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컵스 포수 존 베이커(33)가 승리 투수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16회 연장 혈전 끝에 나온 이색 기록이다.
베이커는 현지시간 29일 오후 7시 6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시작해 30일 오전 1시 33분에 끝난 콜로라도 로키스와 '1박2일 경기'에서 3-3으로 맞선 16회초에 등판해 1이닝 동안 볼넷 하나를 내주고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팀이 16회말 끝내기 점수를 올리며 베이커는 승리투수가 됐다. 베이커는 끝내기 득점도 올려 승리 투수가 결승 득점을 기록하는 진기한 장면도 연출했다.
15회까지 투수 8명을 쏟아부은 컵스는 16회 고육지책으로 포수 베이커를 마운드에 올렸다.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던 베이커는 포수 웰링턴 카스티요와 배터리를 이뤄 공을 던졌다.
투수처럼 빠른 공을 던지지 못했지만 베이커는 정확한 제구로 타자와 승부했다.
첫 상대타자 찰리 컬버슨을 시속 122㎞짜리 공으로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낸 베이커는 드루 스텁스와 풀 카운트 접전을 펼쳤으나 볼넷을 내줬다.
하지만 후속타자 크리스티안 애덤스를 2루수 앞 병살타로 처리하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16회말 컵스의 선두타자는 베이커였다. 베이커는 '전문 투수' 타일러 마첵과 상대해 볼넷을 얻었다.
에밀리오 보니파시오의 희생번트로 2루를 밟은 베이커는 리조의 좌전안타로 3루를 밟고, 스탈린 카스트로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았다.
컵스 역사상 최장 시간인 6시간 27분 혈전을 끝낸 베이커는 진기한 기록을 완성했다.
2012년 8월 28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 투수로 나선 외야수 조 매더에 이어 2년 만에 마운드에 선 야수로 등장한 베이커는 1이닝을 완벽히 소화해 1993년 5월 10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투수로 나선 1루수 마크 그레이스 이후 21년 만에 '마운드에 올라 이닝을 끝마친 시카고 컵스의 야수'로 기록됐다.
한국 프로야구에는 더 진기한 기록도 있다.
1985년 7월 27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MBC 청룡 유격수 김재박은 1-1로 맞선 10회초 1사 만루에 등판해 이해창을 3루수 라인드라이브로 잡아내고 귀루하지 못한 3루주자 함학수까지 아웃시켜 이닝을 마쳤다.
10회말 1사 만루 기회에 타석에 들어선 김재박은 상대 투수 김시진을 공략해 끝내기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날 김재박은 승리투수와 승리타점의 주인공이 됐다.
1982년 5월 26일 동대문 MBC전에서 김성한(당시 해태 타이거즈), 1984년 8월 16일 구덕 MBC전에서 최동원(당시 롯데 자이언츠)도 승리투수·승리타점을 동시에 기록했다.