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우크라사태로 한국경제 일시적 타격 가능성”

입력 2014.03.04 (10:29)

수정 2014.03.04 (10:29)

전문가들은 갈수록 위기감이 고조되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한국 경제가 일시적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4일 진단했다.

사태가 악화해 동유럽 전반으로 불안감이 퍼지거나 원자재 시장의 이상 조짐이 발생하면 금융시장의 충격과 더불어 원자재 수입과 공산품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가 고스란히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자재시장 불안…금융위기 확산 우려도"

전문가들은 당장 원자재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으로 국제 금 가격은 전날 2.19%,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2.20%, 북해산 브렌트유는 1.66%씩 올랐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 기조를 보이는 것"이라며 "공급 중단 등으로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르면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세계적으로 높은 우리 경제는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이번 사태의 본질을 두고 크림반도 인근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의 주도권 다툼이라는 시각도 제기돼 국제 원자재 가격은 한동안 출렁이면서 한국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사태가 조기에 수습되지 않고 무력 충돌로 비화하거나 동유럽 전역으로 위기감이 확산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 경제의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왔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우크라이나가 한국과 직접적 연계성은 찾기 어렵다지만, 금융위기는 늘 작은 데서 시작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넘어 동유럽 전체로 위기가 퍼져 나가면 금융위기의 경로를 탈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직접적 영향이 큰 유럽을 중심으로 크게 요동쳤다. 전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지수(-3.44%),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1.49%),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2.66%)가 동반 하락했고, 러시아 증시의 RTS 지수는 11.80% 폭락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글로벌경제실장도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무력행사에 나서 동유럽 전체가 위험해지면 한국으로 위기가 전이되는 강도가 커질 것"이라며 "미국이 얼마나 개입할지도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환율 영향은 제한적…러시아도 신중할 것"

전문가들은 다만 현재로선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국제 사회의 중재와 미국, 러시아, 유럽 등 강대국 사이의 '힘의 균형'으로 충격이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금융위기의 '시발점'으로 인식돼 온 외환시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이 전날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대부분 상승폭을 반납했으며, 이날 오전에도 달러당 1원 안팎의 상승에 머무르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궁극적으로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 표출인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이 더욱 긴장하는 것 같다"면서도 "글로벌 경기에 큰 영향을 주거나 에너지 가격의 방향성을 바꿀 재료는 아닌 것으로 판단돼 환율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치 동계올림픽을 치르면서 재정적 부담이 커진 러시아가 사태의 확산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러시아의 움직임이 '무력시위' 수준에 그칠 경우 한국 경제가 받는 충격이 작다는 점도 거론됐다.

이부형 연구위원은 "올림픽이 지나고 외환위기를 맞은 국가가 많다"며 "러시아도 소치 올림픽에 엄청난 재정을 퍼부었으며, 당장 에너지와 자원을 팔지 않으면 재정 압박이 심해지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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