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육상도 ‘아프리카 철각’ 귀화 추진

입력 2013.08.17 (07:37)

수정 2013.08.17 (07:44)

제14회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국 러시아가 중·장거리 강화를 위해 동아프리카 선수의 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프리카 뉴스 전문 사이트인 올아프리카닷컴은 16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가 케냐와 에티오피아 선수들의 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9개를 따내 종합 2위에 오른 러시아는 이번 대회에서도 17일까지 금메달 5개를 수확하며 2위를 달려 미국과의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전략 종목으로 집중 육성하는 경보와 오랫동안 동유럽이 강세를 보여 온 필드 종목이 러시아의 메달밭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남녀 20㎞ 우승을 휩쓸었고 여자 장대높이뛰기와 해머던지기 등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반대로 케냐와 에티오피아는 중·장거리 종목의 패자 자리를 놓고 공방전을 벌이는 양대 강호다.

두 나라로 대표되는 동아프리카 선수들이 워낙 빼어난 기량을 갖추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 이 선수들을 수입하는 일도 흔치않게 벌어진다.

카타르와 바레인 등은 '오일 머니'를 앞세워 아프리카의 정상급 선수들을 수입해 쏠쏠한 재미를 본 대표적인 나라다.

이번 대회에서도 여자 1,500m 정상에 오른 아베바 아레가위(스웨덴)가 에티오피아 출신으로 지난해 귀화한 케이스다.

긴 침체에 빠진 한국 육상에서도 올해 들어 외국인 마라토너를 귀화시켜 전체적인 전력을 끌어올리는 방안이 화두로 떠오른 적이 있다.

최근 들어 각종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미국과의 고전적인 양강 구도를 재현한 러시아의 처지에서도 장거리 선수 귀화는 '타도 미국'을 위해 충분히 매력적인 카드다.

흥미로운 부분은 그동안 선수 유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곤 하던 아프리카에서도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이다.

케냐육상연맹의 이사이야 키플라갓 회장은 "이 이슈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생각하며 심사숙고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대사관을 통해 러시아와의 교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선수 귀화의 반대급부로 필드와 단거리 종목의 코치들을 러시아로 파견하려 한다는 것이다.

장거리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종목에서도 스타 선수를 육성해 육상 강국으로 거듭나려 한다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키플라갓 회장은 "훌륭한 시설을 갖춘 러시아에서 우리 코치들이 배운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육상이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러시아와 같은 나라와 손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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