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의 '땅콩 여자 탄환' 셸리 앤 프레이저 프라이스(27·자메이카)가 제14회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22년 만의 여자 단거리 2관왕에 올랐다.
프레이저 프라이스는 17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7일째 여자 200m 결승에서 22초17만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뮤리엘 아후레(코트디부아르)와 블레싱 오카그바레(나이지리아)가 22초32의 같은 기록을 작성했으나 비디오 판독 결과 아후레에게 은메달이 돌아갔다.
앞서 100m 정상에 오른 프레이저 프라이스는 여자부에서 역대 세 번째로 100m와 200m를 동시에 제패하는 '스프린트 더블'을 달성했다.
여자부 스프린트 더블은 1987년 로마 대회의 질케 글라디슈(동독), 1991년 카트린 크라베(독일)가 한 차례씩 달성한 이후 무려 22년 만에 나왔다.
프레이저 프라이스가 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를 통틀어 첫 200m 금메달을 따고 환호하는 동안 미국의 간판 앨리슨 펠릭스는 고개를 숙였다.
200m에서만 세 차례 금메달을 따낸 펠릭스는 코너를 돌아나오던 도중 허벅지를 잡고 쓰러져 경기를 마치지 못한 채 관계자의 팔에 실려 트랙을 떠났다.
세계선수권대회 역대 최다 우승의 위업을 이루겠다던 꿈도 물거품이 됐다.
역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 선수가 따낸 가장 많은 금메달은 8개다.
남자 선수 중에서는 칼 루이스와 마이클 존슨(이상 미국)이 8차례 시상대 꼭대기에 섰고, 여자 선수 중에서는 펠릭스가 2011년 대구 대회까지 8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열린 남자 5,000m 결승에서는 '장거리의 볼트' 모하메드 파라(영국)가 13분26초98의 기록으로 하고스 게브르히웨트(에티오피아·13분27초26)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대회 첫날 10,000m 우승을 차지한 파라는 남자 장거리 두 종목을 모두 석권하며 최강의 입지를 굳혔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두 종목을 제패한 파라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달아 장거리 두 종목 금메달을 휩쓴 선수가 됐다.
파라에 앞서 이 업적을 이룬 선수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 세계대회에서 연속 2관왕에 오른 케네니사 베켈레(에티오피아) 한 명뿐이다.
필드에서도 '유럽의 날'이 펼쳐졌다.
개최국 러시아는 단숨에 두 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먼저 타티야나 리센코(러시아)가 여자 해머던지기에서 78m80의 대회 신기록을 작성하며 우승했고, 이어 남자 멀리뛰기의 알렉산드르 멘코프(러시아)가 8m56의 시즌 최고기록을 세우며 홈 팬들에게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남자 포환던지기에서는 다비드 슈토를(독일)이 21m73을 던져 라이언 휘팅(미국·21m57)을 꺾고 2011년 대구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이날 거듭 경쟁자들에 우승을 내준 '육상 최강국' 미국은 마지막으로 열린 남자 1,600m 계주에서 2분58초71의 시즌 최고기록으로 우승, 5연패를 달성하고 무너져 가던 자존심을 지켰다.
미국 계주팀은 2위 자메이카(2분59초88)와 1초 이상 격차를 벌리는 압도적인 레이스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