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법 거부권 카드 왜 꺼냈나

입력 2013.01.22 (11:16)

수정 2013.01.22 (11:17)

추가 재정부담 1조원 이상 우려…형평성 문제도 지적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택시법)에 대해 정부가 예상대로 거부권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회와 택시업계와의 갈등을 무릅쓰고 정부가 거부권 행사를 결정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재정부담 문제다.

주성호 국토해양부 2차관은 22일 국무회의 직후 "택시업계가 버스 수준의 재정지원을 요구하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과도한 재정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유가보조금이나 세제 지원 등을 통해 택시업계에 지원하는 금액은 2011년 기준 8천247억원이다.

여기에 택시법 통과로 택시업계가 버스 수준의 재정지원을 요구하면 환승 할인, 개별 택시회사에 대한 적자보전, 소득공제, 택시 공영차고지 지원, 감차보상, 택시승강장 설치, CNG차량 개조비용 등으로 총 1조원 이상의 재원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국토부는 추산했다.

주 차관은 "택시법이 시행되면 국민 세금으로 이런 금액을 택시업계에 지원할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라며 "대중교통정책에 큰 부담을 안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런 지원예산은 중앙 정부보다는 지자체 몫이 크다는 점에서 안 그래도 열악한 지자체 재정을 크게 악화시킬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이처럼 재정 부담을 초래하는 법률안에 대해 토론회나 공청회 등의 충분한 공론화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지자체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것은 절차상 문제라고 국토부는 지적했다.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문제도 택시법에 반대하는 주요 이유다.

여객선이나 항공기, 통근·통학에 이용하는 전세버스는 일정한 노선과 시간표를 갖추고 대량으로 승객을 수송한다는 점에서 택시보다 더 대중교통에 적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인 개인택시의 영업손실을 국가나 지자체가 보전해주면 다른 자영업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이밖에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한 외국 입법 사례가 없고, 교통혼잡과 대기오염을 줄이자는 대중교통법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점 등도 거부권 행사의 배경이 됐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따라서 정부는 택시법 대신 '택시운송사업 발전을 위한 지원법안'(가칭)을 대체 입법안으로 마련해 이번 주중 입법예고하고 공청회를 거쳐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택시법은 사실상 택시회사에 혜택을 주는 법이지만 택시지원법안은 택시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택시기사 근로여건과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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