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새해 첫날에 대한 느낌은 모든 사람에게 특별할 텐데요.
한 세기를 넘게 사신 장수 어르신들에게 새해는 어떻게 다가올까요?
김가림 기자가 새해를 맞이한 장수 어르신들을 만나 봤습니다.
<리포트>
여느 때처럼 식사 준비로 하루를 시작하는 85살 원순희 할머니,
<녹취> "뭐 드시고 싶어요?"
<녹취> "떡국이나 한 그릇 하지 뭐,"
떡국 한 그릇이 전부인 단출한 식사지만, 의미는 남다릅니다.
한국전쟁이 나던 그해, 이북에서 만나 지금까지 해로한 남두준 할아버지가 새해에 백 살이 되기 때문입니다.
격변의 한 세기를 겪어 온 노부부는 무탈하게 한 해를 지내온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마음속에 담아 둔 새해 소원을 조심스레 빌어 봅니다.
<인터뷰> 남두준(100세/고양시 성사동) : "꿈에도 고향 가요, 이번 대통령 때 통일됐으면 좋겠어. 통일돼야돼."
올해 105세가 되는 고복춘 할머니는 눈길을 뚫고 오늘도 경로당에 갑니다.
고기반찬을 곁들여 거뜬히 식사를 마치고, 한 치 양보도 하지 않는 팔순 동생들과의 고스톱은 식후 소화제가 따로 없습니다.
덩실덩실 춤추고 노래하며 흥겹게 새해를 맞이하는 할머니는 다 늙어 새해 소원이 뭐가 있겠냐면서도 손자 얘기를 빼놓지 않습니다.
<인터뷰> 고복춘(105세/고양시 화정동) : "직장 좋은데 들어갔겠다, 이제 장가가는 것만 보면 만사가 다 해결이지, 그게 제일.."
젊은이에겐 그저 당연할지 모르는 새해 첫날, 장수 어르신들은 가슴깊이 오늘에 감사하며 가족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며 새해를 맞았습니다.
KBS 뉴스 김가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