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서는 러시아의 군사 개입이 강화되면서 일촉즉발의 무력충돌 위기감이 고조됐다.
가디언과 BBC 등 영국 언론은 전운에 휩싸인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을 전하면서 전략적 요충지인 크림반도는 사실상 러시아군에 장악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크림반도에 퍼져 있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군사기지는 급파된 러시아 병력에 장악되거나 포위된 것으로 나타났다.
크림반도 남부 심페로폴 외곽의 페레발노예 기지에서는 중무장한 러시아군이 기지를 포위해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크림반도 최대 항구인 세바스토폴에서도 러시아군과 장갑차량이 우크라이나 해군기지를 에워싼 모습이 목격됐다.
크림반도 동쪽 끝 케르치 인근의 페오도시야에서는 러시아 국경지대로부터 중무장한 군인들과 장갑차들이 증파되고 있으며, 남부 바크치사라이에서는 러시아군이 도시 전역에서 시민을 상대로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언론은 전했다.
러시아군과 정부군이 철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한 페례발노예 기지 앞에서는 시민 수백명이 몰려나와 무력사용 자제를 촉구하는 평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 현장에 나온 시민 스베틀라나 곤차로바는 "시민이 지켜보면 무력 충돌은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아이까지 데리고 나왔다"며 "러시아계 주민이 절반 이상인 지역이지만 손님이 아닌 무장 군인의 공격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시민은 "러시아군은 주민을 공격하러 온 게 아니라 보호하러 온 것"이라고 반박해 주민들 사이에 엇갈리는 시각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군사개입에 맞서 전투태세를 강화한 가운데 친러시아 성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남부에서는 친유럽 과도정부에 반발하는 시위가 이어져 혼란이 이어졌다.
남부 도네츠크에서는 친러시아 시위대가 지역정부 청사 1층을 점거한 채 반정부 시위를 벌였으며,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도 친러시아 시위대가 시청사를 포위한 가운데 친유럽 성향 시민들의 맞시위가 펼쳐졌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전날 밤 러시아 전투기 영공 침입이 두 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과 EU는 러시아의 군사 행동이 국제법 위반이라며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크림반도 군사행동은 국익과 시민 보호를 위한 인도적인 차원의 조치라며 정국이 안정될 때까지 군대를 주둔시키겠다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