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하위권 팀의 대명사로 통하던 '엘롯기'(LG·롯데·KIA)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시즌 중반 흥행을 이끌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는 0.5경기 차 내에서 차례로 3∼5위를 달리며 선두 추격에 힘을 내고 있다.
세 팀은 막강한 팬을 등에 업은 한국 최고 인기 구단이면서도 2000년대 들어 돌아가며 꼴찌를 맡았다. 이에 팬들은 '엘롯기' 동맹이라는 신조어를 선물했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딛고 흥행을 좌우하는 세 팀이 포스트시즌에서 한 번 제대로 붙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팬들의 바람이 숨어 있다.
LG, 롯데, KIA 각각 불안 요소를 안고 있고, 넥센 히어로즈·두산 베어스 등 경쟁팀의 기세도 만만치 않아 동반 가을 잔치 출전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나 현재 추세라면 새 역사를 기대해 볼만 하다는 시각도 있다.
세 팀이 동시에 4강에 든 처음이자 마지막 해는 1995년이다.
OB 베어스(현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끝난 당시 LG가 정규리그 2위로 가을 잔치 초대권을 잡았다.
롯데와 해태(KIA의 전신)가 각각 3,4위로 포스트시즌에 출전했다.
큰 시장인 서울의 OB·LG, 부산의 롯데, 전국구 구단 해태가 순위 싸움의 핵심으로 활약한 1995년, 한국프로야구는 540만 6천374명의 관중을 동원해 신기원을 열었다.
이 기록은 2009년(592만 5천285명) 신기록이 수립될 때까지 14년간이나 시즌 최다 관중 기록으로 남았다.
지난해와 비교해 관중이 14%나 줄어 13일까지 288만 1천632명을 동원하는 데 그친 2013 프로야구는 엘롯기의 부활로 중반 흥행 부진을 만회할 기회를 잡았다.
8개 구단에서 9개 구단으로 재편되고 그 영향으로 팀당 경기 수가 줄면서 총 관중 수치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으나 예년에 비춰보면 롯데의 관중만 감소했을 뿐 나머지 구단의 관중 숫자는 얼추 비슷하다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분석한다.
각각 작년 대비 10%, 5% 감소치를 보인 LG, KIA의 관중이 늘어나고 40% 이상 급감한 롯데의 관중이 다시 발길을 사직구장으로 돌린다면 흥행의 불쏘시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LG는 든든한 불펜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기를 펼쳐 쉽게 지지 않는 팀으로 입지를 굳혔다.
거포들의 연쇄 이탈로 초반 방망이 싸움에서 고전하던 롯데도 화끈함을 서서히 찾아가는 중이다.
불안한 마무리 투수 앤서리 르루의 널뛰기 투구로 재미와 공포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KIA 야구 또한 초반부터 관중 동원에서 A 학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주춤한 두산이 순위 상승과 함께 흥행 전선에 가세하면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여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