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골프로 더 실망할 것도 없다."
남자골프에서 '메이저 무관'의 대명사로 불리는 리 웨스트우드(40·잉글랜드)가 또다시 메이저 대회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웨스트우드는 21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골프장에서 끝난 올해 브리티시오픈 3라운드까지 2타 차 단독 선두를 지켰다.
하지만 최종 4라운드에서 4타를 잃고 결국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2010년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웨스트우드는 지금까지 메이저 대회에 62회 출전해 3위 이내에 8번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준우승 2회, 3위 6회에 그쳤을 뿐 우승과는 아직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2009년 브리티시오픈에서는 최종 라운드 14번 홀까지 선두를 지켰지만 이후 4개 홀에서 보기 3개를 쏟아내며 1타 차로 연장전 진출에 실패했다.
또 2010년 마스터스에서도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 날 필 미켈슨(미국)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그는 3라운드를 마쳤을 때만 해도 비교적 여유가 있어 보였다.
전날 인터뷰에서 그는 "그동안 마지막 날 누군가가 나보다 더 잘 칠 수 있다는 교훈을 경험을 통해 충분히 배워왔다"며 "내일은 내가 가장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압박감 같은 것은 별로 느끼지 않고 있다"며 "지금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여느 때처럼 파스타를 먹을지 아니면 초밥을 먹을지 모르겠다"고도 말했다.
그가 초밥을 언급한 이유는 올해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 우승한 앤디 머리(영국)가 대회 기간에 초밥을 먹었다는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인 샘이 대회장에 왔을 때 성적이 좋았다며 은근히 첫 메이저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62번째 도전에서도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8월 PGA 챔피언십을 기약하게 됐다.
웨스트우드는 "크게 실망할 것은 없다. 사실 골프로 더 실망할 일도 없다"며 자책했다.
그는 "어떤 때는 내가 잘 쳐도 다른 선수가 더 좋은 성적을 내기도 하고 아니면 내가 스스로 무너질 때도 있었다"며 "오늘은 두 가지 경우가 모두 아니었는데 미켈슨이 워낙 잘 했다"고 말했다.
자신은 특별히 잘하거나 못한 편이 아니지만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미켈슨을 당해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웨스트우드는 그러나 "나는 철학적인 사람"이라며 "이번 대회 결과 때문에 괴롭거나 메이저 우승에 대한 도전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