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빙판 위의 두 여제(女帝)가 두 대회 연속 '세계의 별'로 떠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23)와 '빙속 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가 나란히 올림픽 2연패를 정조준한다.
두 선수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전후해 빙판의 세계 최강자로 떠오른 한국 겨울스포츠의 보배다.
김연아와 이상화는 밴쿠버에서 각각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모두 해당 종목에서 한국 스포츠 역사상 처음 나온 금메달이었다.
먼저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78.50점)과 프리스케이팅(150.06점) 모두 역대 최고점 기록을 경신하며 총점 228.56점의 세계 신기록으로 '은반의 주인공' 자리에 올랐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이자, 앞으로 채점제도가 다시 바뀌지 않는 한 깨지기 어려운 '불멸의 기록'이었다.
김연아는 이후 한동안 방황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소치에서 선수 인생의 마지막 꽃을 다시 피우겠다는 새로운 목표와 함께 지난해 은반에 돌아왔다.
여전히 적수가 없는 여왕의 모습 그대로였다.
복귀전인 NRW 트로피에서 가볍게 201.61점을 찍은 그는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밴쿠버 당시의 최고 기록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218.31점을 획득하며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밴쿠버 이후 세계 피겨계에서는 새로운 슈퍼스타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에 소치에서도 여전히 김연아는 '군계일학'이다.
강도 높은 훈련의 여파로 최근 발등뼈를 다쳐 그랑프리 시리즈 출전이 무산되는 등 시련을 겪은 점은 아쉽다.
하지만 다행히 부상이 심하지 않은 덕에 김연아는 조금씩 실전에 가까운 훈련을 하며 복귀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김연아가 우아한 연기로 많은 이들의 눈을 사로잡는다면, 이상화는 압도적인 스피드로 세계를 흥분시키는 스타다.
당시 이상화는 여자 500m 1·2차 시기 합계 76초09로 결승선을 통과, 세계기록 보유자 예니 볼프(독일·76초14)를 0.05초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이 처음 참가한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 이후 무려 62년 만에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순간이었다.
특히 이상화는 역대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부 전 종목을 통틀어 최초로 금메달을 차지한 아시아 선수로 우뚝 섰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5위에 올라 아쉽게 메달을 놓치고 눈물짓던 그가 세계 최고의 여성 스프린터로 우뚝 선 순간이었다.
4년 가까이 흘러 세 번째 동계올림픽을 앞둔 지금도 이상화는 여전히 의심의 여지 없는 세계 최강이다.
2012년과 올해 연달아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를 제패, 한국 선수 중 처음으로 2연패의 위업을 이뤘다.
지난 시즌 월드컵에서는 8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펄펄 날아 처음으로 종합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여자 500m 세계신기록(36초80)까지 곁들였다.
동계올림픽을 향해 출발하는 올 시즌도 조짐이 좋아 기대를 부풀린다.
이상화는 전지훈련이 한창이던 지난달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현지 대회에서 1분13초66의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다.
지난주 태릉에서 열린 종목별 선수권대회에서도 국내 링크에서 처음으로 500m 37초대 기록을 작성하는 등 대회 신기록 행진을 벌이며 힘차게 새 시즌을 출발했다.
김연아와 이상화가 소치에서 다시 시상대 꼭대기에 선다면 쇼트트랙의 김기훈(1992년 알베르빌·1994년 릴레함메르), 전이경(1994년 릴레함메르·1998년 나가노) 이후 처음으로 동계올림픽 개인 종목에서 2연패를 달성하는 주인공이 된다. 쇼트트랙 외의 종목에서는 처음이다.
소치에서 한국 스포츠사의 새로운 신화 한 페이지가 더해질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