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후배이기도 한 김승원 선수에게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프로농구 서울 SK의 문경은 감독이 3일 인천 전자랜드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12월29일 고양 오리온스와의 경기 도중 타임 아웃을 부른 문 감독은 작전 지시를 내리면서 "한국에 키 큰 애"라는 표현을 썼다.
"네가 한국에 키 큰 애를 맡아"라는 말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 큰 소리로 외쳤다. 문 감독이 말한 '한국에 키 큰 애'는 바로 오리온스의 신인 센터 김승원(24·202㎝)이었다.
경기 내내 오리온스에 끌려 다니던 급박한 상황이었던 탓인지 같은 연세대 출신 후배인 김승원의 이름이 금방 생각나지 않은 문 감독은 '한국에 키 큰 애'라는 표현을 임시방편으로 썼다.
이 장면이 TV 중계를 통해 그대로 팬들에 전달되면서 큰 웃음을 선사했고 당시 중계를 하던 아나운서는 김승원이 득점을 올리자 "한국에 키 큰 선수, 김승원"을 외치며 문 감독의 발언을 패러디하기도 했다.
문 감독은 3일 당시 상황에 대해 묻자 "평소 경기가 끝나면 아내에게 전화하는데 그날은 대뜸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더라"며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다른 선수도 아니고 같은 대학교 후배인데 그렇게 돼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 전날 연습 때도 비슷한 일화가 있었다고 한다. 문 감독은 역시 오리온스 신인 김종범에 대한 수비를 지시하면서 선수들에게 "'이종범'은 네가 맡아"라고 했다가 선수들이 키득거리며 웃자 그때야 성(姓)을 틀려 야구 선수 이종범(현 한화 코치)과 헷갈렸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
또 언젠가 한 번은 경기 종료 1,2분 정도를 남긴 매우 급한 상황에서 타임 아웃을 불러놓고 "시간 얼마 남았느냐"고 물어보면서 전광판에 남은 시간을 봤어야 하는데 너무도 자연스럽게 자기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주위를 웃기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럴 때는 올해 정식 감독 데뷔 시즌을 치르는 '초보' 티가 나기도 하지만 SK를 단독 선두로 조련해낸 실력을 보면 전혀 초보답지 않은 모습을 과시하는 문경은 감독이다.
3일 전자랜드를 꺾고 2위와 간격을 3경기로 벌린 문 감독은 "우리가 연패하고 2위가 연승하면 금방 좁혀질 격차"라며 "계속 긴장을 늦추지 않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