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가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우승한 직후인 지난 20일 새벽.
우승 덕분에 휴가를 얻은 신영준(24)은 고향인 부산에서 친구들과 회포를 풀고 귀가하던 중 한 여성의 비명을 들었다.
놀란 마음에 달려간 그는 한 남성이 여성을 성폭행하려던 현장을 발견, 도망치는 범인을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착한 남자'로 주목받은 그는 30일 포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 홈경기에 앞서 각종 상을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선행상, 소속팀인 포항은 모범 선수상을 안겼고 사건 담당 경찰서인 부산진경찰서도 감사장을 보냈다.
이날 경기에서 신영준은 '역전의 용사'로 또 한 번 빛났다.
양 팀이 1-1로 맞서 무승부의 기운이 피어오르던 후반 42분.
신영준은 고무열-이명주로 이어진 기막힌 패스플레이를 골 지역 오른쪽에서 감각적인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역전 결승골을 꽂았다.
이 골로 포항은 최근 정규리그 4연속 무승부를 마감, 선두 탈환의 희망을 이어갔다.
경기를 마치고 신영준은 "축구선수가 이런 일로 상까지 받고 당황스럽다"면서 "어서 잊히면 좋겠다"며 쑥스러워했다.
그는 "사건 당시에는 폭행 정도가 심해 두렵기보다는 화가 났다"면서 "한 대 맞았지만 제가 때리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경찰에 보내야겠다고만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초등학교 때 축구부 입단 테스트에서 달리기를 겨뤄 1등 한 것을 계기로 선수가 됐을 정도로 빠른 발은 신영준의 장기다. 가장 빠를 땐 100m를 12초에 주파하는 준족을 앞세워 '범인 검거'에도 성공했다.
황선홍 포항 감독도 그의 스피드와 돌파 능력 등을 눈여겨보고 지난 6월 전남 드래곤즈에서 그를 데려왔다.
고향은 부산, 유스팀은 전남(광양제철고) 출신인 신영준으로서는 낯선 포항과 인연을 맺은 것이 축구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올 시즌 전남에서는 3경기에 나서 공격포인트가 없었으나 트레이드 이후 포항에서만 2골 2도움을 올렸다. 2골은 모두 순도 높은 '역전 결승골'이다.
황 감독은 왼발을 주로 쓰는 신영준의 장점을 극대화하고자 위치를 바꿔 점차 기회를 주고 있다.
신영준은 "포항에 오기 전까지는 왼쪽에 많이 서다가 감독님의 제안으로 오른쪽에 서게 됐다"면서 "왼발잡이라 오른쪽이 더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포항에 와보니 운동할 때 무척 진지하고 사소한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면서 "마음가짐을 특히 많이 배운다"고 팀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FA컵을 통해 프로 3년차에 첫 우승의 맛을 본 그는 "팀이 정규리그 우승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면서 "이제는 범인 대신 골을 열심히 잡아 시즌 5골을 채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