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영원한 숙제인 허약한 마운드가 가을 잔치의 길목에서 또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는 불안한 두산 투수진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무대나 다름없었다.
두산의 '필승 공식'라 할 만한 투수들은 갑자기 요동치는 흐름을 끊지 못하고 줄줄이 무너졌다.
올해 두산의 유일한 토종 10승 투수인 노경은은 3회까지 무실점으로 막다가 4회 연속 안타를 연달아 허용해 단숨에 5실점했다.
선두타자 손아섭에게 2루타를 맞더니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은 뒤 전준우, 장성호, 황재균에게 3연속 안타를 맞았다.
용덕한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에는 신본기에게 다시 중전 안타를 맞아 일곱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아웃카운트를 하나밖에 잡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올해 두산의 히트 상품으로 꼽히는 좌완 유희관이 마운드를 이어받았지만 특유의 제구력이 전혀 살아나지 않아 또 이승화와 정훈에게 연속안타를 맞았다.
두산이 내준 '빅 이닝'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7회에 다시 한 번 악몽이 찾아왔다.
유희관이 정훈, 손아섭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1점을 빼앗기자 두산 벤치는 부랴부랴 홍상삼을 투입했지만 박종윤만 땅볼로 잡았을 뿐 세 타자에게 연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등판한 오현택 역시 신본기에게 2타점 2루타를 얻어맞아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팀에서 가장 신뢰할 만하다는 투수 세 명이 이어 던진 7회, 두산이 롯데에 허용한 점수는 5점이었다.
물론, 최근 7연전을 벌이면서 선수들이 지칠 수밖에 없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두산의 '마운드 고민'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두산이 어느 팀 못지않은 수준급의 야수들을 다수 보유했음에도 순위표 꼭대기로 올라가지 못하는 것도 번번이 허약한 마운드에 발목이 잡힌 탓이 크다.
22일까지 팀 타율(0.288), 장타율(0.420), 출루율(0.371) 선두를 지키면서도 팀 평균자책점(4.50)은 7위에 처진 기록이 이를 웅변한다.
투수 출신 김진욱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지 2년째를 맞아 용병과 토종이 조화를 이룬 선발진과 중간·셋업·마무리로 이어지는 계투진의 틀은 갖췄다.
하지만 이들이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한 번씩 크게 무너지다 보니 전체 마운드 운용의 톱니바퀴도 맞아 돌아가지 못한 채 삐걱거리고 마는 것이 문제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또 한 차례 크게 흔들린 마운드가 두산의 오래 된 고민을 다시 상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