구를 정말 잘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더 강하다. 그게 한일전 승패를 갈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